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안양 초등학생 유괴 실종 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정모씨가 범행을 자백했다고 알려진 가운데, 김병록 안양경찰서 형사과장이 17일 오후 고 이혜진양과 함께 실종된 우예슬양도 수색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안양 초등학생 유괴 실종 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정모씨가 범행을 자백했다고 알려진 가운데, 김병록 안양경찰서 형사과장이 17일 오후 고 이혜진양과 함께 실종된 우예슬양도 수색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안양 초등학생 유괴·살인사건을 수사중인 경찰 관계자가 "실종사건 초기부터 피의자 정아무개(39)씨에 대한 혐의점을 포착했으나 정씨의 행적도 확인하지 않고 수사에서 배제했다, 경찰의 실수였다"며 사건 수사의 전말을 공개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부실수사한 경찰을 하늘에서 혜진이·예슬이가 도왔습니다. 그 덕분에 사건이 해결된 것이었지요. 부끄럽고 부끄럽습니다."

위 글은 수사본부 직원이라고 자신을 밝힌 A씨가 지난 24일 <연합뉴스>에 보내온 이메일 내용 중 일부다. 이는 그동안 언론에서 지적돼 온  것과 같이, 초동수사에 문제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수사본부 일선 수사관이라고 밝힌 A씨는 ▲CCTV에 찍힌 여자아이를 오인해 수사하느라 1개월을 허송세월한 점 ▲경기청 간부들이 안양서 일선 수사형사들에게 막말을 퍼부으며 독선적인 수사를 진행한 점 ▲경찰대학 출신 지휘부와 일선 형사들의 갈등 등을 지적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부실수사를 주장한 경찰 수사관은 "수사초기 1차 탐문수사 당시 정씨가 5일 정도 집을 비운 것을 확인했고 부녀자 성추행 제보도 있었다"며 "하지만 '실종당일 대리운전을 했다'는 정씨 말만 믿고 확인도 안한 채 수사에서 배제했다"는 것이다.

또 "2개월 뒤 군포·수원 부녀자 실종사건의 용의자 정씨가 안양8동에 살고 있다고 군포수사본부가 알려와 2차 수사를 했지만 이번에도 집안 수색과 혈흔반응을 실시해 증거가 나오지 않자 또 다시 수사를 접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 초등학생 이혜진, 우예슬 양 유괴·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정아무개(39·대리운전기사)씨가 사건 발생 82일만인 16일 밤 충남 보령에서 검거된 뒤 안양경찰서에 압송되고 있다.
 경기도 안양 초등학생 이혜진, 우예슬 양 유괴·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정아무개(39·대리운전기사)씨가 사건 발생 82일만인 16일 밤 충남 보령에서 검거된 뒤 안양경찰서에 압송되고 있다.
ⓒ 선대식

관련사진보기


이번 사건과 관련 해서도 경찰 수사관 A씨는 "정씨 검거의 결정적 단서가 된 렌터카 관련 수사도 이미 2월초부터 착수했지만 한달동안 렌터카 대여목록만 뽑아놓고 확인도 하지 않았다"며 "창피한 이야기지만 12월 25일 렌터카 명단에서 우연히 정씨 이름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정씨의 당일행적 확인도 안했다"고 고백했다.

더욱이 경기청 지휘부에서 '무조건 잡아오라. 다 자백한다'며 다그쳐 긴급체포를 했으나 증거도 없이 체포해서 자백이 늦어졌고 하마터면 구속영장도 받아내지 못할 뻔 했다"며 "담당검사가 이런 드라마 같은 수사가 어디 있느냐고 비꼬았을 정도" 였다는 것.

수사본부를 취재중인 <연합뉴스> 기자는 "수사관계자의 제보가 본사로 들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메일을 보낸 관계자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취재중인 경인지역권 지방일간지 취재기자들도 "결국 터질 게 터진 것 아니겠느냐"면서 "그동안 수사본부 공식 발표가 되지 않은 정보가 경기청, 경찰 관계자 등 여러 경로를 통해 흘러 나오는 등 수사 과정에서의 문제점이 노출돼 우려가 됐었다"고 말했다.

A씨의 지적외에도 이번 사건을 통해 군포 B여인 실종사건과 관련 피의자 정씨가 마지막 핸드폰 전화 통화 당사자로 용의선상에 올려졌던 인물이었던 것을 배제했으며 안양 인덕원에서 실종된 중국동포 실종 사건에 대해 뒤늦게 공개하는 등의 부실수사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정씨는 군포 여성 실종사건과 성폭행 사건 등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돼 2004년과 2007년 2차례나 군포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지만 두 어린이 사건을 수사하는 안양경찰서에서는 한달이 넘도록 이같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

초등생 유괴,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용의자 정씨의 영장실질심사가 있는 19일 오전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군자천에서 해병대 전우회와 HID 회원들이 우예슬양 사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초등생 유괴,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용의자 정씨의 영장실질심사가 있는 19일 오전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군자천에서 해병대 전우회와 HID 회원들이 우예슬양 사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지난 2004년 군포 금정역 인근에서 실종된 B여인은 피의자 정씨와 마지막으로 4차례 전화통화를 한 뒤 연락이 두절됐고 경찰은 정씨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 당일행적이 불분명한 사실과 거짓말탐지기 거짓반응 등을 확인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풀어줬었다.

결국 두 어린이 실종 80여일만에 붙잡힌 정씨가 "군포에서 실종된 40대 여성도 내가 살해했다"고 자백함에 따라 추가 범행이 뒤늦게 밝혀지는 사태를 빚고 있다.

이와관련 경찰의 한 관계자는 "경찰의 내부 속성상 비일비재한 범인 검거에 따른 특진을 둘러싸고 빚는 갈등이 결국 수사과정의 문제까지 외부로 노출되는 사태를 발생시킨 것 같아 창피하기 짝이 없다"며 "결국 누군가 책임을 질 문제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숨진 우예슬양으로 추정되는 시신의 머리에 해당하는 일부를 오늘(24일) 오전 7시 50분께 시흥 군자천 하류인 시화호 부근의 매립지 공사현장에서 발견하고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보내, 유전자 감식에 들어갔다.

그러나 아직 우예슬 양의 시신이 다 발견되지 않은 상태로 시신을 부모에게 인계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 또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경찰 수사본부는 피의자인 정씨가 지난 2004년 군포에서 40대 여성을 살해했다고 자백함에 따라 강도높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3일 밤에는 군포경찰서 수사 관계자들이 새벽 2시까지 조사를 벌이기도 했으나 아직 별다른 성과는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찰은 이번 안양 초등생 유괴·살해 사건뿐 아니라 군포 여성 실종사건 등 피의자 정씨와 관련된 모든 사건 일체를 25일 수원지검에 송치할 계획이다. 이와관련 경기경찰청 수사본부는 25일 오전 10시께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태그:#안양, #어린이실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