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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국 초등학교 6학년생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인터넷에 글을 올리거나 교육감에게 편지를 쓰는 등 행동으로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원성은 16개 시도교육감들이 올해 처음 실시키로 합의한 중학교 1학년 진단평가로 집중되고 있다.

 

이 시험은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3월 6일 전국에서 일제히 진행된다. 과목은 국어·사회·수학·과학·영어다.

 

서울 초등학생 6학년생들의 편지 20통

 

기자는 25일 서울지역에 있는 한 초등학교 6학년생들의 편지 20통을 입수했다.

 

이 편지를 쓴 학생들을 지도한 담임교사는 "진단평가 대비 시험을 치른 뒤 학생들끼리 하도 불평하고 떠들고 해서 편지를 써보기로 했다"면서 "아이들의 생각을 표현하게 하는 것도 교육의 한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편지에는 일제고사 식 시험을 새로 만든 교육감에 대한 원망이 들어 있었다.

 

"공정택 교육감님께! 저는 ○○초등학교 6학년 꼬마입니다. 왜? 지금 이런 시험을 만들었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이제 중학교에 가서 힘들게 공부해야 하는 걸 아실 겁니다. 코피가 나면서 공부를 해야 하죠."

 

이 학생은 이처럼 불평을 나열한 뒤, 교육감을 이해하려는 속마음도 내비쳤다.

 

"교육감 선생님이 왜 시험을 만드는지는 이해가 갑니다. 공부를 더 잘해라 하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험을 없애주셨으면 합니다. 안 들어 줄 거라는 거 알지만 그래도 편지를 씁니다."

 

다른 학생은 이번 일제고사의 문제를 나름대로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이 학생은 "이번 시험은 사교육이 늘어나게 하며 학생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고 적은 뒤 "이 시험으로 인해 상처를 받아 어떠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엄포를 놓았다.

 

"어린이들을 사랑한다면 공부 좀…."

 

학생들은 영어교육 열풍에 대한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이른바 이명박 대통령의 '영어 공교육 프로젝트'에 대한 논평인 셈이다.

 

"교육감님, 이명박 당선자가 수업을 영어로 한다고 하는데 이것을 반대했으면 합니다. 뉴스를 보니까 이 일을 하는 이유가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이 일로 영어 같은 사교육이 많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영어로 수업하는 것, 저 좋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대학입시를 낼 때 너무 크게 비중을 두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 학생의 애원투 편지도 눈길을 끌었다.

 

"시험을 잘 못 봐서 엄마한테 혼나는 어린이가 많습니다. 그런 것 때문에 문제를 좀 쉽게 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린이들을 사랑한다면 공부 좀 쉽게 하게 해주세요.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공정택, #일제고사, #진단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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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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