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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난 사랑에 목숨 걸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다시 묻는다면, 서른 살을 넘어선 사람에게 그런 뜨거움이 남아 있는가?

 

바쁘면서도 알맹이가 쏙 빠진 맹탕 같은 삶. 줄기차게 달리지만 어디가 결승선인지 몰라 스퍼트를 낼 수 없는 모습... 그것이 뜨거움을 잃은 채 살아가는 우리들의 초상인 듯싶다.

 

진부한 연애 스토리 하나를 꺼내든다면... 대학교 2학년 때 고민의 수위가 넘어서 폭발하기 직전, 혼자 바닷가로 피신 간 적이 있다. 마침 그날 조별 모임이 있었고, 선배 한 명도 청량리역 근처에 볼 일이 있어 함께 기차를 기다려 줬다.

 

"왜 혼자 여행을 가니? 겁도 없이... 밤기차 타고..."

"그냥 혼자 견디기엔 벅찼어요. 바닷바람에 다 날려 버리려구요."

"..."

 

2년 동안 아무 관계도 아니었던 우리는 단지 여행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하나로 그렇게 연인으로 발전했다. 하나의 공통점이 불씨가 돼 둘 사이의 공기를 뜨겁게 달궈버린 것이다.

 

서른한 살의 지금, 과연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지체 없이 "노"라 답하는 슬픈 현실. 사랑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서로에 대한 설렘이 만남의 원인이 되고, 만남은 정을 만들고, 정은 사랑을 낳게 마련인데, 그 설렘이 일어나는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져버린 것이다. 외모가 멋지다고, 다정하다고, 어떤 공통점이나 연민이 생긴다고... 설렘이 만남으로 지속되지 않는다. 뭐 하나 거슬리면 '인연이 아닌가봐~'하고 한숨 한번 내쉬면 끝이다. 쉽게 설레고 맘을 열기엔 세상을 너무 알아버렸다고 할까?

 

우린 상처에 민감하다. 기억으로 엮어지는 세월은 본능적으로 스스로를 방어하게 만든다. 멋진 외모의 사람에겐 주위에 이성이 들끓음을, 겉으로 보이는 다정함이 속과 다름을, 서로에 대한 공통점이 만병통치약이 아님을 다 알게 되버린 것이다.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처럼...

 

특히 나란 사람이 얼마나 허술한가를 알게 되면서, 사람이 불완전한 존재임을 확신하면서 타인에 대한 신뢰도 무너지게 되는 것 같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호소하지만...

사랑은 그대로 있어도 사람의 마음이 변화무쌍이라는 무서운 진리를 깨달아 버리고 만 것이다. 예기치 못한 이별에 죽음의 문턱을 오가며 한동안 식음을 전폐한 채 지내던 시절이 왜 없었겠는가?

 

이젠 그러고 싶지 않다. 아니 그러려고 해도 스스로 생긴 방어기제가 내게 숨 쉴 공간을 남겨둔다. 그 사람이 떠나면 껍데기가 되는 나를 감당하기엔 너무 지쳐버린 것이다. 그래서 어른들이 적당히 맞으면 하루라도 빨리 연애하고 결혼하라고 하는 것이구나... 뼛속까지 느낀다.

 

하지만 결국 젊음이 좋다고 말하는 건, 뜨거움이  있었던 시절이 삶의 하이라이트로 기억되기 때문은 아닐까? 누군가 때문에 행복했던...그리고 죽을 것 같았던 기억, 세차게 가슴 뛰던 순간을 결코 지울 수 없다. 솔직히 사랑을 믿진 않는다.

 

하지만 내가 겪었던, 혹은 겪고 있는 힘든 세월을 어딘가에서 기진맥진 걷고 있는 그 사람... 나처럼 본인도 모자라면서 끊임없이 완벽한 상대를 추구하는 어리석은 사람... 이제 그를 넉넉함과 이해심으로 끌어안아줘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이해의 끈이 불씨가 돼 사랑을 일으켜 준다면 남은 시간들도 얼마나 뜨거울 수 있겠는가? 맹숭맹숭, 그럭저럭 무난하게 사는 것 보다 가슴 한 쪽에 뜨거움을 간직하고 산다면 조금은 손해보더라도, 때론 같은 실수에 가슴을 치더라도, 삶이 좀 더 재밌어 지지 않을까? 회춘할 것 같은 기분~

 

- 미지근한 스스로가 짜증나 잠 안오는 밤에... 오작

 

 

*세번째 에피소드 예고- 혼자 밥먹기의 달인 


태그:#노처녀 , #다이어리, #사랑,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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