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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이혜진양의 명복을 빕니다. [편집자말]
▲ "안녕... 혜진아..." 17일 오전 고 이혜진양의 영결식이 모교인 안양 명학초등학교에서 열렸다.
ⓒ 문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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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지 두 달여만에 숨진 채 발견된 이혜진양의 유가족들이 17일 오전 안양 명학초등학교에서 혜진양이 공부했던 교실을 찾아 빈 자리에 영정사진을 내려놓고 있다.
 실종된지 두 달여만에 숨진 채 발견된 이혜진양의 유가족들이 17일 오전 안양 명학초등학교에서 혜진양이 공부했던 교실을 찾아 빈 자리에 영정사진을 내려놓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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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지 두 달여만에 숨진 채 발견된 이혜진양의 친구들이 17일 오전 안양 명학초등학교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실종된지 두 달여만에 숨진 채 발견된 이혜진양의 친구들이 17일 오전 안양 명학초등학교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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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지 두 달여만에 숨진 채 발견된 이혜진양의 어머니가 17일 오전 안양 명학초등학교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오열하고 있다.
 실종된지 두 달여만에 숨진 채 발견된 이혜진양의 어머니가 17일 오전 안양 명학초등학교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오열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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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혜진이를 어디론가 끌고가 죽음에 이르게 한 건 어른이지만, 죽은 이양의 길을 마지막까지 배웅한 건 초등학생 친구들이었다.

고 이혜진양의 영결식이 17일 오전 모교인 안양 명학초등학교에서 열렸다. 병원 영안실을 떠나서 집에 잠깐 들린 후 이양의 시신이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친구들과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는 학교였다. 실종 70여일 만에 귀환. 그러나 이양은 사망한 채였다. 

전교생 900여 명은 운동장에 모여 이양의 영정 앞에 섰다. 영정 뒤에는 차가운 시신을 실은 영구차가 있었다. 아이들과 교사들은 영정 앞에 흰 국화를 한 송이씩 놓으며 "혜진아!"라고 불렀다. 대답이 있을 리 없다.

아이들은 눈물을 훔치며 영정 앞에서 뒤돌아섰다. 영정 뒤로 다가갈 수 없는 노릇이었다. 영정은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경계였다. '죽음'과 '실종'이란 단어가 낯선 아이들의 얼굴엔 당황함이 역력했다.

학교에는 아직도 혜진이·예슬이 찾는 리본이 나부끼는데...

죽음이 주는 아득한 이별이 뭔지 알고 있는 어른들은 서럽게 흐느꼈다. 이양의 어머니 이달순(42)씨와 아버지 이창근(47)씨는 70일 넘게 쳐왔을 가슴을 또 쳤다. 이날 자리를 함께 여러 학부모들도 이양의 부모들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 눈물은 분노를 불러오기도 했다. 

"우리 혜진이 불쌍해서 어떻게 해…."
"죄 없는 어린애를 지 마음대로 죽여!"

곳곳에서 욕설이 터졌고, 통곡은 이어졌다. 아이들은 어른들처럼 가슴을 치지도 후련하게 욕설을 내뱉지도 못했다. 곳곳에서 조용히 눈물을 닦아낼 뿐이었다. 교사들은 그런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했다.

말로 표현 못한 아이들의 심정은 학교 곳곳에서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학교에 심어진 나무에는 수많은 노란색 리본이 달려 있었다. 리본에는 이혜진·우예슬양이 빨리 돌아오길 바라는 아이들의 심정이 적혀 있었다.

실종된지 두 달여만에 숨진 채 발견된 이혜진양의 친구들이 17일 오전 안양 명학초등학교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흐느끼고 있다.
 실종된지 두 달여만에 숨진 채 발견된 이혜진양의 친구들이 17일 오전 안양 명학초등학교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흐느끼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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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진아, 예슬아 잘 있지?"
"우리 다시 건강하게 만나서 공부하자. 무사한 거지?"

혜진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는 단짝 친구 조미주(11)양이 읽었다.

"무서운 일이 왜 너에게 일어났는지 믿기지 않는구나. 지금도 하늘에 대고 사랑한다고 외치고 싶다. 가수가 꿈인 너, 하늘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 마음껏 불러라. 하늘나라에서 행복해라. 편히 쉬렴."

이연옥 교사도 "너의 흔적이 남아 있는 교실과 운동장은 그대로인데, 너만 하늘로 보내는 게 가슴 아프고 슬프다"며 "고통없는 세상에서 마음껏 뛰어놀길 바란다"고 수취인이 없는 편지를 읽었다.

영결식이 끝난 뒤 가족들은 이양의 영정을 들고 4학년 3반 교실로 들어갔다. 실종되기 전 이양은 4학년 3반 창가 쪽 세 번째 책상에 앉아 공부를 했다. 이양의 오빠 이성수군은 동생의 영정을 그 자리에 놓았다.

실종된지 두 달여만에 숨진 채 발견된 이혜진양의 영정이 17일 오전 안양 명학초등학교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친구들의 배웅을 받고 있다.
 실종된지 두 달여만에 숨진 채 발견된 이혜진양의 영정이 17일 오전 안양 명학초등학교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친구들의 배웅을 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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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안양 명학초등학교 이혜진양의 자리에 선생님과 친구들이 이양의 넋을 기리기 위해 가져다 놓은 흰 국화와 편지가 쓸쓸히 놓여있다.
 17일 오전 안양 명학초등학교 이혜진양의 자리에 선생님과 친구들이 이양의 넋을 기리기 위해 가져다 놓은 흰 국화와 편지가 쓸쓸히 놓여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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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야산에서 얼마나 추었니, 우리 꿈 속에서 만나자"

살아있다면 이양은 지금 5학년 3반이다. 5학년 3반 교실에는 아직 이양의 자리가 있다. 책상 위에는 국화꼭 두 다발, 사탕 몇 개, 그리고 친구들이 보내는 편지가 놓여 있다. 한 친구의 편지는 이렇게 끝난다.

"우리 얼굴 본 지 오래 됐지? 그동안 야산에서 얼마나 추웠을까. 앞으로 이런 일 없으면 좋겠다. 그럼 우리 꿈 속에서 만나자. 안녕."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교실을 마지막으로 이양은 학교를 떠났다. 친구들은 떠나는 영구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끝내 이루지 못한 소망만을 담은 노란 리본도 바람에 흔들렸다. 이양의 시신은 수원 연화장으로 떠났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학부모 신수미씨는 "가슴에 구멍이 뚫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양의 한 친구는 "혜진아, 범인 잡혔으니까 이제 편히 쉬어"라고 눈물을 훔쳤다.

이혜진양이 수원 연화장에서 한 줌 재로 변해가고 있을 무렵, 휴대폰에는 한 통의 문자가 도착했다.

"용의자 정씨, 범행 일체 자백. 우예슬양도 살해."

며칠 후면, 슬픈 영결식은 '또' 명학초등학교에서 열릴 듯하다. 

실종된지 두 달여만에 숨진 채 발견된 이혜진양의 영정이 17일 오전 안양 명학초등학교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친구들의 배웅을 받고 있다.
 실종된지 두 달여만에 숨진 채 발견된 이혜진양의 영정이 17일 오전 안양 명학초등학교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친구들의 배웅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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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혜진, #안양 실종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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