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링컵 우승을 차지하며 UEFA컵 티켓을 확보한 토트넘. 후안데 라모스 감독이 부임한 이후 토트넘은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이제 그 진정한 시험대에 오를 시기가 왔다. 정규리그와 UEFA컵이다. 또 하나의 유럽 무대 제패가 걸려 있는 UEFA컵 우승을 노리고 있는 토트넘이지만, 강등권과 불과 승점 7점 차이로 11위를 마크하고 있는 정규리그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시즌 초반과 현재의 토트넘은 엄연히 다른 팀이다. 시즌 초반의 부진과 라모스 감독의 부임 이후, 두 시기를 비교해 보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을 터이다. 어떠한 것이 과연 토트넘을 변화시켰을까? 정규리그와 UEFA컵를 앞두고 진정한 시험대에 오르고 있는 토트넘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부상 악몽에 시달렸던 시즌 초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토트넘 공격의 핵,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 토트넘 훗스퍼 FC

2007~2008시즌이 시작되기 전, 오랜 빅4 구도를 깨고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할 것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지목되었던 클럽이 바로 토트넘이다. 2시즌 연속으로 프리미어리그 5위에 오름과 함께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관한 꿈은 더욱 커져만 갔다.

 

전력보강도 함께 이루어졌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거액을 투자해 가레스 베일, 대런 벤트, 유네스 카불 등을 보강하며 공격진과 왼쪽 측면, 중앙 수비를 튼실하게 다져놓았다. 특히 빅 클럽들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영입에 성공한 웨일즈 출신의 유망주 베일은 토트넘의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왼쪽 측면을 강화시켜줄 것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토트넘은 시즌 초반 이영표, 베일, 베누아 아소 에코토 등 왼쪽 수비수들이 잇따라 부상을 당했고, 수비의 핵이자 주장인 레들리 킹이 부상에서 복귀하지 못하는 등 수비에서 구멍이 뚫렸다.

 

이것은 리그 초반의 성적과 그대로 직결되었다. 토트넘은 더비 카운티와의 홈경기를 제외하고는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고, 욜 감독의 거취는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으로 이어졌다. 특히 북런던의 앙숙관계인 아스널에게 홈에서 1-3으로 역전패를 당한 것은 경질이 멀지 않았음을 알리는 암시와도 같았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와 로비 킨 등이 이끄는 공격력은 좋았지만, 수비가 무너지면서 실점이 늘어난 가장 큰 문제였다. 아스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등 공격력이 좋은 상위권 팀들과 비등한 득점력이었으나, 실점은 앞에서 제시한 클럽들의 2배가 넘는 수치까지 상승했다. 이렇다보니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하고, 순위 싸움에서도 뒤처지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결국 총체적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토트넘의 경영진은 경질설이 나돌던 욜 감독은 끝내 경질되었고, 후임자로 라모스 감독을 선임하며 변화의 칼을 들이밀었다.

 

라모스 감독의 부임과 칼링컵 우승

 

 우승 소식을 알리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 구단 누리집(tottenhamhotspur.com) 첫 화면, 사진 가운데가 동점골의 주인공 베르바토프.

칼링컵 우승 소식을 알리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 구단 누리집(tottenhamhotspur.com) 첫 화면, 사진 가운데가 동점골의 주인공 베르바토프. ⓒ 토트넘 홋스퍼 FC

 

라모스 감독은 토트넘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일으켰지만,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는 초반에 보였던 부진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정규리그 맨유와의 홈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우세한 경기내용을 보이는 등 리그에서도 향상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될 수 없었다. 토트넘으로서는 터닝 포인트가 필요했다. 그 터닝 포인트는 바로 칼링컵 우승 트로피였다.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의 8강 원정경기에서 토트넘은 맨시티에 2-0으로 승리하고 4강에 오른다. 4강 상대는 토트넘의 철천지원수인 지난 시즌 준우승팀 아스널이었다. 근 9년 동안 토트넘은 아스널을 상대로 승리하지 못했고, 지난 시즌 칼링컵 4강전에서는 2차전 연장 접전 끝에 1-3으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하기도 했다.

