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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문화유산을 첨단 시설 속에 넣다

 

 

텐만구를 보고 나서 우리 일행은 동쪽으로 난 길을 따라 큐슈 국립박물관으로 향한다. 텐만구와 큐슈박물관 사이에는 산이 막혀 있어 우회하거나 터널을 통해 지나가야 한다. 큐슈박물관 입구라 쓰인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계단이 있고 그것을 올라 터널을 걸어가야 박물관이 나온다. 계단 입구에는 아시카가 요시미츠(足利義滿)의 600주기를 기리는 선문화전(禪文化展) ‘경도오산(京都五山)’이 열린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박물관 입구로 가는 길 좌우에는 매화가 만발하여 2월임을 실감케 해준다. 그리고 매화꽃 앞에서는 길거리 예술가가 원숭이와 함께 간단한 묘기를 보여준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원숭이가 많아 원숭이와 함께 하는 곡예가 발달한 것 같다. 일본어를 알아들을 수 있으면 곡예사의 사설이 재미있을 것 같은데 내용을 알지 못해 유감이다.

 

터널을 통과하니 전면에 큐슈박물관(www.kyuhaku.jp)이 나타난다. 유리로 만든 긴 타원형의 현대식 건물로 건물 유리벽에 왼쪽 산 위의 스기(杉)나무 군락이 반사되어 더 없이 환상적이다. 과거의 문화유산을 현대적인 첨단시설 속에 넣어 전시하는 것 같아 호기심이 생긴다. 박물관 입구는 오른쪽 끝에 있다. 표를 끊어 들어가니 엔트런스 홀이 나타난다.

 

 

엔트런스 홀은 서쪽으로 넓은 로비가 있고 동쪽으로 뮤지엄 홀과 아지파(あじっぱ) 그리고 뮤지엄 숍이 있다. 외국어를 잘 쓰는 일본인답게 모든 것이 영어식 표현이다. 300석의 뮤지엄 홀에서는 각종 이벤트와 강연회가 열린다.

 

우리에게 생소한 이름의 아지파는 어린이를 위한 문화체험관으로 ‘아시아의 들판’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곳에서 어린이들은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발견하고 체험하고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뮤지엄 숍에서는 책과 캐릭터, 과자 등 문화용품과 생활용품이 판매되고 있다.    

 

문화교류 전시실의 테마는 아시아

 

우리 일행은 먼저 4층의 문화교류 전시실로 올라간다. 이곳은 큐슈박물관의 주전시실이자 상설전시실로 박물관의 중심 공간이다. 이곳 상설전시실의 테마는 ‘바닷길, 아시아로 통하는 길’이다. 가운데 지역이 라틴어로 표기한 5개 공간으로 되어 있고, 가장자리 지역이 아라비아 숫자로 표기한 11개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운데 5개 공간에는 일본이 한국과 중국 등 이웃 국가와 교류한 역사적 사실과 문화유산이 시대 순으로 배열되어 있다. 이들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I. 조몬인, 바다로(구석기시대 - 조몬시대). II. 쌀을 만난 사람들, 왕이 된 사람들(야요이시대 -고분시대). III. 율령국가를 향한 발돋움(고대 나라시대 - 헤이안시대). IV. 아시아의 바다에 열린 장삿길(중세 가마쿠라시대 - 무로마치시대). V. 둥글어진 지구, 다가오는 서양(근세 모모야마시대 - 에도시대).

 

가장자리 11개 공간에는 구체적인 주제로 좀 더 개별적인 일본의 유산이 전시되어 있다. 첫 번째 공간은 바다와 숲 그리고 화산이 주제이다. 두 번째 공간은 가네코 가즈시게가 기증한 물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 번째 공간은 왜인전의 세계가, 네 번째 공간은 화려한 고분 제사가 주제이다. 다섯 번째 공간은 장식고분 가상 시어터이다. 그리고 여섯 번째에서 여덟 번째 공간의 주제는 아시아의 이상적인 모습, 종과 방울 그리고 북, 견당사와 실크로드이다.

