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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최근 행보가 심상찮다. 언제부턴가 신문기사 밑에 취재기자의 이름과 함께 제작PD의 이름이 공동으로 오르내리고 본문에는 <조선일보>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편성시간이 지면을 넓게 차지하고 있다. 아예 방송 사업에 전념(?)하기라도 할 듯이 프로그램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시대가 본격 도래하기도 전에 이를 예견하기라도 했을까? <조선일보>는 ‘디지틀조선일보’란 자회사를 설립해 사내방송망을 구축하고 넘치는 방송수요를 흡수할 전송수단으로 위성중계기를 이용하여 방송사업에 대비해왔다.

 

‘디지틀조선일보’의 소개는 이렇게 시작된다.

 

“디지틀조선일보는 디지털 매체의 속성을 가장 날카롭게 꿰뚫으며 1995년 국내최초로 인터넷(온라인) 신문시대를 열었습니다.”

 

심상찮은 <조선일보>의 방송계 진출 준비

 

그렇다. <조선일보>는 뉴미디어시대의 도래를 정확히 꿰뚫었다. 1996년 6월에는 아예 위성지국 허가를 받아 위성방송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수요에 대비하였고 2000년 1월에는 데이콤협력사인 DSM사와 위성방송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어 실질적인 방송사업 착수에 대비하였다.

 

이후에는 그 행보가 더욱 빨라진다.

 

2007년 1월  TU 미디어와 전략적 제휴

2007년 2월  GS홈쇼핑과 콘텐츠 제휴

2007년 2월  크로스미디어 출범

2007년 4월  동영상UCC사이트 '키위닷컴'(keywui.com)오픈

                   Business&방송국 개국

2008년 3월   스크린신문 ‘아이리더’ 서비스

 

신문의 위상변화도 엿보인다. 인터넷뉴스서비스를 도입, 독자와의 거리를 좁히면서 멀티미디어시대에 대비하여 본격적으로 동영상기사를 제공하는 등 종이신문의 한계를 뛰어 넘고자 부단히 노력한 흔적들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조선일보>의 CITY VISION은 동영상광고를 본격적으로 전광판에 뿌려대는 신문과 방송을 결합한 퓨전형태의 방송시스템이다. 전국 방송이 가능하고 TV에 비해 광고요금이 저렴하다는 CITY VISION에 공급되는 콘텐츠는 위성중계기에 의해 실시간으로 공급된다.

 

합종연횡으로 살아남는 크로스미디어

 

그러나 무엇보다 <조선일보>의 획기적인 변신은 아예 방송사와의 본격제휴로 크로스미디어라는 새로운 개념의 미디어콘텐츠를 선보인 것이다. 이는 방송프로그램은 <조선일보>가 제작하고 프로그램 송출은 민영방송과 케이블이 맡았다는 점에서 SBS의 네트워크와 흡사한 역할분담이다.

 

SBS는 지역네트워크가 없으나 지역민방을 통해 전국네트워크를 형성하여 SBS의 브랜드를 전국에 확산하고 있는 절전형방송사라고 할 수 있다. <조선일보>가 도입한 크로스미디어의 개념은 SBS와 닮은 꼴이다.

 

신문과 방송의 겸영이 불가한 현행법을 피해간 묘수다. 신문의 미래를 내다본 방송과의 공존전략, 아니 방송영역의 침범과 방송사업의 영역확장이다. 2008년 3월 5일부터 스크린신문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인 ‘아이리더’를 제공하여 신문기사와 동영상을 더욱 편리하게 볼 수 있는 본격적인 체계를 갖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조선일보>는 그간 방송사들에 대해 매섭게 칼날을 들이대 왔다. 마치 물과 기름 같이 서로가 섞일 수 없는 운명처럼 갈라져서 핏대를 세워왔다. 이 점은 방송사들도 마찬가지여서 신문사들의 조그만 잘못이라도 나타나면 특집방송이라도 하듯 사건을 톱뉴스로 다루곤 했다. 특히나 KBS와 <조선일보>의 싸움은 그 진실여부에 관계없이 시청자들과 독자들의 흥미를 끌기도 했다.

 

시대가 바뀌었다. 공수의 주도권이 바뀌어졌고 공격대상도 바뀌어졌다. <조선일보>도 공격의 대상을 수정했고 방송사와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건 적과의 동침이라기 보다 새로운 영역을 선점하기 위한 <조선일보>의 전략적 잠복이라고 봐야한다. 더구나 앞으로 신문과 방송의 겸영허용이라는 대형호재를 앞둔 마당에 불필요한 펀치를 날릴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 전략은 주효했다. <조선일보>가 야심차게 준비해온 크로스미디어는 그간 1년여에 걸쳐 국내소식보다 해외 탈북자, 민족적 약자의 소식을 집중취재 보도함으로써 독자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이는 수도 한가운데를 먼저 공격하지 않고 외곽을 집중 공격함으로써 적의 전력과 반격을 탐색해보는 일종의 군사전략이다.

 

적의 반격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청률의 상승이 기대되는 콘텐츠를 멀리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지역민방과 케이블방송사들을 전략적으로 전진배치하여 합동훈련에 나섰으니 외형상으로는 피아가 구분되지 않을 수밖에.

 

이제 <조선일보>는 외곽공격을 마무리하고 수도권을 향하고 있다. 불필요한 전력노출을 피하기 위해 육로가 아니라 조용히 땅굴로 이동중이다. <조선일보>의 전략을 알아차릴 수는 없다. 그건 고도의 극비전술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렴풋이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은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 죽기살기로 변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송사보다도 더 발빠르게, 방송의 영향력을 더 빨리 이해하고 초고속 변신하고 있는 데서 그런 점이 감지된다.

 

KBS의 망중한과 <조선일보>의 약진

 

KBS는 방송에 관한한 독보적 위치에 서 있다. 연간예산이나 조직 그리고 영향력이 막강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방송사로 자리매김해왔으나 그것 때문에 오히려 경쟁상대에 대한 경계심은 별로 없는 허약체질이 되었다. 그래서 적의 침범을 알아차리지 못한 건지 아니면 그 정도의 병력은 언제라도 물리칠 방어력을 갖추고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자기영역 침범에 대한 경계의 눈빛은 흐려 보인다.

 

KBS는 지금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방송사의 수장이며 수도의 중앙청이라고 불릴 수 있는 KBS가 지금 어떤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상대도 되지 않는다고 가볍게 여기든 지역민방이 살길을 찾아 똘똘 뭉치고 적대시 하든 적군과 함께 땅속 깊숙이 들어와 있는데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 큰 형님의 너그러움일까?

 

그러나 지금 밀월관계를 가지고 있는 방송사들이 언제 <조선일보>의 자회사로 또는 그 영향력하에 장악당할지 아니면 <조선일보>와 함께 동지가 되어 82살의 큰 형님인 KBS를 내몰고 방송계의 맹주로 부상할지 아무도 모른다,

 

<조선일보>는 지금 신문과 방송의 겸영허용소식을 1면 톱으로 내보낼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크로스미디어(cross media)- 조선일보에 의해 기획되어 시행된 통합미디어어 개념으로서 one source multi use 개념의 방송방식, 하나의 콘텐츠를 신문,방송,인터넷,모바일들 여러 매체가 서로 공유하는 데서 비롯된 개념이다. 출처 조선일보 홈페이지(www.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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