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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과 그의 가족들이 모든 범행을 저질렀고, 이명박 당선인이 불법 행위에 관여한 증거는 없다."

 

이명박 대통령당선인이 관련된 BBK 사건 등을 수사해온 정호영 특별검사팀(이하 이명박 특검)이 38일간의 수사를 마치며 내린 결론이다.

 

특검이 무혐의를 확인해줌에 따라 이 당선인은 후보시절 제기됐던 각종 의혹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졌고, 향후 국정 운영도 한층 홀가분한 심경에서 할 수 있게 됐다.

 

이명박 특검은 ▲ BBK와 도곡동 땅·다스의 실소유주 ▲ 상암동 DMC 특혜분양 ▲ 검찰의 김경준 회유·협박설 등 그동안 논란이 됐던 쟁점들에 대해 이 당선자가 관여한 증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명박 특검은 이장춘 전 대사의 BBK 명함과 이 당선인의 광운대 발언을 담은 동영상 등 검찰이 무시하거나 미처 손대지 못한 사안들을 직접 수사하고 이 당선인의 면접 조사를 하는 등 검찰보다 '성의 있는' 수사 태도를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 특검 초기에 검찰이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상암동 DMC 사건을 강도 높게 수사한 것도 특검이 처음부터 '짜 맞추기' 수사를 하지는 않았으리라는 심증을 갖게 한다.

 

그러나 이명박 특검은 검찰 수사의 결론을 그대로 따르거나 이 당선인에게 일부 불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이 당선인의 편을 들어줬다. 결과적으로는 "특검을 해봐야 새롭게 나올 게 없다"는 이 당선인 측의 공언대로 수사가 이뤄진 셈이다.

 

이명박 특검은 일반인들이 의혹을 갖는 쟁점들에 대해 검찰 논리와 흡사한 얼개로 이번 사건에 접근했다. 이 당선인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물증이 새로 드러나지 않는 이상 세간의 의혹은 말 그대로 의혹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이를테면, 이 당선인 자신이 BBK를 창업했다고 밝힌 2000년 10월 광운대 강연에 대해서는 "그런 말을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강연 내용이 당선인이 주가조작이나 자금 횡령 등에 관여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되지 못한다"고 결론내렸다.

 

2001년 5월 이장춘 전 대사가 이 당선인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힌 이른바 BBK 명함과 관련해서도 양자의 주장이 엇갈림에도 "이장춘씨의 주장을 인정한다고 해도 이것 역시 당선인이 불법 행위에 관여한 직접증거는 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2000년 6월 하나은행이 LKe뱅크에 출자하는 과정에서 "LKe뱅크가 BBK의 주식 100%를 소유하고 있다"는 내부보고서를 작성한 것에도 이명박 특검은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작성한 보고서'라는 하나은행의 설명을 그대로 수용했다.

 

특검이 아무리 수사에 의욕을 보이려고 해도 40일의 짧은 수사기간에 결론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검찰 수사를 되짚어보는 수준의 수사를 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한계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특검이 검찰의 '도곡동 땅 실소유주' 수사를 일정부분 뒤집는 성과(?)를 낸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문제는 특검의 결론이 검찰보다 더 '친이명박'으로 흘렀다는 것이다.

 

검찰은 작년 8월 "도곡동 땅의 이상은 지분에 대해 제3자의 차명재산으로 보인다"는 판단을 내렸는데, 특검은 "이상은씨 지분은 이씨 본인의 것"이라는 결론을 냈다.

 

검찰은 이씨가 도곡동 땅의 매입·매각에 사용한 돈이 이씨가 직접 관리하거나 소유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정황 근거를 제시했지만, 이명박 특검은 "타인이 자기 재산이라고 주장하지 않는 한 해당인의 재산으로 봐야 한다"는 원칙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지난해 검찰이 수사하지 않은 상암동 DMC 사건에 대해서도 이 당선인의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한독산업이 오피스텔을 아파트형 주거시설로 무단용도 변경한 것은 사실이지만, 담당 공무원이 업무를 잘못 처리해 오피스텔의 분양을 승인해줬고, 이러한 행위도 형사상·행정상 불법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시장시절의 이 당선인은 오히려 실무자들에게 신중한 사업 추진을 촉구하고 한독산업에 유리하다고 볼 수 없는 지시를 내린 적도 있다는 점에서 DMC 논란에 공연히 휘말린 셈이다.

 

이 당선인에게 특검의 수사 발표는 '마른하늘에 단비'로 다가왔다. 이 당선인의 갖가지 말실수와 코드인사 논란, 청와대 수석과 장·차관들의 도덕성, 대통령직인수위의 정책 혼선 등에 대한 비난 여론으로부터 잠시나마 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 당선인이 특검수사 발표와 대통령 취임식을 계기로 그동안 수세에 몰렸던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민주당 등 예비야당들은 대선 기간 내내 네거티브 캠페인에 주력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이명박 특검의 수사 발표가 4월 총선에서 안정론과 견제론으로 맞서야 하는 여야의 대결 구도에 또 하나의 중대변수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


태그:#이명박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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