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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캠프와 공화당의 존 매케인 캠프는 요즘 버락 오바마 후보가 받지 않겠다는 미국 정부 돈 8500만 달러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받은 돈도 아니고 받지 않겠다는 돈을 두고 정치적 논란이 벌어진 사연은 이렇다.

 

미국 정부는 '공적선거자금(Public Financing)' 제도에 따라 대선에 출마한 후보에게 선거자금으로 최고 8500만 달러까지 지원할 수 있다.

 

이것은 대선 후보가 이익단체의 선거자금에 의지해 당선된 뒤 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에서 이들의 이해관계에 휘둘리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연방정부는 일정 수준 이상의 지지를 확보한 후보에게 이 돈을 지원한다. 대신 이 돈을 받은 후보는 본선에서 사적인 기부금을 받을 수 없다.

 

당초 오바마 캠프는 지난해 공화당 후보도 동의하는 것을 조건으로 이 돈을 받겠다고 말했지만 최근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존 매케인 측이 "수백만 유권자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킨 후보답지 않은 행태"라며 날을 세우고 있는 것.

 

오바마 캠프가 행복한 고민에 빠진 배경에는 바로 100만에 가까운 소액 후원자들이 있다. 오바마 캠프가 현재까지 모금한 후원금은 무려 1억5000만 달러. 이 중 지난 1월에 모은 돈만 3600만 달러에 달한다.

 

오바마 캠프는 1월 중 2800만 달러를 온라인에서 모금했는데 이 돈의 90% 이상이 100달러 이하의 소액 후원자들로부터 받은 후원금이다. 대선 후보는 예비경선 기간 중 유권자 1인에게 최고 2300달러까지 받을 수 있어 오바마 후보가 향후 추가로 모금이 가능한 돈은 이보다 훨씬 더 불어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오바마 후보의 선거자금모금에 참여한 30만 명의 후원자 중 무려 20만 명에 가까운 유권자가 처음으로 모금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모금만으로 선거에 필요한 자금의 태반을 확보한 오바마는 별다른 후원금 모금행사도 갖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오바마 후보는 그간 유세에만 역량을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분석이다.

 

반면에 힐러리 캠프는 상대적으로 전통적인 모금방식에 의지하고 있어 힐러리와 남편 빌 클린턴은 민주당의 거물급 지지자들과 디너 모임을 갖는 등 모금행사를 꾸준히 열고 있다. 그럼에도 힐러리 캠프는 지난 1월 오바마에 훨씬 뒤지는 1350만 달러를 모금하는데 그쳤다.

 

물론 힐러리 캠프도 온라인 모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캠프의 선거자금이 동이 나 힐러리가 개인 돈 500만 달러를 캠프 측에 빌려주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 후원금이 껑충 뛴 바 있다. 힐러리 측의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2월 들어서만 현재까지 1500만 달러를 모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바마 캠프는 소액 후원자들의 참여를 단지 선거자금 모금에만 활용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있다. 당초 5만 명으로 시작한 이메일 확보 건수는 현재 수백만 건에 달하며, 이들에게 후보에 대한 소식을 전하고, 슈퍼대의원들을 설득하는 편지를 쓰게 하거나, 아니면 풀뿌리 선거운동에 참여시키는 방식 등으로 지지자들의 데이터베이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오바마 측의 캠페인 매니저인 데이비드 플루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지지자들이 단지 모금뿐 아니라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주의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오바마 캠프가 무려 8500만 달러에 달하는 미 연방정부의 선거 지원금을 선뜻 받지 않고 망설이는 배경에는 바로 수백만에 달하는 온라인 지지자들과 본선 기간 중 이들로부터 추가로 모금할 수 있을 막대한 후원금이 있는 것이다.

 

거물급 후원자 대신 100만에 육박하는 소액 후원자에 의지하는 오바마 캠프의 선거방식이 물론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온라인 상의 이런 소액 기부 물결은 비록 낙마는 했지만 '미국판 노무현'으로 불린 민주당의 하워드 딘 의원이 앞서 가능성을 보여 준 바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온라인 상의 열기에만 머물렀던 하워드 딘과 달리, 오바마 후보는 테드 케네디 같은 민주당의 거물급 정치인과 무당파 유권자, 심지어 공화당 성향 지지자까지 확보하며 오프라인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지금은 민주당 의장이 되어 두 후보의 치열한 예비경선을 관리하는 책임을 떠맡은 하워드 딘으로서는 버락 오바마가 활짝 꽃을 피운 풀뿌리 온라인 선거운동을 보는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어제 하와이주 승리로 파죽의 10연승을 거둔 버락 오바마는 현재까지 1199명, 그리고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1040명의 대의원을 확보했다. 두 후보는 3월 4일 텍사스와 오하이오주의 '미니슈퍼경선'에서 캠프의 운명을 건 사실상의 마지막 승부를 벌인다.


태그:#오바마, #힐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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