 

 

아홉 번째 공간은 원래 아시아의 공예 전시지역인데, 요즘은 ‘경도5산(京都五山)’이라는 특별 전시가 열리고 있다. 열 번째 공간에는 우리의 것이 가장 많이 전시되고 있는데 주제는 한국 도자기의 색과 형태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열한 번째 공간에는 역사적으로 가장 근대인 다양한 에도문화의 유산이 전시되고 있다.   

 

내가 본 유산 중에는 우리 것들도 상당히 많아

 

나는 아내와 함께 먼저 라틴어로 분류된 가운데 공간을 구경한다. 박물관에서는 단체 관람이 불가능해서 개별적인 관람이 될 수밖에 없다. 이곳 큐슈박물관은 또한 한국어 안내 MP3가 있어 개별적인 관람을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MP3를 목에 걸고 번호가 있는 문화유산 앞에서 번호를 누르면 자세한 설명이 나오기 때문이다.

 

 

I번 공간에서는 별로 볼 게 없다. II번 공간에도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과 옹관묘 같은 것이 전시되어 고고학적 지식이 부족한 나의 관심을 크게 불러일으키지는 못한다. III번 공간에는 국가가 형성되면서 이룩한 문화 즉 정치, 종교, 예술과 관련된 유산이 많아 볼 만하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백제관음이라는 이름의 부처이다. 백제에서 온 부처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동쪽 벽면에는 집안에 있는 광개토대왕비 탁본이 걸려 있어 나로 하여금 또 한 번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IV번 공간은 면적이 가장 넓을 뿐 아니라 볼거리도 가장 많다. 먼저 다보천불석당(多寶千佛石幢)이라는 이름의 석등이 눈에 띈다. 우리의 촛대석과 석등을 혼합한 형태로 중국 요나라 시대(1084년) 작품이라고 한다. 그리고 또 14세기 가마쿠라 시대에 만들어진 큰 칼이 인상적이다. 이 칼에는 장인인 국광(國光)이 만들었음을 나타내는 명문이 보인다. 그 외에도 배에 쓰이는 닻이 나무로 만들어져 있어 일본이 해양국임을 보여주고 있다. 또 매장전(埋葬錢)이란 이름으로 고분의 항아리에서 나온 돈 꾸러미도 전시되어 있다.
 

 

V번 공간에는 소후쿠지(崇福寺) 대웅보전이 모형으로 만들어져 에도시대의 불교건축을 보여준다. 그리고 바로 뒤 벽쪽의 11번 공간에는 에도시대의 그릇(大皿)과 그림이 전시되어 있어 에도의 문화를 개관할 수 있다. 이곳의 대표적인 도자기로는 칡꽃이 그려진 색회등붕문대명(色絵藤棚文大皿)이 있다고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찾을 수가 없다. 나는 다른 몇 점의 도자기를 보고 병풍과 회권(繪卷) 형태로 된 그림을 감상한다.

 

10번의 한국도자기 전시 공간에는 우리 조선시대의 도자기들이 많이 보이는데 그중에서도 큰 도자기인 달항아리가 눈에 띈다. 그런데 아래 윗면을 붙인 부분의 마무리가 좋지 않아 예술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달항아리에 비해 크기가 작은 것들은 그릇의 모양이나 그곳에 그려진 그림이 아주 훌륭하다.

 

9번 전시공간에서는 경도5산이라는 주제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이곳에는 교토에 있는 대표적인 5개의 절 천룡사(天龍寺), 상국사(相國寺), 건인사(建仁寺), 동복사(東福寺), 만수사(万壽寺)와 이들보다 상위에 있는 절 남선사(南禪寺)의 유물들이 전시되고 있다.
 
부처님과 조사스님의 상과 그림 그리고 불교용품이 전시되어 종교적인 경건성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곳의 전시물 중에는 중요문화재가 많아 일본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탐방은 2월 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 진행되었습니다. 


태그:#큐슈박물관, #문화교류 전시실, #특별전시실, #경도5산, #아시아로 통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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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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