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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푸른 빛이 돋아나지 않은 산길에 노랗게 활짝 핀 생강나무꽃
▲ 생강나무꽃 아직 푸른 빛이 돋아나지 않은 산길에 노랗게 활짝 핀 생강나무꽃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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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바람은 어느새 간데없다. 따스하게 부서지는 햇살은 나를 가만 두지 않는다.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조금이라도 남쪽으로 내려가면 봄꽃들을 하나라도 더 볼 수 있을 거라는 욕심에 여수 화양면 봉화산(371m)에 가기로 하였다.

구불거리는 22번 지방도를 타고 달리다 보니 붉은 깃발들이 도로 양편으로 서있다. 도로 위로 산에는 ‘화양지구골프아일랜드존사업지구’라는 표지판을 커다랗게 세워놓았다. 이곳은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 화양지구로 개발사업이 한창이다. 백야도 가는 길에서 벗어나 장수리로 향했다. 해안을 따라 구불구불 따라가다 여수요양원이라는 작은 표지판을 보고 시멘트 포장길로 올라섰다.

노란 생강나무 꽃이 반겨주는 산길

산길 내내 노란꽃이 피어 길을 가로막고서 보고가라고 한다.
▲ 산길에 핀 노란 꽃 산길 내내 노란꽃이 피어 길을 가로막고서 보고가라고 한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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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는 여수요양원 주차장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가면서 시작한다. 막 들어서자마자 노란 생강나무 꽃이 반긴다. 아직도 갈색 옷을 벗지 못한 숲속에 점점이 피어있는 노란색은 걸음을 멈추게 한다. 향기를 맡아본다. 풋풋하고 은은한 향기가 코끝을 스쳐지나간다.

노란생강나무 꽃은 김유정의 유명한 단편소설 <동백꽃>이 생각나게 한다. 소설속 무대인 강원도에는 붉은 동백은 피지 않고 노란 생강나무꽃을 동백꽃이라고 부른단다.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 소설 <동백꽃>중에서

남쪽을 바라보고 있는 산비탈은 아직 꽃들을 피우지 못하고 있다. 노란양지꽃, 하얀 남산제비꽃 두 송이, 그리고 피다만 솜나물이 전부다. 산길은 봄 가뭄으로 건조해서인지 푸석푸석하다. 누가 만들었는지 석축을 쌓아 갈지자로 만들어진 길은 산정까지 계속 이어진다.

옛날의 통신수단인 봉수대

그렇게 30분 올랐을까? 산정으로 잘 놓은 나무계단 길. 그 끝에 봉수대가 하늘을 보고 있다. 백야곶 봉수대다. 봉수대 위는 5m정도의 동그란 원에 1m정도 돌담을 쌓아 놓았다.

봉수대 원형을 잘 복원되어 있으며, 상당히 크다.
▲ 백야곶 봉수대 봉수대 원형을 잘 복원되어 있으며, 상당히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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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갈 수 있도록 계단을 만들었으며, 둥그렇게 돌담을 쌓았다.
▲ 봉수대 올라갈 수 있도록 계단을 만들었으며, 둥그렇게 돌담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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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곶 봉수대(여수 화양면 장수리)는 조선시대 봉수로 중 제5거(第五炬)의 두 번째 봉수대로 동(東)으로는 시기봉(始起烽)인 돌산의 방답진 봉수대와 응하고 서(西)로는 고흥 팔영산 봉수대와 응했으며, 장흥 천관산, 진도 여귀산 등을 거쳐 서울 목멱산(南山)으로 전달했던 직봉(直烽)으로 전술상 요충지였으며, 이곳에는 봉수군 10명과 오장(伍長) 2명이 거주했다고 한다.<안내판에서>

근데 봉수(烽燧)로 어떻게 위급상황을 전달할 수 있을까? 안내판 설명에 의하면 평상시에는 불이나 연기를 한번 올리고, 적이 나타나면 두 번, 적이 가까이 오면 세 번, 적과 접전하면 네 번, 적이 육지에 상륙하면 다선 번을 올려 신호를 보냈다고 한다. 지금은 핸드폰 전화 한통이면 되는데···.

