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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목련꽃이 묻닫힌 우체국(부산시 해운대구 중2동) 앞에 피었습니다. 9시만 되면 셔터가 올라가서 편지를 접수하는 우체국이 아니라 영영 문을 닫은 우체국 앞에 피었습니다. 그 어느 곳보다 일찍 핀 3월의 목련꽃, 아직 활짝 피지 않았지만, 활짝 핀 목련보다 더 순수하고 청결합니다. 이 목련화의 꽃말은 '숭고한 정신'이라고 하네요.
 
목련은 겨울에 잎이 다 지더라도 씨 든 꽃봉오리는 떨어지지 아니하므로 '거상화(拒霜花)
란 이름을 따로 갖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본초강목'에는 '이 꽃이 곱기는 연화와 같은 고로 목부용이라 목련(木蓮)이라 이름 한다고 적혀 있고, 8,9월에 비로소 꽃이 피는 고로 거상화라고 적혀 있습니다. 두 설이 달라서 어느게 옳은지 모르지만, 목련은 예로부터 이름이 높은 꽃입니다. 목련화를 일러 꽃의 군자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꽃빛도 홍. 황. 백 등 여러가지 핍니다. 순수한 우리의 목련은 백색이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목련은 다른 색보다 하얀 색이 가장 고습니다. '동국여지승람'에는 개성 천마산 대흥동에 여름이면 녹음이 우거진 목련화가 성개하면 맑은 향기가 꽃을 찌른다고 합니다. 
 
'철학 개론일랑 말자/ 면사포를 벗어버린 목련이란다//지나간 남풍이 서러워/익잖은 추억같이 피었어라/ '베아트리체'보다 곱던 날의 을남이는/ 흰 블라우스만 입으면 목련화이었어라.//황홀한 화관에//사월은 오잖는 기다림을 주어 놓고/ 아름다운 것은 지네 지네/호올로'  <목련화>-'조병화'
파란 하늘에다 촉을 세워 편지를 쓰는 3월의 목련꽃. 문닫힌 우체국에 핀 목련 두 그루의 나이는 정말 많아 보입니다. 나는 유행가 가사처럼 우체국 계단에 앉아 보낼 수 없는 그리움을 쿡쿡 연필에 침을 묻혀 적어 봅니다. 그런데 정말 목련화가 활짝 피지 않아서 인지 새들이 날아와서 지줄 대는 풍경같습니다.
 
목련은 남극의 식물이라 북극 지방에서는 볼 수 없다고 합니다. 불교의 상징화이기도 한 하얀 목련, 그러나 이 깨끗하고 순결한 목련은 활짝 피는 순간, 세상에 물든 사람처럼 더럽게 집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한없이 아쉬움을 주는 목련화. 순수한 소년과 소녀들과 세상에 물들지 않은 시인들...그리고 누구나 좋아하는 목련화 곧 내일이면 성개할 듯 합니다.
 
꿈꾸는 듯한 마음으로 나도 모르게
나는 산을 내려오고 있었다.
한즉한 목장엔 그득하니
곱디 고운 꽃들이 피어 있다
누구에게 주려는 생각도 없이
나는 꽃들을 꺾어 본다.
'양치는 목동의 탄식'-'괴테'
3월은 산에 사는 목동도 아무 이유 없이 산을 내려오게 하는 계절인 듯 합니다. 3월에 핀 목련의 계절은, 활짝 만개한 4월의 목련화와는 너무 차이가 납니다. 목련꽃은 지면 아주 보기 흉합니다. 더구나 땅에 추락한 목련꽃은 마치 걸레와 같습니다.
 
동백꽃은 떨어질 때 모가지 채로 떨어지지만, 목련꽃은 그렇지 않습니다. 또 너무나 하얀 순수했던 마음이 때가 묻은 것처럼, 꽃잎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 너무 더럽게 변합니다. 마치 깨끗한 마음이 흙탕물에 떨어진 듯 말입니다. 그래서 목련화는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깨닫게 하는 꽃이기도 합니다.
눈이 부신 아름다운 '백련'의 재미 난 설화가 있네요. 흉악한 바다의 신을 사랑한 하늘 나라 공주가 있었는데, 이 바다의 신은 결혼을 한 몸이라, 그만 공주는 바다에 뛰어 들어 죽고 말았는데, 이를 안 바다의 신이 안타까워, 자기의 부인에게 잠자는 약을 먹여 함께 묻어 주었는데, 그 공주의 무덤에는 흰꽃이, 부인의 무덤에는 자주빛 목련이 피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미련이 많은 백련의 꽃봉오리는, 모두 북쪽으로 향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동네 우체국 계단에 무수한 꽃봉오리를 맺고 있는 백련 두 그루는, 곧 철거 될 자신의 운명을 알지 못하는 듯, 그저 3월의 보낼 수 없는 연서를 하염 없이 쓰고 있네요. 

태그:#목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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