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아무리 3김의 영향력이 막강했다 하더라도, 당명 자체가 친YS당·친DJ당·친JP당인 적은 없었다.

 

절박해서였을까?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 의원들이 탈당 후 새로운 정당을 기반으로 총선에 임하면서 당명에 아예 '친박'을 선명하게 부각시켰다. '친박(미래)연대'가 아예 당 이름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로써, 박근혜 전 대표는 어떤 의미에서는 3김도 뛰어넘어버렸다. 제왕적 총재 개인의 카리스마와 제왕적 총재의 고향 여부에 따른 지역 기반이나 정서가 위력을 발휘한 적은 있어도, 앞서 이야기했듯이 당 이름 자체에 계파 보스의 성을 따온 적은 유례가 없던 일이기 때문이다. 정치사에 남을 만 하다.

 

박근혜, 3김을 뛰어넘다?

 

그래서 선관위 관계자도 "당명이 노골적으로 특정인을 연상하게 할 수 있어 법규해석과에서 검토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근혜 죽이기'라고 다시 주장할지도 모른다. 이들의 현실적인 고민은 이해가 간다. 이들이 의지할 것은 오로지 '박근혜'라는 이름 석자기 때문이다.

 

물론, 나름대로 지역구에서 오랫동안 의원직을 유지했던 이들도 있으며, 지명도가 높은 이들도 있다.

 

하지만, '공천 탈락'을 명분으로 급조정당을 만들었다가 몰락한 사례로 '민주국민당'이 있다. 그 산 증인이 현재 국무총리로 재직 중이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민주국민당'을 주도했던 한나라당의 옛 터줏대감이 어떻게 '빈 배'를 타고 정계를 떠났는지도 마찬가지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중심이 필요했을 것이다. 어차피 이들이 뭉칠 수 있는 키워드도 오로지 '박근혜'라는 그 이름 석자에 있다.

 

지역으로는 대구·경북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한나라당이 여당으로서 철옹성을 과시하고 있으며, 이명박 대통령의 '대통령 프리미엄'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성공하면 김종필 전 총리의 자유민주연합 정도의 위치를 노려볼 만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정말로 가능할까? 앞서 이야기했던 '민주국민당'의 사례가 너무 확고하게 와닿는다.

 

그리고 민주국민당이 처참하게 몰락했던 그 당시, 자유민주연합도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하면서 그로부터 4년 뒤에는 군소정당으로 전락했다가 한나라당과 통합됐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가까운 역사적 사례로 보면, 유리하게만 해석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박근혜' 외엔 아무것도 없는 '친박'의 한계

 

정당이 창당될 때에는 독자적인 명분과 이념, 그리고 그것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민주국민당이 왜 뭔가를 해보기도 전에 몰락했을까.

 

다른 게 아니다. '공천 탈락'이 아니면 안락한 거대정당에서 나와야 할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 '밥그릇 논리' 때문에 급조정당을 만들었던 티를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속사정은 어떨지 몰라도 '공천 탈락'의 회오리는 '친박' 측만 직격탄을 맞은 것도 아니다. 외양상으로는 '친이'도 직격탄을 맞았다.

 

지역기반이 철옹성처럼 확고하거나 상대 후보가 너무 허약하다면 모를까, 이른바 '친박연대'의 출현으로 한나라당으로서는 고향과도 같던 지역에서도 사력을 다해 총선에 임할 것이다. 오히려 경각심을 더 유도했다고 해야 할까? 고향과도 같은 지역이라고 한나라당이 허술하게 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생긴 것이다.

 

물론, 한나라당과의 차이점을 부각하기 위해 '한반도 대운하 반대'를 내세우며 '대운하 전선'에 합류한 것은 나름대로 영리한 판단이었다. 박근혜 전 대표도,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아버지의 이름'까지 운운하며 다소 모욕적으로 대꾸했음에도 반대 의견을 내세웠다는 사실도 주지했을 듯하다.

 

하지만, 대선 이후 지금까지 꿀먹은 벙어리마냥 있다가 자신들의 밥그릇 문제가 달리면서 '대운하 반대'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이들이 '한반도 대운하 반대'를 외쳤다는 자체가 큰 주목을 받기는 어려울 법하다.

 

이들이 '친박연대'라고 당명을 정했듯이, 사람들이 이들의 탈당에 주목하는 이유 역시 '박근혜'라는 이름 석자 때문이지, 이들이 '한반도 대운하'에 어떤 정견을 표시했는지가 중요했던 것은 아니다.