벌써 나비가 나왔네

봉수대에 서니 바다가 훤히 보인다. 백야대교를 지나 백야도, 개도 등 금호열도가 이어진다. 다른 한쪽으로는 낭도, 적금도, 조발도 너머로 고흥 팔영산이 우뚝 솟아있다. 바로 아래로는 장등해수욕장이 그림같이 펼쳐져 있다. 사람의 눈은 다 똑같은가 보다. 내가 서있는 이곳이 해양리조트와 골프장 등 대규모 관광단지로 개발된다고 한다.

바로 아래로 장등해수욕장이 그림같이 펼쳐져 있다.
▲ 산정에서 내려다 보면 바로 아래로 장등해수욕장이 그림같이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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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다본 바다가 아름답다.
▲ 봉화산 정상 내려다본 바다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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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나비가 나와 따듯한 봄을 즐기고 있다.
▲ 큰멋쟁이나비 벌써 나비가 나와 따듯한 봄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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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수대 바로 아래 평상에서 배낭을 벗어놓고 바다를 바라보면서 커피와 빵을 먹었다. 팔랑거리며 날아다니던 큰멋쟁이나비가 돌멩이 위에 내려앉는다. 나비가 벌써 나왔네. 무척 반갑기만 하다. 가까이 다가가니 날아갔다가 다시 내려서 앉는다.

할미꽃은 왜 무덤가에 필까?

하얀 솜털이 모피코트를 입은 듯 따뜻하게 느껴진다.
▲ 할미꽃 하얀 솜털이 모피코트를 입은 듯 따뜻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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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경치를 마음에 담고 자리를 일어섰다. 올라왔던 삼거리를 지나 고봉산 방향으로 가다가 내려가기로 하였다. 산능선을 따라 편안하게 이어지는 길은 걸어가는 기분을 좋게 한다. 아래로 바닷가와 해안도로가 같이 따라가고 있다.

하얀 솜털이 예쁘다.
▲ 할미꽃 하얀 솜털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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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도 올라갔던 길과 마찬가지로 바짝 마른 산길을 구불거리면서 내려간다. 다 내려서니 고봉산에서 오는 길과 만나고 옆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면 처음 등산로와 만난다.

산길 바로 옆 무덤가에 할미꽃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아직 활짝 피지는 않았지만 하얀 솜털을 잔뜩 펼친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런 꽃 모양 때문에 할미꽃을 백두옹(白頭翁)이라고도 한다.

왜 할미꽃은 무덤가에 필까? 할머니와 손녀딸의 슬픈 전설 때문일까? 뿌리를 땅속 깊이 뻗고 살아가는 할미꽃은 건조하고 거친 곳에서도 잘 자란다. 이른 봄 일찍 꽃을 피우는 할미꽃이 햇볕을 많이 받으려고 큰 풀이 없는 무덤가를 택했는가 보다. 죽은 사람을 위한 공간이 할미꽃에게는 삶을 위한 공간인 셈이다. 사는 곳이 척박해도 경쟁자가 적으면 살아 갈만 한가 보다.

쑥국 맛있게 끓여 줄께

산을 내려와서는 아내가 쑥이 많이 나왔다고 한다. 등산용 칼을 준비하고 까만 봉지를 펼치더니 쑥을 뜯기 시작한다. 바닷가에 자라는 쑥은 향기가 더 많다고 한다. 잠깐 뜯었는데 한 봉지를 만들었다.

“오늘 저녁은 쑥국 맛있게 끓여 줄께.”

양지바른 곳에 쑥이 군데군데 돋아나고 있다.
▲ 쑥을 뜯는 풍경 양지바른 곳에 쑥이 군데군데 돋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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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여수 봉화산은 화양면 장수리에 있으며, 요양원에서 정상까지는 40분 정도 소요됩니다. 산을 돌아서 내려오기까지는 1시간 반 정도면 충분합니다. 가볍게 산행도 하고 장등해수욕장에서 바다를 산책할 수 있습니다.



태그:#전남, #여수, #봉화산, #할미꽃, #생강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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