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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사법행정에 관한 주요 업무현안 보고와 주요 현안이나 실무경험을 기초로 한 토론을 위한 '전국 수석부장회의'를 지난 7일 김용담 법원행정처장, 이진성 법원행정처 차장, 법원행정처 주요 간부, 사법연수원 수석교수 및 전국 법원 수석부장판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했다.

 

전국의 수석부장판사들은 새로 도입된 민법개정안에 따라 자녀의 성·본 변경과 이혼숙려제 등의 시행에 대해 보고하고 이 외에도 ▲사법질서문란행위에 대한 대응체계 구축 ▲각종 증명창구의 단일화 ▲민사재판에 도움을 주는 주요 제도의 활용 ▲우리나라에 적합한 양형기준제도 모색 등에 대해 보고했다.

 

오후에 이뤄진 토의에서는 ▲개정 형사소송법의 시행 현황과 정착방안 ▲국민참여재판의 운영 현황과 개선 현황 ▲각급 법원별 법관ㆍ법원공무원 연수의 활성화 방안 ▲대외관계에 관한 수석부장의 역할 ▲사건관리에 관한 수석부장의 역할 등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올해부터 시행된 자녀성본변경제도와 친양자입양제도에 따라 지난달 25일 기준으로 성본변경은 8169건, 친양자 입양은 1007건이 접수되는 등 전국 법원에 신청, 처리 건수가 쇄도하고 있다. 개정 민사소송법은 이혼숙려기간제도를 도입, 협의이혼 당사자는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3개월, 자녀가 없는 경우에는 1개월의 이혼숙려기간을 가진 후 가정법원으로부터 이혼의사 확인을 받아야 이혼이 가능하다. 자녀 양육사항 및 친권자 지정을 합의하지 않고서는 이혼하지 못하도록 했다.

 

국민참여재판이 '감성재판' 되지 않도록 보완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간 국민참여재판에서 변호인과 검찰이 배심원의 감성에 호소하는 ‘감성재판’이 될 수 있다는 일부 우려와 관련해, 법원이 법관의 적절한 소송지휘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수석부장들은 유·무죄에 대한 판단과 양형 결정을 법률과 증거에 의해서만 배심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재판장이 충분히 설명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배현태 대법원 홍보심의관은 “국민들의 시각으로 재판을 보자는 국민참여재판을 모두 감성재판으로 매도해서는 안된다”며 “변호인과 검사가 사건의 핵심과 상관없이 합리적인 선을 벗어나 양형이나 유무죄를 이끌어내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공판장에서 피고나 공판검사가 배심원들을 설득키 위해 실체적 진실에 벗어난 지나친 감성의 호소보다는 유·무죄에 대한 판단과 양형 결정을 법률과 증거에 의해서만 배심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유도하자는 취지다.

 

수석부장들은 또 기존의 보증금을 통한 보석 말고도 출석보증 등 여러 보석조건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불구속 재판을 통한 방어권 보장이라는 보석제도의 본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서약서제출 ▲약정서제출 ▲제3자 출석보증 ▲담보제공 등의 보석조건을 새로 마련했다. 배 심의관은 “새 형소법에 따라 사건마다 피고인들이 가지는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 보석제도를 활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배심재판 달랑 2건... 향후 문제점은?

 

한편, 국민참여재판 두 달간의 초라한 '성적표‘라 할 수 있는 형사재판 2천 건 중 '배심재판'은 달랑 2건으로 나타났다. 올해부터 실시된 배심원제의 홍보 부족과 피고인들의 신청 기피로 낮은 데다 2건도 검찰이 모두 항소를 한 상태로 “배심제 의미가 퇴색되지 않는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재판장의 판결에 대한 재량권에서 더 많은 객관성 및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실시된 ‘국민참여재판’인 배심제는 아직까지 대구와 청주지방법원에서 2번만 열렸다. 올 1~2월 접수된 전국의 형사 합의사건은 2008건. 이들 사건은 피고인이 신청하면 '참여재판'을 할 수 있다. 이 중 0.1% 가량인 단 2건만 회부된 셈이다. 2건 외에 얼마 전 서울에서는 피고인이 신청했다가 취소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홍보부족으로 이 제도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데다, 피고인들이 참여 재판이 종전 재판보다 유리할지 불리할지 상황을 더 지켜보느라 저조한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나마 우리의 참여재판은 2심으로 넘어갈 경우 기존의 재판처럼 일반 시민이 아닌 전문 법관에게 판단이 맡겨져 종전 재판과 다를 게 없게 된다. 그런데 딱 두 번 열린 참여재판마저 검찰이 모두 항소했다. 판사가 배심원 의견을 수용해 선고한 형량이 너무 낮다는 이유였다. 법원 측은 "이러면 배심제를 도입한 의미가 사라진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검찰의 잇따른 항소제기에, 대법원 관계자는 6일 "2건의 항소 중 적어도 하나는 '일반 시민의 의견을 판결에 반영한다'는 참여재판 도입 취지에 반(反)하는 것 같다"며 "검찰이 너무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배심원들에게 '형량(刑量) 의견'까지 제시하도록 한 것이 가장 큰 불만이다. 대검 관계자는 "배심원들이 유무죄 평결만 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는 이에 덧붙여 양형까지 하도록 돼 있어, 피고인 측에서 아는 사람을 증인으로 세워 배심원들에게 눈물로 하소연하면 대응할 방법이 없게 된다"고 했다.

 

참고로, 우리의 참여재판은 법정(法定)형이 무거운 형사 합의사건에 한해 피고인이 원할 경우에만 가능하나 미국은 민·형사 사건 모두 배심재판을 받을 수 있다. 형사사건에서도 경범죄를 제외한 모든 범죄가 대상이다. 배심원들이 무죄 평결을 내린 형사사건에서 검찰이 항소할 수 없는 것도 우리와 다른 점이다. 유죄 평결이 났을 때도 재판과정에 문제가 없으면 항소하는 경우가 없다. 반면 한국은 검찰의 항소권을 보장하고 있다.

 

반면, 첫 참여재판을 진행했던 윤종구 부장판사는 "배심원 판단은 적절한 양형의 폭 안에 있었다"며 "재판다운 재판이었다"고 했다. 청주지법의 참여재판을 맡았던 오준근 부장판사도 "배심원들이 감정에 치우쳐 형을 약하게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것이 7일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 수석부장회의에서 "국민참여재판 때 무죄 판단과 양형 결정이 감정에 치우치지 않도록 재판장이 충분히 배심원에게 설명하고 노력하자"는 취지로 건의가 됐고, 향후 이 배심원제도의 운영에 있어서 보완할 여러가지 문제점에 직면한 것으로 풀이된다.

덧붙이는 글 | 내 블러그에 올릴 예정


태그:#국민참여재판, #배심제도, #대법원, #법원, #형사소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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