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페널티킥 얻어냈다. FC서울이 관리하는 동북고 선수들이 페널티킥을 얻어낸 뒤 좋아하고 있다. 잠시 뒤 페널티킥은 U-16 청소년대표 주전골키퍼인 권태안(골대 가운데 검은색 상의)의 선방에 막혔다.

▲ 와! 페널티킥 얻어냈다. FC서울이 관리하는 동북고 선수들이 페널티킥을 얻어낸 뒤 좋아하고 있다. 잠시 뒤 페널티킥은 U-16 청소년대표 주전골키퍼인 권태안(골대 가운데 검은색 상의)의 선방에 막혔다. ⓒ 이성필


경기를 보는 내내 3년간 타이틀 후원사로 주요 경기를 중계한다는 SBS(서울방송)가 큰 행운을 잡았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지난 22일 오후 전국 네 도시에서 클럽축구의 한 획을 긋는 리그가 시작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회장 곽정환), 대한축구협회(회장 정몽준)가 주최하고 각 K-리그 팀들이 주관하는 'SBS 고교클럽 챌린지 U-18리그'가 열린 것.

8개 프로팀 산하의 고교 팀이 참가하는 U-18리그  

동래고(부산 아이파크), 풍생고(성남 일화), 동북고(FC서울), 매탄고(수원 삼성), 대건고(인천 유나이티드), 현대고(울산 현대), 광양제철고(전남 드래곤즈), 포철공고(포항 스틸러스) 등 8개 프로팀 산하의 고교 팀들이 참가하는 U-18리그는 경기력 향상과 클럽 시스템 정착을 목적으로 올해 새롭게 시작됐다.

이날 전국에서 열린 네 경기 중 수원월드컵보조구장에서 열린 매탄고-동북고의 경기는 단연 관심을 모았다. K리그에서 '라이벌임을 강력하게 부인하는' 수원 삼성과 FC서울이 관리하는 팀들의 경기라는 점과 올해 창단한 신생팀과 이회택 축구협회 부회장,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코치 등 국가대표 및 다수의 프로선수를 배출한 전통 명문의 겨루기라는 점에서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경기장에는 4백여 팬들이 관중석을 메우며 U-18리그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줬다. 특히 주말을 맞이해 많은 수원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매탄고를 열렬히 응원했다. 이에 못지 않게 동북고도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소수의 서울팬이 모여 손뼉을 치며 성원을 보냈다. 흥미로운 겨루기답게 관중석에는 수원의 차범근 감독, 이임생 수석코치, FC서울의 김성남 코치, 축구협회 이영무 기술위원장 등 한국축구를 대표하던 인물들도 보였다.

경기도 프로팀처럼

볼이 어디로 갈까? 수원 삼성이 운영하는 매탄고 선수와 FC서울이 운영하는 동북고 선수가 볼의 궤적을 쫓고있다. 매탄고의 유니폼은 수원과 똑같다. 동북고는 전통적인 유니폼을 그대로 착용하고 있다. 동북고의 한 학부모는 "동북고의 역사가 깊어 전통을 상징하는 유니폼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 볼이 어디로 갈까? 수원 삼성이 운영하는 매탄고 선수와 FC서울이 운영하는 동북고 선수가 볼의 궤적을 쫓고있다. 매탄고의 유니폼은 수원과 똑같다. 동북고는 전통적인 유니폼을 그대로 착용하고 있다. 동북고의 한 학부모는 "동북고의 역사가 깊어 전통을 상징하는 유니폼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 수원 삼성

전원 1학년으로 구성된 매탄고는 18명 선수 중 3명이 부상당한 데다가 등록규정 때문에 3명이 빠지면서 12명의 선수로 경기를 치러야 했다. 자칫 부상선수라도 생기거나 경고를 받아 누적되기라도 하면 다음 경기 출전도 힘든 상황이었다.  

