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아이들 데리고 한강변 나와서 강바람도 쐬고, 운하에 대한 고민도 하고…. 참 좋네요."

 

22일 토요일 오후, 여의도 한강변은 손잡고 함께 걷는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들은 봄 나들이를 온 듯했지만, 걸으면서 한 목소리로 "운하 반대"를 외쳤다.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한강고수부지에서 '거북이 가족 걷기 한마당'이 열렸다. 매년 3월 22일 열리는 '물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다. 올해는 뜻을 하나 더 보탰다. 물 부족을 낳을 수 있는 '한반도 운하' 건설이 갖는 문제점들을 시민들과 함께 고민해보자는 것. 이를 위해 여의도에 시민들 2000여 명이 모였다.

 

박용신 '운하 백지화 국민행동' 상황실장은 "운하가 추진될 예정인 4대강은 온 국민의 식수원이며, 살아가기 위해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는 삶의 터전"이라며, "국민의 60%이상이 반대를 하는데 국민이 몰라서 그렇다고 여기는 오만한 태도에 대해 시민들이 직접 나서보자는 취지에서 이번 행사를 열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물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4대 강 옆에서 전국적으로 동시에 열렸다. 환경연합·참여연대·운수노조 등 전국 365여 개 시민단체가 참여했다.

 

중학생 "물은 고이면 썩는 거 아니에요?"

 

 
행사도 다양했다. 거북이 가족 걷기 한마당'이 열리는 여의도 한강고수부지 입구에선 10대 여학생들이 몰려서서 외쳤다.
 

"여기 있는 티셔츠 좀 사 가세요"

 

"산으로 간 배는 오도 가도 못하고"란 글자가 적힌 티셔츠였다. 티셔츠를 팔던 김혜민(15)양은 웃음을 멈추고 또박또박 말했다.  

 

"운하 만들면요. 물도 더러워지고, 돈도 들고, 천연기념 동물들도 사라지고 그러잖아요. 물은 고이면 썩는 거 아니에요?"

 

행사장 곳곳에선 다양한 이벤트가 벌어졌다. 참여연대는 재미난 소품과 함께 '즉석 사진 찍기' 행사를 벌였다. 여성환경연대는 '천연치약만들기' '생태미술체험'을 진행했다. 아이들은 그 앞을 떠나지 못했다.

 

행사장 앞에서 사진을 찍는 한 가족이 눈에 익었다.  나의 고등학교 은사였다. 두 아들을 데리고 참석했다는 김영삼 교사는 말했다. 

 

"이제 갓 초등학생이 되었는데 아이들이 운하에 대해 뭘 알겠어. 운하를 말로 설명한다고 해서 이해할 수 있는 나이도 아니고. 그래서 이렇게 같이 나와서 사람들의 모습을 한번 느껴봐라 이거지. 그러면 나중에라도 오늘 와서 본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도 있고, 사람들에게 말할 수도 있고 그런 거 아니겠어?"

 

경서중학교 교사 김승규씨는 학생들 80여 명과 함께 참가했다. 같이 걷고, 같이 '대운하'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에서다.

 

김승규씨는 "국민적으로 최대의 관심사인 대운하의 문제점에 대해 알리고, 물의 중요성을 학생들이 실감토록 하기 위해서 나왔다"며 "쟁점에 대해 일방적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반대의견은 뭐가 있고 찬성의견은 어떤지, 이런 것들을 학생들에게 알리기 위해 함께 왔다"고 말했다.

 

한반도 운하를 반대하는 정치인들도 참석해 목소리를 보탰다.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은 “운하는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정책"이라며,"21세기 지식경제시대에 맞게 지식의 운하를 쌓아야 하는데 왜 생명파괴 운하를 만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고 현 정부의 대운하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고진화 의원은 또  "운하를 관철하기 위한 '거수기 국회'를 만들 셈인가, 총선 전략도 수상하다"며, "불행한 일이 오지 않게 국민들과 함께 분명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대표도 "대운하는 대재앙이라는 것은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라며, "정치인들이 이를 무시하고 있는 작태에 대해서, 그래서는 안된다고 알리기 위해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모아 나왔다"고 밝혔다.

  

운하 건설이 친환경 사업으로 둔갑

 

오후 2시, 첫 번째 행렬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서강대교부터 양화대교까지 약 5㎞ 거리를 걸어야 했다.

 

걷기에 앞서 단상에 오른 이영자 '2008 세계 물의날 기념 거북이 가족걷기 한마당' 공동추진위원장(카톨릭대 교수)은 "운하의 목적이 임기응변식으로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물류운송 등이 목적이라더니 이제는 하천 정비·수질 보전 같은 친환경적인 사업으로 둔갑하는 해괴망측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영자 위원장은 또 "머리가 나쁜 건지, 양심이 없는 건지, 아니면 머리가 나쁘면서 양심이 없는건지 모르겠다”며 "정부는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논리로 오만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데, 누구 말처럼 그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기 위해 이 자리에 나온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시민들은 "왜 하니 운하"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난 운하 반댈세"라고 쓴 박스를 머리에 뒤집어 쓰고 걸었다.

 

1시간이 좀 넘자 제일 앞에 출발했던 선발진이 다시 행사장으로 돌아왔다. "한강은 흐른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손에 들고 앞장서서 걸었던 경서중학교 학생들이 말했다.

 

"운하는 안 돼요. 물은 참 소중하니까요." 

 

 

 


태그:#대운하, #걷기 대회, #물의 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