 

그러나 토트넘은 달라져 있었다. 1차전 원정경기에서는 1-1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아스널보다 더 나은 내용의 경기를 선보였다. 비록 아스널이 1.5군에 가까운 선수들로 칼링컵에 출전했지만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제 토트넘에게 설욕의 시간이 다가왔다. 아스널이 북런던으로 옮겨온 시기부터 쌓아왔던 모든 울분과 화를 2차전 홈경기에서 모조리 폭발시켰다.

 

토트넘은 시작한지 3분만에 1차전 선제골의 주인공인 저메인 지나스의 골을 시작으로 5골을 폭발시키며 아스널에 5-1 대승을 거두었다. 토트넘의 공격은 완벽한 과정 하에 이루어졌으며, 아스널을 무력화시켰다. 로비 킨을 비롯한 토트넘 선수들과 경기장을 가득 메운 토트넘 팬들은 덩실덩실 춤을 추며 리그 우승이라도 한 듯 커다란 승리의 기쁨을 맛보았다.

 

결승에 진출한 토트넘은 뉴 웸블리에서 칼링컵의 디펜딩 챔피언인 첼시와 대결했다. 디디에 드록바에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베르바토프의 페널티킥과 겨울 이적 시장에서 영입한 조너던 우드게이트의 역전골로 첼시에 2-1 역전승을 거두었다. 9년만에 칼링컵에서 우승한 토트넘은 UEFA컵 티켓을 확보하는 기쁨도 맛보았다.

 

칼링컵 우승은 토트넘에게 상당히 큰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무엇보다 라모스 감독의 경력은 토트넘의 커다란 자산이 되었다. 세비야 시절 UEFA컵 2연패를 이끌어냈기에, 그는 2개의 클럽에서 UEFA컵 개인 3연패라는 또 하나의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세비야에서의 2시즌 동안 UEFA컵 2연패, 코파 델 레이 2연패, UEFA 수퍼컵 2회 출전에 1회 우승이라는 기록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컵 대회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토트넘에서도 새로운 성공시대를 열고자 하는 라모스 감독과 토트넘은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라모스 감독이 이끈 토트넘의 새로운 변화

 

라모스 감독의 부임 이후 그는 철저한 선수단 관리를 통해 빠르게 팀을 안정 궤도로 올려놓았다. 선수들에게 개인 훈련을 통해 몸을 강하게 만들 것을 주문했으며, 식단 관리를 통해 선수들이 살이 찌는 것을 막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겨울 이적 시장에서는 팀 전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했다. 특히 조너던 우드게이트, 앨런 허튼, 질베르투 등 경험 많은 선수들과 크리스 건터 등 신예 선수들을 영입하며 수비력 강화에 힘썼다.

 

또한 라모스 감독은 공격적인 축구와 팀 스피드 향상을 강조하였는데, 특히 지나스의 부활을 토트넘의 상승세에 가장 큰 힘이 되었다. 시즌 초반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지나스는 공교롭게도 라모스 감독 부임 이후 적극적인 모습으로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부활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나스는 아스널과의 칼링컵 4강전에서 2골을 터뜨리며 좋은 활약을 보였고, 파비오 카펠로 감독이 이끄는 잉글랜드 대표팀에도 선발되어 스위스전에 출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간 잦은 부상의 오명에 시달렸던 킹과 우드게이트에 대해 라모스 감독은 그들에게 맞는 특별 운동법을 제시하며 그들이 부상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은 칼링컵 결승에 나란히 출전하여 수비라인을 탄탄히 지켰고, 특히 우드게이트는 결승골까지 터뜨리며 영웅이 되었다.

