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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몰입교육[국민깜짝놀림사]: 원래는 '영어 (수업) 시간을 좀 더 늘리자'는 뜻으로,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는 것을 비유적으로 가리킬 때 쓰는 말. 비슷한 말로 '손바닥 뒤집듯하다'와 '양치기 소년' 등이 있음.

 

20일 오후 교육과학기술부 업무보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밝힌 '영어몰입 교육'에 대한 발언을 국어사전에 올린다면 위와 같이 정리할 수 있을까?

 

대통령직인수위 시절부터 '어륀지'로 희화화되며 온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 온 영어몰입교육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이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 동안의 '강행 의지'와 비교해보면 너무나 급작스런 방향 전환이어서 처음엔 오보가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당장에라도 '영어 잘 하는 사람들만의 나라'로 만들 것처럼 온 나라를 영어로 도배하겠다고 들쑤셔 놓은 게 불과 한 달여 전이 아니었던가! 때문에 '총선을 앞둔 정치적 계산'일 것이라는 생각이 뒤를 이은 건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웠다.

 

영어 과외에 유학 준비까지... 이 모든 게 오해?

 

영어몰입 교육 보도가 나오던 당시 나는 겨울방학 보충수업 중이었다. 보도를 접한 아이들은 하나같이 "이제 논술 대신 영어 공부만 죽어라 하면 되겠네요?"라며 묻곤 했다. 그나마 자신들은 졸업이 멀지 않은 고등학생이라 직접적인 영어몰입 교육의 피해자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문제집을 펼치는 영악한 아이들도 있었다.

 

새 학년이 시작된 지난 주에는 가정방문을 다녔다. 이번에는 영어몰입교육의 실제 대상자인 갓 입학한 중학교 1학년들의 학부모들을 만났다. 학부모들은 누구랄 것 없이 "영어 공부를 어떻게 시켜야 하느냐"며 걱정을 쏟아냈고 조언을 듣고자 했다.

 

학원을 보내거나 영어만 과외를 시키는 집들도 꽤 있었다. 영어몰입 교육의 여파가 경기 남부 소도시에까지 위력을 떨치고 있음을 직접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 앞에서 국어 교사로서 느끼는 무력감과 참담함은 차라리 소박했다.

 

그런데 하루 아침에 그것이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는 먼 훗날의 이야기"가 돼 버렸다. 영어몰입 교육에 대처하기 위해 학원 수강증을 끊고 교재를 구입하고 과외 교사를 구하고 유학 신청을 한 것 등이 영어몰입 교육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게 지난 20일 대통령의 말이다.

 

'어륀지' '굳모닝' '썰번트'하며 혀 꼬부라진 소리를 하던 게 바로 어제까지의 일인데 모두 오해라고 한다. 졸지에 국민들은 대통령의 말귀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꼴이 돼버렸다.

 

교육 정책으로 국민 사육하려 들지 마라

 

하지만 대통령의 뒤늦은 해명(?)이 국민들의 '이해'로 곧장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대통령은 말 한마디로 영어몰입 교육의 '오해'를 해명했다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한 의구심을 순순히 거둘 수 없게 됐다.

 

오히려 불안은 깊어지고 의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원칙도 철학도 없는 '그때 그때 달라요' 식 교육 정책이 가져올 미래가 염려스러운 것도 그 때문이다.

 

한 달 사이에 (영어) 공교육 정책을 쓰나미 급으로 흔들어대는 정부를 어느 국민이 기꺼운 마음으로 믿을 수 있겠는가. 그 고통을 고스란히 받아 안기에도 벅차고 힘든 상황에서 교사라는 이름으로 아이들과 학부모를 대면하는 일은 저리고 아프다.

 

교육(정책)이라는 허울로 교사·학생·학부모를 '사육'하려드는 정부는 신뢰 받을 수 없다. 대한민국 국민은 송나라 사람 저공(狙公)이 도토리로 조삼모사(朝三暮四) 희롱하며 키웠다는 원숭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태그:#영어몰입교육, #오륀지,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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