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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는 날씨가 좋아야 잘팔린다.
▲ 자전거 자전거는 날씨가 좋아야 잘팔린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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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방송에서는 소비자 물가가 올랐다고 번갈아가며 소란을 떱니다.

지역 방송에서는 축산농가 회장이 눈물 흘리는 모습도 방송됐습니다. 돼지를 키워서 팔면 한 마리에 2만원이 손해가 난답니다. 어느 농가는 돼지에게 하루 건너씩 사료를 준답니다.

산 생명을 굶겨야 하는 주인의 마음은 어떨까요? 내다 팔자니 살 사람은 없고, 시설비에 사료값에 빚은 산더미 같고, 그만 둔다는 말만 돌면 빚쟁이들이 아귀같이 달려들 것입니다. 평생을 공들여 일군 삶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남의 일이 아닙니다.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물가에 민감합니다. 소비자는 물가가 오르면 안 사고 아껴쓰면 그만이지만, 장사를 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물건을 팔아야만 합니다. 적정한 이윤을 남겨야 가게를 유지하고 생활비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1년 장사의 첫 대목, 눈 때문에 허탕치다

미용사협회에서 10% 인상했지만 인상된 가격을 받을 수 없다. 그 나마도 있는 단골이 끊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 미용실 간판 미용사협회에서 10% 인상했지만 인상된 가격을 받을 수 없다. 그 나마도 있는 단골이 끊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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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자전거를 팝니다. 추운 겨울에는 가게세도 못 법니다. 입학을 하고 봄기운이 돌아야 장사가 됩니다. 입학식 때가 1년 장사의 첫 대목인데 이틀 동안 내린 눈으로 허탕을 쳤습니다. 주말을 기다릴 수밖에요.

그런데 고민이 있습니다. 자전거 도매 가격이 15% 올랐습니다. 7만원에 들어오던 것이 8만500원, 10만원짜리가 11만 5000원이 된 것입니다. 원가 인상분에 다른 물가인상분을 반영하면 20% 이상 올려야 합니다.

가격을 올리면 자전거가 팔릴까. 지금도 비싸다고 싼 물건 찾는데. 고민의 시작점은 여기입니다. 손해는 볼 수 없으니 가격을 올려야겠지요. 물건이 팔리고 안 팔리고는 그 다음입니다.

옆골목의 미용실 사장님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가을 근처에 실내를 새롭게 단장한 큰 미용실이 하나 들어서서 단골 손님을 빼앗길까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협회에서 요금을 10% 인상하라고 한답니다.

인상된 가격을 받고 있는지 확인전화도 오고, 보건소에서도 전화가 왔답니다. "올렸다"고 대답은 했지만 손님들한테 더 달라고는 하지 못합니다. 그저 인상된 요금표를 만들어 달력 위에 걸어 두고만 있습니다.

인상된 가격표를 새로 만들었지만 손님들에게 달라고 하지는 못한다.
▲ 미용실 요금표 인상된 가격표를 새로 만들었지만 손님들에게 달라고 하지는 못한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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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값도 김밥 값도 자장면 값도 모두 올랐습니다

사진관 사장님도 고민 중입니다. 사진 한장 인화비가 170원이었는데 200원으로 올릴 생각입니다. 필름도 한 통에 3000원에서 3500원으로 올려 받습니다. 재료상에서 일괄적으로 20%를 인상했습니다. 또 한 달 뒤에 주면 됐던 물건 대금도 선결제로 바뀌었습니다.

3월 한 달은 입학생들의 증명사진 촬영으로 유지했는데 올해는 그나마도 없어졌습니다. 앨범을 제작하는 업체들이 학교에 들어가 수업시간에 신입생들 사진을 찍기 때문입니다. 엄연히 불법입니다. 학생들에게 5000원 받아서 학교에 절반씩 준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연줄 없고 접대할 줄 모르는 자신을 탓해야겠지요.

김밥과 자장면은 제일 먼저 올랐습니다. 옆의 분식집에서 2줄에 2500원하던 김밥은 3000원, 자장면은 3500원입니다. 칼국수는 40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랐고, 볶음밥도 5000원입니다.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점심과 저녁을 먹으면 하루에 1만원, 한 달에 30만원의 식비가 듭니다. 그래서 점심과 저녁 중 한 끼는 라면을 먹습니다.

인화비가 20% 올랐다.
▲ 사진관 인화비가 20% 올랐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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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에 가장 먼저 타격 받는 곳은 '체육관'

물가가 오르니 체육관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타격을 받습니다. 영어·수학 학원은 끊을 수 없고, 태권도·검도 학원을 그만둡니다. 한 달에 8만~9만원 받는 체육관에 관원이 확 줄었습니다. 관원수가 줄어도 임대료와 차량유지비 등 고정비는 나가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1~2만원 올렸습니다. 다른 곳으로 갈까봐 걱정도 되지만 그나마도 올리지 않으면 손해를 봐야 할 상황이랍니다.

이틀 동안 내린 눈으로 근처의 아파트 신축 공사장도 일손을 놓았습니다. 허름한 옷차림의람의 중국인 노동자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지껄이며 가게 앞을 오갑니다.

'눈오는 날은 거지가 빨래하는 날'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눈이 오면 일용 노동자들은 공치는 날입니다. 자전거포도 노는 날입니다.

이집 저집 가게 앞 눈을 치워주다 매화꽃을 보았습니다. 빨간 벽돌집 담 안에 매화가 곱게 피었습니다. 설중매입니다. 부지런한 주인은 꽃잎이 다칠세라 천막조각으로 눈가림을 해 놓았습니다. 설중매가 참으로 반갑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를 살리긴 살릴까요.

강릉에 봄눈이 온 3일과 4일 매화꽃이 활짝 피었다.
▲ 매화꽃 강릉에 봄눈이 온 3일과 4일 매화꽃이 활짝 피었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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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최원석 기자는 자전거포(http://www.bike1004.com)를 운영하며 강원 영동지방의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태그:#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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