전반 3분 매탄고의 정재민이 페널티 지역 중앙에서 드리블한 뒤 가볍게 오른발로 골대 그물을 가르며 1-0을 만들었다. 하지만 7분 뒤 동북고의 주장 김상필이 동료의 패스를 잘 받아 침착하게 오른발로 슈팅, 1-1 동점을 만들었다.

연이은 득점이 터지고 눈을 뗄 수 없는 속도의 경기 흐름이 지속되자 관중석 분위기는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한 관중은 "돈을 지불하고 들어와도 아깝지 않을 경기"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영무 위원장도 "또래 고등학생 선수들과는 수준이 다르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경기 종료 때까지 경기장 풍경은 K리그 수원-서울의 축소판처럼 돌아갔다. 서로 반칙으로 경기가 중단되면 코칭 스태프들이 대기 심판석까지 달려나와 격렬한 항의를 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특히 동북고의 세트피스 찬스가 나오면 "우~ 우~"하는 수원 팬들의 작은 야유가 저절로 나왔다.     

후반 35분 상대의 자책골에 힘입어 매탄고가 2-1로 앞서갔지만 동북고 미드필더 이광진이 경기 종료 직전 그림 같은 프리킥을 골로 연결하며 드라마 같은 2-2로 종료됐다. 손가락을 흔들며 관중석으로 뛰어와 세리머니를 펼치는 이광진은 작은 박주영처럼 무릎을 꿇고 하늘 위로 두 손을 들며 환호했다.

경기 내내 동북고 공격수들을 찰거머리처럼 붙어다니며 수비해 관중으로부터 "15번 잘한다!" 소리를 수차례 들었던 매탄고 왼쪽 측면 수비수 조준형(16). 그는 "우리는 전원 1학년으로 구성됐다. 동북고 형들이 대학생들하고 경기했다면서 썩 잘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다소 과감한 경기 소감을 털어놨다. 아이러니하게도 조준형 선수는 1980~90년대 럭키금성, LG치타스(현 FC서울)의 명수비수로 이름을 날렸던 조병영(42)씨의 아들이다.

넘어야 할 산은 아직 있다

개막전을 살피러 온 프로연맹의 양태오 운영부장은 "학원팀들의 견제로 전국대회 참가가 힘든 프로팀 산하의 중·고교 팀들에게는 주말리그가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드래프트에 앞서 4명을 우선지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만큼 프로팀들이 빨리 창단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선수들도 만족하는 눈치였다. 동북고의 김상필은 "토너먼트 대회가 아니라는 점이 가장 기쁘다"며 "전국대회에 나가면 판정이 학원축구팀으로 기울어 많이 힘들었는데 프로리그는 그런 것이 없어서 좋다"며 U-18리그의 출범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긍정적인 평가 속에 순조롭게 U-18리그가 출범했지만 보이지 않은 문제점도 있는 게 사실이다. 프로팀 연고지에 있는 다른 학원축구팀들의 반발을 가라앉혀야 하는 것이 급선무다. 몇몇 구단의 경우 창단하겠다는 소식이 전파되자 "우리 학교에 창단하라"는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고심 끝에 새로운 학교에 새 팀을 창단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자 기존 학원 축구팀들이 "형평성에 어긋난다" "학원축구 죽이기"라며 반발해 결국 연고지 단체장이 직접 중재에 나서거나 용품 지원 및 발전기금 지급으로 마무리되는 상황이다.

현재 팀 창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팀들 대다수가 이런 문제를 안고 있다. 모 구단 관계자는 "프로연맹은 중·고교 팀을 만들지 않으면 스포츠토토 수익금을 배분하지 않겠다는 엄포만 놓지 말고 직접 연고지에 내려와 상황을 한번 봤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많은 관심 속에 출발한 U-18리그는 2개 조(수도권, 남부지역 클럽팀)로 나눠 7월까지 주말에 홈 & 원정으로 팀당 12게임씩 치른 뒤 우승팀을 가린다. 저학년 선수들의 기량 향상 및 경기감각 유지를 위해 '저학년리그'도 함께 열린다.  

U-18리그 매탄고 동북고 수원 삼성 FC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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