 

'대운하 반대전선'이 확대된 것 자체는 주목할 만하며, "여당 의원들조차 이견이 분분했다"는 근거는 제공할 수 있어도, 이들이 과연 '대운하 반대전선'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아니, '한반도 대운하'라는 것에 대해 관심은 있을까? 이번 총선에서 '한반도 대운하'의 향방을 살펴보려면, '대운하 전도사'를 자처하는 이재오 의원과 맞대결하는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를 주목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한반도 대운하'에 찬성했다면, 이들이 탈당과 함께 '한반도 대운하 반대'를 외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결국, '한반도 대운하 반대전선'에는 명분을 제공했지만, 본인들은 여전히 '박근혜'라는 이름 석자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그렇듯 이들의 국회의원직을 좌지우지할 '박근혜'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세키가하라 전투'를 꿈꿀 박근혜, 하지만...

 

외양상, 박근혜 전 대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고개를 숙인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전례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울지 않는 새'의 이야기로 비춰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이미지 자체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새를 울게 만든다"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그런 인물의 영향력 아래에서 내일을 기다리자면 역시나 "울 때까지 기다리겠다"를 선택할 만도 할 것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전 대표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세키가하라 전투'일 것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은 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이시다 미쓰나리와 대결해 승리해 일본을 거머쥔 계기가 된 전투다. 5년 뒤, 누가 '한나라당의 이시다 미쓰나리'가 될지는 몰라도, 일단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이미지를 선점하는 것은 중요한 일일 수도 있다.

 

거기에, 외양상으로 역사적 이미지를 한가지 더 추가하자면, 조조의 보호 아래 허수아비로 전락한 황제를 구출하기 위해, 조조 측을 떠나 그에 걸맞은 힘을 키워 맞상대하려던 유비의 이야기를 떠올릴 만하다.

 

관우가 형주에서 패배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그 복수전을 벌이면서 촉의 국력을 사실상 기울이게 만들었던 유비의 오 정벌이 아니었더라면 그 힘을 착실하게 키운 촉한도 '세키가하라 전투'를 벌였을지도 모르는 일.

 

그렇다면, 저 <삼국지연의>에서처럼 '친박연대' 참여 의원들도 '황제'로부터 밀지를 받았을까?

 

유비가 황제로부터 인정받아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했던 '황숙'이라는 호칭에서 엿볼 수 있는 정통성으로부터의 명분, 과연 '친박연대'도 얻었던 것일까? 그리고 박근혜 전 대표가 <삼국지연의> 속의 황제와 같이 '한나라당'과 대구 경북을 벗어나서도 막대한 명분이 될만한 인물일까?

 

이렇듯 '물음표 행렬'은 끝이 없다. 하지만, '친박연대' 참여 의원들은 역사적 사례로부터 짚어본 이 질문들에 대해 제대로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 '물음표 행렬'은 그래서 나열해본 것이다. 애초부터 '공천 탈락'을 명분으로 나섰기 때문에, '국민'을 운운해봐야 서로 민망한 일이다.

 

그들에게는 마땅한 공약도 정책도 비전도 없으며, 오로지 '박근혜' 뿐이다. 하지만 그 '박근혜'도 그 영향력에 있어서는 3김만 못하며 특정지역에 지나치게 함몰돼 있다. 이래서야 어디 '세키가하라 전투'를 벌일 판을 제대로 만들 수는 있을까?

 

'실직'에 대한 정치인의 특권

 

서민들은 일자리를 구하려 해도 비정규직만을 마주하게 된다. 물론, 국회의원들도 4년에 한번씩 심판을 받는 '기간제 비정규직'이라고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어디 비할 바가 되나. 안정적으로 지급되는 막대한 세비에 그래도 '4년'은 확고하게 보장받는 근무기간, 그리고 부여받는 권력과 영향력, 비교할 수가 없다.

 

그런 그들도 '실직 위험' 앞에서는 이렇듯 단체행동에 나서며 언론을 통해 전국민에게 눈물 흘리며 하소연한다.

 

이것조차도 정치인의 특권이다. 우리같은 서민들이 직장에서 해고됐다고 그들처럼 단체 회합을 하거나, '친박연대'와 같은 조직을 만들면서 이전 직장을 마음껏 비난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마침, '백골단'도 부활한다는데 두들겨 맞지나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박근혜'에 매달려 본인의 '공천 탈락'만 억울해하는 이들의 시선으로는 상상해볼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명분도, 정책·이념·비전도 선명하지 않다. 비슷한 사례들을 돌아봐도 민주국민당이나 자유민주연합만 눈에 보인다.

 

과연, '친박연대'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내 눈에는 '실직'에 대한 항변도 단체행동도, 조직 구성도 마음껏 해도 '불법'도 아니고 '백골단'도 찾아오지 않는 '정치인'이라는 사람들의 특권만이 생생하게 들어올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친박, #친박 미래연대, #이명박, #위기의 친박, #백골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