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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의 상주 구간 조감도(스카이라인 포함). 오른쪽 위 작은 사진은 현재 항공촬영 사진.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의 상주 구간 조감도(스카이라인 포함). 오른쪽 위 작은 사진은 현재 항공촬영 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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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 1년간 많은 '명언'을 남겼다. 가령 이런 식이다.

"경부운하에 배를 띄우면 스크류가 돌아가면서 공기를 주입하기 때문에 물이 깨끗해진다."
"운하는 갇힌 물이기에 수질이 오염된다고? 바이칼호도 갇혀있는 물인데 깨끗하다."
"경부운하에서 사고날 확률은 63빌딩에 비행기 부딪칠 확률과 같다."

사실 그의 이런 '황당 주장'은 각종 경부운하 토론회에서 조롱거리로 자주 등장했다.

한나라당 운하정책 환경자문교수단 단장이었던 이화여대 박석순 교수. 그러니까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그토록 칭찬했던 "지난 10년간 운하를 연구한 100명의 학자" 중의 대표격이었고, 사실상 '이명박 운하'의 대변자였다. 그런 그가 오늘(26일) <중앙>에 '대운하 정책, 국민 합의 구해야'란 제목의 시론을 썼다.

"조령터널 포기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26㎞에 달하는 조령터널안을 포기하자는 것이다.

"조령에 터널을 뚫는 것보다 속리산 계곡에 인공 수로를 만드는 스카이라인 안을 선택해야 한다. 터널을 뚫으면 산림훼손 및 생태계 단절 방지, 동절기 수로 결빙 방지 등 몇 가지 장점은 있으나, 대형 광폭 터널은 그 자체가 너무나 큰 환경파괴를 야기한다. 그리고 선박이 2시간 이상 터널 속에 체류함으로써 관광효과의 감소와 향후 쌍방향의 원활한 통행을 위해 추가 터널 건설의 필요성 등 여러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그런데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핵심구간인 이 곳에 대한 설계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수위가 내년 2월 착공설을 흘리는 것도 우습지만, 지금에 와서 이 노선을 폐기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10년동안 연구했다는 학자들의 수준이 이 정도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사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경부운하를 건설해 물류혁명을 이루겠다고 말했다가 이제와서 관광효과를 강조하는 것도 그렇고, 수질문제가 제기되자 이중수로안을 제안했다가 폐기한 것도 그렇다. 심지어 경부운하를 운행하는 배의 속도와 시간은 5~6차례나 바뀌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경부운하 반대논리에 밀려 이처럼 갈짓자 걸음을 하면서 내놓는 대안이라는 것도 전혀 준비가 되지 않는 안이라는 것이다. 무조건 엄포만 놓고 도망치는 격이다. 박 교수가 이번에 주장한 스카이라인의 경우도 그렇다. 현재까지 제시된 것은 하나의 '그림'(조감도)에 불과하다. 설계도면은 물론 현지 조사를 한 흔적도 없고, 지도에 멋진 그림만 그려놓은 수준이다.

그래서 스카이라인안에 대해 자세히 분석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얼마나 황당한 제안이라는 것은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다. 가령 스카이라인은 속리산 국립공원 협곡에 인공적으로 물을 채워 백두대간을 넘겠다는 발상이다. 해발 300m 이상되는 곳에 50㎞의 인공운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스카이라인에서 쏟아질 물폭탄, 대안은?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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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터널을 뚫으면 산림훼손 및 생태계 단절"이 우려된다며 터널안을 포기하자면서 국립공원에 인공수로를 만들자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생각해보라. 2500톤급 배가 다니려면 항상 일정 수량과 수심을 유지해야 한다. 결국 국립공원의 계곡 곳곳을 시멘트로 발라서 물이 유출되지 않도록 방수공사를 해야 한다. 터널이 26㎞인 것을 감안하면 당연히 그보다 2배 정도되는 광범위한 국립공원이 망가질 것이다.

그리고 만약 둑의 한 곳이 터지기라도 한다면? 엄청난 양의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재앙을 맞을 수 있다.

또 그 물은 쉽게 뺄 수 있는 게 아니다. 일정정도 수심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국립공원 협곡에서 그 물은 썩어갈 것이다. 홍수철, 그 썩은 물 위에 많은 양의 비가 한꺼번에 쏟아진다면? 그 경우 역시 재앙일 수 있다.

따라서 그럴듯한 스카이라인 안으로 혹세무민할 수는 있을 지 모르지만, 조만간 터널안처럼 폐기처리될 공산이 크다.

박 교수는 이날 시론을 통해 간접적이지만, 그간 반대론자들이 주장해왔던 것에 대해 많은 부분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여론을 종합해 보면 운하 건설로 인한 내륙 개발이나 관광산업 활성화, 그리고 일자리 창출 등은 비교적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물류비용 절감이나 수자원 확보, 수질 개선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중략)…반대 논리 중 일부는 정치적 이유로 만들어져 허무맹랑한 것도 있으나 상당 부분은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들이다."

누구에게 홍보하고 무엇을 교육하나

그러면서도 그는 계속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대론자들의 논리에 밀려 뒷걸음질 치면서도, 반대론자들의 논리에 자신마저도 승복당하면서 수차례 계획을 수정하고 있으면서도 대체 누굴 대상으로 홍보하고 무엇을 교육한단 말인가. 이래저래 대책이 없는 인사다.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학자인 그는 이번 총선에서 경산 청도에 출마하기 위해 예비후보자로 등록했다가 공천신청을 포기했다고 한다. 얼마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으로 내정된 추부길씨가 '한반도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교수모임'을 향해 "정치적"이라고 공격했던 게 기억난다. 누가 정치적일까?    


태그:#경부운하, #이명박 운하, #박석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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