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2월 27일 이영희 노동부 장관의 인사 청문회장에선 안개가 피어올랐다. 방송 케이블 합선이 원인이었다. 청문회장을 덮은 뿌연 연기는 이영희 장관에 대한 노동계의 심정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 장관은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지난 29일 취임했다. 그는 6일과 7일 양대 노총 위원장을 만나면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다.

 

하지만 친기업적인 이명박 정부 안에서 노동자를 대변해야 할 노동부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게 노동계의 평가다.

 

특히,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보여준 이 장관의 모습은 노동계를 실망시켰다.

 

청문회 전 허위 경력 문제로 도덕성에 대한 논란을 일으키더니 청문회에선 각종 노동현안에 대해서 "모른다"고 답해 빈축을 샀다.

 

이에 대해 단병호 의원은 "전문성이 의심스럽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한 그가 이랜드·코스콤·KTX 여승무원 등 비정규직 문제 해결 방안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원만한 합의가 중요하다"는 원론적인 대답만 했다.

 

이에 대해 "의지의 문제다" "준비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원들의 질책이 돌아왔다.

 

노동현안은? "모른다", 비정규직 해결은? "원만하게"

 

6일~7일 이 장관과 양대 노총 위원장과의 간담회를 앞두고 노동계에선 이 장관에 대한 우려가 크다.

 

오는 4·9 총선 때 한나라당을 적극 지지하기로 한 한국노총 역시 이 장관에 대한 기대를 앞세우면서도 우려를 숨기지 않고 있다.

 

처음 이 장관의 내정 소식을 듣고 적극 환영했던 한국노총은 인사청문회 이후 그에 대한 기대치를 다소 낮췄다. 박영삼 한국노총 대변인은 "청문회에서 이 장관이 많은 노동 현안에 대해서 '모른다'고 했는데, 10여년간 현실 노사관계에서 떨어져 있어 그런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료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노동 현안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가져야 한다"며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이 노동문제 비전문가로 보이기 때문에 이 장관이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조금 우려가 된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이어 "공기업 민영화, 구조조정 등 날카로운 주제들과 비정규직 보완 대책, 사회적 대화 문제에 대해 한국노총이 일방적으로 협조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6일 오후 이 장관과 장석춘 위원장과의 만남에서는 덕담이 오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비해 이 장관에 대한 민주노총의 반응은 싸늘했다. 7일 오전 이 장관과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좋은 말만 오가지 않을 것이라는 게 민주노총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이 장관에 대해 "노동부 장관은 노동자들의 권리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할 텐데, 구조적인 문제 등으로 노동 희생만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를 집행하는 역할만 할 것"이라고 혹평했다.

 

노동전문가들도 이 장관에 대한 걱정을 늘어놓았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장인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문회에서 본인이 준비가 안 됐거나, 친기업적인 MB노믹스 틀에 갇혀 별 목소리를 낼 수 없는 한계를 드러냈다"며 "노동정책을 얼마나 힘있게 가져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7월 비정규직법 확대 시행... 그러나 해법도 의지도 없다

 

특히 양극화 문제의 핵심인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이 장관의 소극적인 입장이 오는 7월 10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비정규직법 확대 시행과 맞물려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랜드 문제의 원인인 외주화와 관련 "막는 것은 어렵다"면서 "노동자에게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인 대답만 내놓았다. 이에 "청문회 전에 대답을 준비할 의지도 없었느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병훈 교수는 "중견 기업들은 대기업, 영세사업장보다 비정규직법의 파급이 크다, 비정규직법이 중견 기업에 확대 시행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내쳐 분쟁이 속출할 것"이라며 "이 장관이 친기업 정책을 가져가면 노사-노정 갈등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영희 노동부 장관 역할이 막중한데, 현재 모습으로 봐서는 비관적"이라고 강조했다. 홍순광 민주노총 비정규국장 역시 "이 장관의 말은 이 대통령과 별반 차이가 없다, 노동부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7월 이전 큰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홍윤경 이랜드 일반노조 사무국장은 "이랜드 사태의 핵심인 외주화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미선 철도노조 KTX 열차승무지부 대표도 "KTX 여승무원들이 2년 동안 투쟁하면서 정부기관, 각종 시민단체, 법원 모두 외주화는 안된다고 했는데, 노동부 장관은 책임있는 말을 해야 한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장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이영희, #노동계, #한국노총, #민주노총, #비정규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