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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철이라고 하지만 요즘 며칠 째 화창한 아침이다. 엊그제는 개구리가 나온다는 경칩이었고. 7일은 음력 정월 그믐날이었다.

새벽서리에 쌇인 벚꽃봉오리
 새벽서리에 쌇인 벚꽃봉오리
ⓒ 이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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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엄마는 정월 그믐날이면 간장 고추장을 담그시느라고 분주하셨던 기억이 난다. 간장 담그는 날은 음력 정월 달력에 말이 그려진 말날이면 좋으나 정월 그믐날은 손이 없
는 날이어서 좋다고 하셨다.

내게도 해마다 정월 그믐날은 장을 담그는 날이다. 아침 일찍 서두르는 내게 무얼 도와주느냐고 묻는 남편에게 "어디 좋은 곳에 가서 좋은 물을 떠왔으면 좋겠네" 하니 남편은 금방 어디론가 가더니 물을 세 통이나 떠왔다.

제비대신 참새들이 봄기운을 맞는다.
 제비대신 참새들이 봄기운을 맞는다.
ⓒ 이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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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한 말에 소금 세 되 비율로 물 두말에 소금을 풀어 고무통에 가라앉혀두곤 전날 저녁 준비해 두었던 고추장거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전날 저녁 빻아둔 찹쌀가루에 엿기름으로 삭혀서 조청을 만들어 두었기 때문에 고추가루와 메주가루를 넣고 간을 맞추기만 하면 되는 일인데 그게 그리 쉽지가 않다.

고추장은 간도 잘 맞아야 하고 묽기도 잘 맞아야 된다. 그래서 큰 나무주걱으로 저으며 간과 농도를 잘 조정해야 된다.

다른해보다 특별한 맛이 나도록 달콤하고 살구액을 넣어 만든 햇고추장
 다른해보다 특별한 맛이 나도록 달콤하고 살구액을 넣어 만든 햇고추장
ⓒ 이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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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과 다르게 아이들이 집에서 만든 고추장보다 시장에서 파는 고추장을 좋아한다. 시장에서 파는 고추장은 달콤하고 메주냄새가 나지 않아서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펄펄 끓는 조청에 메주가루를 넣어서 메주냄새를 최대한 줄여주었다.

그리고 올해는 특별히 엿기름도 넉넉히 넣어서 조청을 만들었고 특히 지난 여름 지천으로 열렸던 살구로 만든 엑기스를 넣어서 특별한 맛을 내도록 해보았다. 한나절이 넘도록 고추장을 만들어 놓고 보니 아주 고운 색깔의 고추장이 먹음직스럽다.

햇간장
 햇간장
ⓒ 이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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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새로 옮긴 장독대에 먼저 가라앉은 소금물을 간장항아리에 떠다가 넣고 메주를 띄우고 깨끗한 숯과 마른 고추 참깨를 띄웠다. 혹시나 간이 약하여 간장이 변할까 싶어 달걀 한개를 띄워보니 간장 위에 동동 뜬다. 마침내 간장은 완성된 셈이다.

고추장은 조금 작은 항아리에 담았다. 시집간 딸이며 내가 주고 싶은 사람에게 주려고 몇군데에 나누어 담고 나니 고추장 색깔이 빨갛게 너무 곱기만 하다.

새로 옮긴 장독대가 어수선하다. 묵은 간장항아리며 된장항아리, 고추장 항아리를 차곡히 정리하고 나니 제법 장독대 형태는 잡히는 것 같다. 이제 봄이 오면 예쁜꽃들로 주변을 잘 정리하여 예쁜 장독대를 만들 계획이다.

새로만든 장독대
 새로만든 장독대
ⓒ 이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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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붉은 병꽃이며 수국들을 뽑아낸 자리에 만든 장독대이지만 그 꽃들은 다른 곳에 옮기고 곧 흙이 풀리면 작고 앙증맞은 꽃들을 장독 주변에 심어야겠다. 그래야 지금의 어수선함을 없앨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계획으로 장독대를 돌아보니 마음이 든든하기만 하다.

아침에 장독 뚜껑을 여는데 아침 햇살이 화창하기만 하다. 이 햇살 속에서 아주 잘 곰삭은 간장 고추장이 되어 우리 가족들의 일년 입맛 돋우기를 좌우해 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나는 해마다 정월 그믐날을 잊을까봐 조바심한다. 다행히 올해는 미리미리 준비했지만
부득이하게 장독대를 옮기게 되었지만 장독대를 새롭게 꾸미는 계획으로 올봄이 분주할 듯하다.



태그:#간장, #고추장, #장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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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민뉴스에 기사를 20 건 올리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오마이 뉴스에도 올리고 싶습니다. 그동안 올렸던 기사는 사진과 함께 했던 아이들의 체험학습이야기와 사는 이야기. 문학란에 올리는 시 등입니다. 이런 것 외에도 올해는 농촌의 사계절 변화하는 이야기를 사진을 통해서 써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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