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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우주인 후보로 확정된 이소연(28·한국과학기술원 박사과정)씨.
 한국 최초의 우주인 후보로 확정된 이소연(28·한국과학기술원 박사과정)씨.
ⓒ 연합뉴스 조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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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이소연씨가 우주인으로 선정되기 전부터 알고 지냈다는 행운 때문만은 아닙니다. 지난 2006년 중반, 그녀가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되기 위해 지원하게 된 경험에 대해 비디오 인터뷰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소연씨는 제가 UC 버클리 대학원에서 공부하던 시절에 만났던 친구의 친구입니다. 그래서 그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는데 그때도 그녀는 지적인 능력과 인격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물론 다른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남을 이끄는 천부적인 재능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강한 인상을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사람들이 그녀가 우주에 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부터 말입니다.

그녀가 우주인 선발 과정에서 300명 가운데 한 명으로 뽑혔을 때, 저는 그녀가 상당히 높은 단계까지 올라갈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만약 그녀가 다음 단계인 30명에 뽑힌다면 인터뷰 요청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었습니다. 혹시 모르니 말이죠.

이소연씨의 인간적인 매력을 볼 수 있는 인터뷰

물론 우리 둘 중 누구도 그날 매우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그녀가 최종 30명에 들었을 때조차 그저 내 작은 비디오 팟캐스트에 그녀를 담아놓는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을 뿐입니다. 그 당시만 해도 한국에는 UCC(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라는 개념이 없을 때였고, 저 역시 주한 외국인 사회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이 비디오에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저 한국의 전형적인 언론이라면 묻지도 않을 기본적이고 쉬운 질문들을 하고 싶었습니다. 예를 들어 '만약 당신이 (우주인으로) 선택된다면, 한국에서 여성의 지위에 대해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혹은 '누리꾼들의 험악한 댓글을 보면 기분이 어떤지' 또는 '후회되는 것은 무엇이고 만약 다시 할 수 있다면 바꾸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등.

한국의 주류 언론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진짜 UCC가 가진 힘은 완전히 솔직한 모습이라는 말을 하고 싶을 따름입니다. 경직된 앵커, 딱딱한 말투 그리고 논쟁적인 주제를 꺼리는 모습 등은 한국 언론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솔직함이나 격식을 차리지 않는 태도는 한국 언론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것들입니다.

이것은 이소연씨의 인간적인 매력을 알기 위해 넘어야 할 산과 같은 것들입니다. 또한, 이것이 바로 팟캐스트 형태의 비디오를 통해서 알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구요. 그녀는 친절한 태도와 애교 넘치는 유머 감각 그리고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인간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책임감이나 겸손함까지 겸비해서 아주 강한 인상을 줍니다.

이소연씨는 친절한 태도와 애교 넘치는 유머 감각 그리고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인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소연씨는 친절한 태도와 애교 넘치는 유머 감각 그리고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인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 마이클 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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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가는 것이 운명인 것처럼 보였던 그녀

첫 번째 비디오 인터뷰에서 이소연씨는 행복한 먼 훗날의 꿈으로서의 우주여행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습니다. 우주인 후보 6명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된 후 가졌던 두 번째 비디오 인터뷰에서는 가능성이 점점 다가옴에 따라 훨씬 더 진지해 보이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다음 주에 공개될 세 번째 비디오 인터뷰에서 이소연씨는 최후의 우주인 2명 가운데 1명으로 선정되었지만 최종 후보는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이 비디오에서는 또렷한 변화를 보입니다. 이제는 한 인간으로서의 그녀를 바꾸어 놓은 진지함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명랑하고 들떠있던 모습의 첫 인터뷰와 비교해보면, 마지막 인터뷰에서는 국가를 대표한다는 무게감과 거대한 우주로 날아가는 거대한 비행체의 위험성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하여 그녀의 대답은 매우 진중해집니다.

2006년 여름에 시작된 인터뷰에서부터 그녀가 겪은 변화를 지켜보는 일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녀가 느끼는 국가에 대한 책임, 갑작스러운 명성, 그리고 그녀에게 드리워진 역사적인 무게를 그녀가 인식하는 바로 그 순간까지의 변화 말입니다.

여러분이 3번째 비디오 인터뷰를 보러 다시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고산씨가 우주에 가고 역사책에도 기록된다고 생각했을 때, 저는 이 비디오 인터뷰를 우주선이 발사되기 직전까지 기다리며 아껴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것들이 갑작스레 변했고 이 인터뷰는 이제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를 포함해 이소연씨를 응원해왔던 많은 외국인들은 어제(10일) 아침 그녀의 뉴스를 듣고 우쭐해졌습니다. 그동안에도 웬일인지 이 나라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을 하고자 우주에 가는 것이 그녀의 운명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빵빠레를 불기 전부터 이소연씨을 잘 아는 저와 많은 사람들이 가졌던 느낌입니다. 모든 면에서 이소연씨는 우주에 아주 잘 어울립니다. 처음부터 그녀를 알고 있었던 우리는 늘 그렇게 생각해 왔습니다. 물론 우리가 그녀의 친구이기 때문에 편향적이라는 것도 압니다. 어쨌거나 이 동영상으로 인해 여러분 가운데서도 저희와 같은 '신자'가 나오기를 희망합니다.

(*번역-조명신)



[2006년 여름] '첫 번째 인터뷰'에서

- 어떻게 우주인에 지원하게 되었나
"어렸을 때 S/F 영화를 보면, 항상 되게 멋진 우주조종사들이 타는데 그 사이에 꼭 여자 박사님이 한 명 타요. 그런데 그 여자 박사님은 되게 똑똑하고, 무슨 일이 생기면 잘 설명해주고, 남자 조종사들끼리 싸우면 화해도 시키고 그래요. 게다가 날씬하고 예쁘고 꼭 금발이에요.(웃음) ‘아, 저런 박사님 하면 되게 멋지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잊어버렸어요. 대학원 와서 박사과정 공부하면서 어느 날 신문을 봤는데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을 뽑는다는 거예요. 그걸 보고 '아, 어릴 때 생각했던 그 박사님이 될 수 있는 기회구나' 생각했어요."



[2006년 가을] '두번째 인터뷰'에서

- 자신에게 한마디 한다면.
"'이소연. 너도 할 수 있어'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이거 덕분에 자신감을 많이 얻었어요. 이 우주인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경쟁했는데 다 떨어지고 붙은 거잖아요. 그래서 '나도 잘할 수 있구나. 열심히 하면 할 수 있겠구나'하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할 수 있구나. 그 어려운 테스트를 다 거쳐서 잘된 거니까. 우주에서 푸른 지구를 볼 수 있겠구나."

덧붙이는 글 | 마이클 허트 기자는 1994년 미국 브라운대를 졸업한 후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고 한국에 처음 와 제주도의 한 중학교에서 영어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후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원에서 인류학으로 박사과정을 밟았으며 2002년 학위논문 연구를 위해 한국에 다시 왔다. 현재는 '폭탄영어'(www.bombenglish.com)를 비롯한 몇 개의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태그:#이소연, #우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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