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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산인해의 텐만구 가는 길

다자이후 역 앞의 조야토
 다자이후 역 앞의 조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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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테츠(西鐵) 다자이후 역 앞에는 항구에서 볼 수 있는 조야토(常夜燈)가 있다. 조야토란 일종의 등대로 어떤 지역을 표시하는 등불이다. 조야토를 들여다보니 선애(仙厓)라는 사람이 쓴 하이쿠가 보인다. 유감스럽게도 일본어 실력이 부족해 정확한 의미를 알 수가 없다. 그렇지만 한자를 통해 “연기마저 끊어진 산의 붉은 누각에, 향기로운 밥 냄새가 주위에 봄바람을 일으키네”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텐만구로 가는 사람들의 행렬
 텐만구로 가는 사람들의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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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에서 텐만구에 이르는 덴진사마로에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도쿄의 아사쿠사 정도로 사람이 모이는 것 같다. 2월23일이 토요일이고 매화꽃 축제인 우메마츠리가 열리는 때이기 때문에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이다. 벚꽃 축제는 여러 번 들어 알지만 매화꽃 축제는 처음 들어봐서 축제가 가지는 의미를 실감할 수 없었던 것이다.

텐만구로 가면서 우리는 도리이, 도리이, 그리고 또 도리이를 만난다. 길 가에는 우메가에모치(梅ケ枝餠)를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우리말로 옮기면 매화가지떡이 된다. 이 떡을 사먹는 사람, 텐만구로 가는 사람, 텐만구에서 나오는 사람들로 거리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나이든 아주머니들이 떡을 팔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자신의 생업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우메가에모치를 파는 아주머니들
 우메가에모치를 파는 아주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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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만구 가는 길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나 있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 텐만구의 유래를 소개하는 표지판이 있고, 이곳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북쪽으로 텐만구 본전으로 길이 이어진다. 이 길에는 연못이 있고 그 위로 다리가 놓여 있어 다리를 건너며 마음을 가다듬도록 되어 있다.

스가와라노 미치자네는 대단한 학자이자 시인이었다

스가와라 미치자네 초상화
 스가와라 미치자네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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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의 텐만구 유서(由緖)라고 쓰인 표지판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다자이후 텐만구에서 모시는 신은 스가와라 미치자네(菅原道眞: 845-903)이다. 신을 모시기 시작한 것은 연희(延喜) 3년(903) 2월25일이다. 스가와라는 승화(承和) 12년(845) 6월25일 교토의 스가와라인(菅原院)에서 태어났다. 그는 국가의 융성과 문화발전을 위해 애쓰다가 연희3년 2월25일에 생을 마감했다.

이 표지판에는 없지만 다른 자료에 의하면 그는 교토에서 잘 나가는 정치인이었다. 그는 또한 문사철에 밝은 학자이자 시인이었다. 그러나 우대신으로 있던 창태(昌泰) 4년(901) 좌대신인 후지와라에 밀려 다자이후의 지방관(權帥)으로 오게 된다. 그 후 그는 실의에 빠져 살다가 이곳 다자이후에서 생을 마감했으며, 현재의 텐만구 자리에 묻히게 되었다. 후에 그곳에 텐만구가 생기면서 그의 위패가 모셔지게 되었고, 학문의 신으로 추앙을 받게 되었다.

텐만구의 건물 배치도
 텐만구의 건물 배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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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7년에는 그의 고향인  교토의 기타노(北野)에도 텐만구가 생겨 그의 신주를 모시게 되었으며, 학문을 숭상하는 사람들이 역시 텐만구를 즐겨 찾았다고 한다. 다자이후 텐만구는 교토에 있는 기타노(北野) 텐만구와 함께 스가와라노를 기리는 대표적인 사당이다. 지금도 성실한 도를 수호하고(誠道守護), 학업을 성취하고, 재난을 쫒고 복을 불러들이려는(除災招福)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현재 다자이후 텐만구에는 본전, 지하사(志賀社), 보물전, 역사관, 신원(神苑)이 있다. 이곳 신원에는 매화나무가 5500그루나 심어져 있으며 그 때문에 매년 2월 말에 매화꽃 축제가 열릴 수 있는 것이다.

