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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서러운 것이 먹는 걸로 차별받는 것이라고들 한다. 우리 주변에 이 서러움을 당하고 사는 사람이 있다.

 

"아이들 급식은 투자라고 생각하지만... "

 

정부 차원의 급식지원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결식아동에 대한 급식지원이고 하나는 저소득재가노인 식사배달사업이다. 결식아동은 3000원, 재가노인은 2500원이 지원된다. 급식단가에서 500원의 차이가 난다.

 

또 하나의 차이는 급식일수이다. 결식아동의 급식은 평일에는 시비와 구비로 지원을 받고 주말에는 국비로 지원을 받는다. 노인의 급식은 평일에만 지자체가 지원을 한다. 주말은 지원이 되지 않는다.

 

서울의 경우 서울시가 예산을 책정해 각 구별로 지원을 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두 차원에서 노인은 아이에 비해 차별을 받고 있다.

 

왜일까?

 

노인급식을 현장에서 수행하는 복지관 담당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이유가 마땅치 않다.

 

"만약에 아이급식 단가가 노인급식 단가보다 낮다면 사회적 저항이 엄청났을 거예요. 아이는 부모도 있고. 하지만 노인들은 스스로가 저항할 생각도 없고 저항을 대신해 줄 보호자도 없죠. 그리고 사회적으로 아이들에 대한 급식은 투자라고 생각하지만 노인들에 대한 급식은…."

 

노인들에 대한 급식은……. 복지관 담당자도 딱히 뭐라 표현을 하진 않았다. 그냥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거기다 뭐라고 명분을 갖다 붙이자니 난감한 모양이다.

 

게다가 집안에서 어르신을 모시는 우리의 태도와 국가가 노인층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혈연이 아니라 그러나?

 

10년 전 수준의 급식단가에 그것도 하루 한 끼 지원

 

서울시의 경우 올해 노인급식단가가 500원 올랐다. 한 의원이 복지관 복지사가 개인 블러그에 쓴 글을 보고 의회에서 문제제기를 했다.

 

'식사단가에 대한 문제제기는 오래 활동해 오신 복지관 자원봉사자들로부터 제기가 되었다고 하는데, 왜 어르신들이 드시는 식사 한 끼의 단가가 2,000원인가 이것에 대해서 성과주의 예산이 말로만 그렇지 전략목표나 성과목표 단위사업 간의 연관성이 품목별 예산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이렇게 비판을 하셨고요. 구청에도 물어보고 서울시에도 물어보고 보건복지부에도 다 연락을 해서 이 양반이 물어봤는데 복지부 담당자는 지방 이양된 사업이라 지자체에 문의하라고 그러고, 시청에서는 단가가 낮은 것은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복지부에서 전부터 내려오던 단가라서 서울시가 그것을 올리면 타 지자체에 부담이 갈 수 있어서 고려해야 된다고 답변을 주셨다고 합니다.'(서울시 의회 회의록 중 이수정 의원의 발언내용)

 

타 지자체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좋은 일에서 모범을 보이는 것일 텐데 왜 그게 걱정이 될까? 또 이미 2005년에 지방이양된 사업에 전부터 내려오던 복지부의 기준이 중요한 이유는 뭘까?

 

의원의 문제제기에 대한 담당자의 발언도 들어보자

 

'그런데 급식지원사업은 사실 정부 부분 예산에 100% 의존을 꼭 해야 되겠느냐 이런 생각이 드는 부분이 사실은 있거든요. 이것은 지금 현재 약 135개소의 사회복지법인, 종교단체 등에서 참여를 하고 있는데 시 예산으로 정부가 충당해 주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일부 민간단체 등에서도 노력이 곁들여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서울시 의회 회의록 중 복지건강국장의 발언)

 

말하자면 우리는 할 만큼 하고 있으니 지역사회가 알아서 책임져라 인데, 시가 책임지지 못하는 걸 지역사회에 떠넘기는 근거는 뭘까? 서울시의 화려한 조명에 들어가는 돈보다 노인급식에 들어가는 돈이 더 아까운걸까?

 

인터뷰를 했던 복지관도 서울시가 지원하는 급식비에 약간의 돈을 더 보태 급식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지원단가로는 식사라고 할 수 있을 정도가 안 되는 것 같았다. 문제는 이 모든 비용이 전체로 보면 ‘국가예산’이다. 복지관에 지원된 비용의 일부가 다른 지출 항목으로 급식지원에 보태지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급식단가를 현실화하고 복지관지원이나 지역사회지원의 타당성을 따져 예산을 배분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으로 보인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 회의 이후 서울시의 급식단가는 500원 올랐다.

 

하루 한 끼 지원도 인색한데, 일요일에는 굶어라?

 

그런데 정작 더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일요일에는 급식이 안 되고 있는 것이다. 한 달에 25일. 일요일은 급식 배달이 없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한 일요일은 굶어야 한다. 월요일부터 토요일에도 배달되는 한 끼 식사로 두 끼니를 해결하기도 하고 세 끼니를 해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요일은 그조차 불가능하다.

 

서울시 복지 담당자의 태도로 미루어 서울시의 재정형편이 뒷받침이 안 되니 지역사회가 알아서 하던 하지 않으면 노인들은 굶어야 한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일요일 서울에서 4500여명의 노인이 굶고 있을 수도 있다.

 

결식아동의 경우 토, 공휴일 중식 및 석식은 국비로 지원된다. 다행이다. 다만 평일지원대상수 보다 주말 대상수가 더 적다. 이유는 평일에 밥을 챙기지 못하는 보호자들이 주말에는 밥을 챙길 수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 보호자가 없는 노인들은?

 

너무 인색한 거 아냐? 

 

365일 급식을 하기 위해서는 한해 6억9천만 원의 예산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우선은 추경예산편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마저 어렵다면 서울시의 예산을 다시 뜯어보아야 한다. 재가노인들의 주말 한 끼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몇 가지의 전시행정사업이 무산된다 하더라도 시민들은 서울시의 결정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쓸 곳에 제대로 쓰는 모습을 보여 달라. 그리고 이 모습이 다른 지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선행이다.

 

아이와 노인.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이다. 그러나 두 계층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사회가 보호자임을 자처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차이가 있다. 이 생각이 차별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는 현재의 노인들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해 왔다. 지금은 그 보호에 대한 보답이 필요한 때이다. 이것이 노인급식이 차별받지 말아야 할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출산장려책이 각 지자체별로 요란하게 시행되고 있다. 이유는 우리 세대를 책임질 미래세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태어나 성장한 미래세대가 우리에게 똑 같은 차별적인 대접을 한다면 항의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먹는 걸로.

 

지금 급식을 받는 노인들은 그저 그렇게라도 급식이 지급되는 것에 대해 감사해 한다고 한다. 그 노인들에게 그 급식을 마땅히 받을 권리가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 어쩌면 이 차별을 없애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공감하면 바뀐다-차별공감>이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인터뷰와 취재를 중심으로 작성한 기획기사로  우리 사회의 곳곳에 은밀히 감추어진 차별의 다양한 유형과 원인을 찾아 공개함으로써 시민들의 공감을 얻고, 그 공감대를 바탕으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사회에 제안하는 글입니다. 많은 시민들의 공감과 참여를 바랍니다.


태그:#차별, #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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