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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호 작가
 윤태호 작가
ⓒ 윤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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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마을, 수상한 사람들. 축축한 ‘이끼’ 같은 그곳에 아버지의 죽음 뒤로 감춰진 비밀이 있다. 온라인 만화 웹진 ‘만끽’에 연재 중인 <이끼> 1권이 최근 출간됐다.

한국형 스릴러를 표방한 이 웹극화는 어두운 한국사를 특유의 집념으로 깊고 육중하게 그려낸 걸작 <야후>의 윤태호 작가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야심작이다.

꼼꼼하다 못해 결벽증적인 모습까지 보이는 원칙주의자 ‘류해국’. 자신의 장점이라 믿었던 그 성격으로 인해 그는 다니던 회사에서 잘리고 아내와도 헤어지기에 이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들려온 아버지의 부고 소식. 장례를 치르러 아버지가 살던 마을에 도착한 그는 마을 주민들에게서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고, 그 비밀을 풀고자 집착하게 되는데…. 홀로 살던 아버지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작품 전반을 흐르는 스릴을 넘어선 공포감은 다름 아닌 인물 특유의 성격에서 만들어진다. 외지인의 왕래가 거의 없는 마을의 수상한 비밀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해국은 점점 위기에 처해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정의란 과연 무엇일까. 개인의 양심과 사회적 통제 그리고 관계의 단절 등 작가는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들을 던진다.

“대부분의 정의란 충분히 기만적인 일면이 있고, 옳음이란 암묵적으로 ‘사회적’ 용인 수준을 넘지 않는 어떤 태도를 말하는 듯합니다. 그런 사회에 뜨겁게 데어버린 주인공이 그것을 버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다시 그 결벽증적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는 사건과 마주하게 된다는 설정입니다. 주인공으로선 딜레마죠. 버려야 편하게 살 수 있는 습성을 다시 무기로 꺼내 들어야 하는 상황이 생겼으니.”

우연한 계기로 만든 '해국' 캐릭터... 허영만도 극찬한 바 있는 윤태호의 '컬러'

윤태호의 본격 웹극화 <이끼>
 윤태호의 본격 웹극화 <이끼>
ⓒ 윤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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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끌어가는 핵심 원동력인 해국 캐릭터는 우연한 계기로 만들어졌다.

웹서핑 중 발견한 독특한 모 인물의 행적을 추적하던 그는 “세상 사람들은 결코 옳다고 모든 걸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과 “아무리 옳은 일이더라도 그 싸움 수위가 타인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벗어나면 결국 냉소와 외면에 부딪히게 된다는 것”을 느꼈다. 가볍든 무겁든 간에 털어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으니.

컬러는 작품 속 팽팽한 긴장감을 완성한다. 회색을 밑바탕에 둔 윤태호의 컬러는 음습한 분위기를 스멀스멀 피워 올리는 데 성공하고 있다. 그의 독특한 컬러감각은 스승인 허영만도 극찬한 바 있다.

물론 처음부터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파란닷컴에 <첩보대작전>이라는 웹만화를 선보였지만 웹극화로는 <이끼>가 처음.

“극만화에 색을 사용한다는 게 가장 큰 부담”이었다고 그는 고백한다. 그 퀄리티를 중반, 후반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었다.

용기를 내 웹극화를 시작하기 위해 공부도 많이 했다. 출판만화의 ‘페이지’격인 온라인만화의 ‘스크롤’ 호흡을 익히기 위해 강도하, 양영순, 강풀 작가에게 많이 기댔다. 간단한 조언부터 컷조절까지 모두 그의 자양분이 됐다. 이미 발표된 많은 웹툰을 주의 깊게 정독하는 과정과 영화 콘티집을 탐독하며 세로만화의 강점과 장점 그리고 단점에 대해 살폈다.

<이끼> 10회가 넘어가기까지 그림체의 변화도 많고 색의 쓰임도 많이 달라졌지만 지금은 제법 안정된 모습이다.

새로운 시스템, 그에 맞는 새로운 이야기와 스토리텔링까지. 부담과 걱정도 컸다. 그러나 오프라인과는 조금 다른 독자들의 재빠른 반응과 응원은 윤태호에게 충분한 힘을 보탠다.

"변화 원한다면, 과거 철저히 반성하고 과거 혹은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야..."

<이끼>의 한 장면
 <이끼>의 한 장면
ⓒ 윤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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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이끼>에 달린 많은 리플들을 보면서 감사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아직 일반독자보다 만화전문가들의 평가가 더 많은 듯하지만 일반독자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게끔 열심히 해야죠.”

이야기는 중반을 넘어섰다. 총 다섯 권 분량으로, 올해 안에 마무리될 예정. 작가는 손에 땀을 쥐고 매회 그의 이야기에 눈과 귀를 모으는 독자들에게 귀띔 하나를 보낸다.

“변화를 원한다면 과거를 철저히 반성하고 과거로부터 혹은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스스로 다시 과거의 자신을 찾게 됩니다. 익숙하고 편하니까. 그렇게 늪으로 빠지는 겁니다. 허우적거리는 주인공의 처절한 모습을 기대해 주세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윤태호, #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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