스가와라 미치자네의 노래비
 스가와라 미치자네의 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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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후 텐만구 입구에는 또한 스가와라 미치자네의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이곳에는 그가 901년 쿄토를 출발하면서 홍매전(紅梅殿) 앞의 매화와 석별의 정을 나누면서 읊은 시가 돌에 새겨져 있다. 스가와라 미치자네가 교토를 떠나며 읊은 시는 다음과 같다. “동풍이 불면 매화의 향기를 바람에 실어 보내다오. 매화여, 주인이 없다고 봄을 잊지 말아다오. (東風ふかば におひおこせよ 梅の花 あるじなしとて 春な忘れそ)”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어느날 밤 스가와라를 사모하던 매화꽃이 교토에서 큐슈로 날아와 나무로 자랐고, 이후 신목(神木)이 되어 본전의 우측에 자라고 있다고 한다. 이 나무가 토비우메(飛梅)이며 현재도 하얀 매화꽃을 가득 피우고 있다.

본전 오른쪽에서 꽃을 피우고 있는 토비우메
 본전 오른쪽에서 꽃을 피우고 있는 토비우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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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최근에 가수인 사다 마사시가 노래한 ‘토비우메’도 있다. 이 노래에서도 역시 화자는 다자이후에 봄이 오고 동풍이 불면 사랑하는 연인이 자신을 생각할지 의아해하면서, 연인이 간 곳으로 하룻밤 새 날아가기를 바란다.

혼덴(本殿)에 이르는 길

뿔을 만지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황소
 뿔을 만지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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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비를 보고 왼쪽으로 향하면 본전으로 가는 길이 펼쳐져 있다. 길 오른쪽으로는 부속 건물인 연수왕원(延壽王院)이 있고, 길 한 가운데는 연못(心字池)이 있다. 그리고 이 연수왕원 바로 앞에 1985년에 만든 청동 황소(御神牛)가 한 마리 앉아 있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에게는 이 소의 뿔을 만지면서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많은 사람이 황소의 뿔을 만지고 있으며, 그 결과 소뿔이 반짝반짝 빛난다.

황소를 보고 우리는 연못 위로 나 있는 다리를 건너간다. 그런데 다리가 계단형으로 만들어져 올라갔다 내려오도록 되어 있다. 첫 번째 계단을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당집 비슷한 건물이 보이고 그것을 지나면 또 다시 사당 비슷한 건물이 보인다. 이 사당이 바로 지하사(志賀社)로 일본의 중요문화재이다. 이 건물은 1458년 무로마치(室町)시대에 만들어졌으며 해외무역을 편안하게 해주는 해신(海神)을 모셔놓았다.

해신을 모셔 놓은 사당 지하사
 해신을 모셔 놓은 사당 지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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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 본전 영역에 들어서면 다시 도리이가 있고 상단 한 가운데 텐만구라는 글자를 볼 수 있다. 이것을 지나면 누문(樓門)이 나오고 이 누각을 통과해야 본전 앞에 이르게 된다. 본전 앞은 합격을 기원하고 복을 불러들이려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본전 안에서도 신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시민들의 기도와 기원을 받아주고 있다.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색다른 장면이다. 이게 소위 신도(神道)라는 것이다.

매화꽃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본전 앞 마당에는 텐만구의 상징인 매화가 화사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매화꽃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가 홍매화고 다른 하나가 백매화이다. 홍매화는 화려해서 좋고 백매화는 순수해서 좋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본전 좌우에 있는 홍매화와 백매화이다. 본전 오른쪽에 피어 있는 백매화가 바로 그 유명한 토비우메(飛梅)이다. 이 매화 주변에는 목책을 쳐 나무를 보호하고 있다.

홍매화 앞에서 사진촬영을 하는 행복한 가족
 홍매화 앞에서 사진촬영을 하는 행복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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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전 왼쪽에는 홍매화가 피어 있는데 꽃 색깔이 화사하기 이를 데 없다. 마침 기모노를 입고 어린 아이와 간난쟁이를 데리고 온 부부와 할머니가 홍매화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는 이럴 때 쓰는 말인 것 같다. 할머니 품에 안겨 잠이 들어 있는 간난쟁이도 아마 복 받을 것이다.

본전을 구경하고 말그림(繪馬)을 그려 걸면서 소원을 비는 장소에 오니 그 뒤로 역시 홍매화가 화사한 꽃을 피우고 있다. 그런데 꽃 색깔이 조금 다르다. 진분홍에 가까워 본전 앞의 것에 비해 명도는 높고 채도는 낮은 편이다. 이곳 텐만구에는 무려 198종이나 되는 매화가 있다고 한다. 이들 꽃들이 5월이면 열매를 맺어 매실차나 매실주의 원료가 되겠지. 아름다운 매화꽃에 푹 빠져 나는 텐만구가 가지는 역사적 의미와 스가와라 미치자네를 잠시 잊어버린다.

말그림을 걸고 소원을 비는 곳의 홍매화
 말그림을 걸고 소원을 비는 곳의 홍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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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덴진사마로, #스가와라 미치자네, #텐만구, #매화꽃 축제, #토비우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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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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