 

라모스 감독의 부임 이후 고비를 맞았던 선수는 골키퍼 폴 로빈슨이다.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로빈슨은 결국 백업 골키퍼였던 라덱 체르니에게 주전자리를 내주며 벤치로 밀려났다. 이로 인해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했고 불화설, 이적설 등 각종 설이 난무했지만 로빈슨은 묵묵히 훈련에 열중했다. 그는 칼링컵 결승전에 선발로 출전해 첼시의 공격을 차단하며 우승에 큰 역할을 해냈다.

 

이렇듯 라모스 감독은 주전경쟁의 유도와 철두철미한 선수단 관리로 토트넘을 강팀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토트넘을 더 강한 팀으로 만들려는 라모스 감독은 지금도 토트넘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UEFA 컵과 정규리그 앞둔 토트넘, 지금이 고비다 

 

 토트넘의 이영표

토트넘의 이영표는 부상 복귀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않고 있다. ⓒ 토트넘 홋스퍼 FC

토트넘은 칼링컵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정규리그에서는 고비를 맞고 있다. 시즌 초반에 좋지 않았던 성적을 많이 끌어올렸지만 현재 리그 11위. 문제는 강등권인 18위 레딩과의 승점차가 7점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치열한 강등권 경쟁에서 한발 앞서긴 했지만 앞으로의 리그 경기를 그르치다가는 강등권 경쟁으로 다시 내몰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버밍엄 시티(이하 버밍엄)전의 1-4 완패는 그래서 토트넘에게 큰 손실일 수밖에 없다. 10위 웨스트햄과의 승점차가 만만치 않게 벌어져 있는 상황이라 톱10에 오르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강등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버밍엄 원정에서 완패를 당했다. 디디에 조코라와카불이 지키고 있던 중앙 수비라인은 계속해서 버밍엄의 공격진에게 무기력하게 뚫리고 말았다. 마치 시즌 초반 토트넘이 무너질 때의 수비를 보는 듯 했다.

 

이렇게 정규 리그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토트넘은 UEFA컵까지 치러야 한다. UEFA컵 우승을 노리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정규리그 성적이다. PSV 에인트호벤(네덜란드)과의 16강 1, 2차전과 더불어 칼링컵 결승으로 연기된 첼시와의 정규리그 홈경기까지 3주 동안 주중에 경기를 치러야 한다. 그리고 3월 마지막 주에는 국가대표팀 경기가 예정되어 있어 많은 소속 선수들의 차출이 예상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선수들의 체력관리와 경기에 따른 로테이션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리그와 UEFA컵을 동시에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스쿼드의 적절한 안배를 통해 두 대회 모두에 최상의 전력을 구축할지, 아니면 두 대회 중 한 대회에 집중할지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 상당히 중요하다. 컵대회에 강한 모습을 보여왔던 라모스 감독으로서는 정규리그의 성적이 상당히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것이 18위 레딩과의 승점차가 7점밖에 나지 않기 때문이다. 내심 UEFA컵에 집중하고자 했던 토트넘으로서는 현재의 정규리그 성적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토트넘으로서는 또 다른 선택의 기로와 시험대에 놓여 있다. 라모스 감독은 현재까지는 성공적인 행보를 보여주었지만, 어쩌면 지금부터가 토트넘의 앞으로의 미래에 있어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이 될 수밖에 없다. 토트넘은 라모스 감독이 2시즌 동안 세비야를 UEFA컵 우승으로 이끌었던 경험을 앞세워 우승을 노리고 있지만, 버밍엄 시티전에서 완패를 당하며 강등권과의 승점차가 7점으로 좁혀진 정규리그의 상황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성공을 이끌고 있는 라모스 감독으로서는 어쩌면 지금 선택의 기로에 놓인 것이 자신의 지도력과 능력 등 지금의 좋은 자질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토트넘의 현재의 성공은 계속 이어질 것인가? 더 큰 성공을 꿈꾸고 있는 토트넘에게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2008.03.04 18:02 ⓒ 2008 OhmyNews
UEFA컵 토트넘 홋스퍼 후안데 라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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