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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고향은 전남 순천, 지금 사는 곳은 광주광역시입니다. 국민의 정부 시절을 제외하고는 선거 결과가 나올 때마다 소외당할까봐 걱정하고 배려해달라고 외치는, 그런 곳입니다.

 

절차의 옳고 그름 여부를 떠나, 새 정부의 내각 명단이 다급하게 발표되었고, 신문과 방송은 거명된 후보자의 면면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내가 사는 지역의 언론사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연일 후보자의 고향과 출신 학교가 어디인지 자상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동향 사람이 장관되면 뭐가 달라지나요?

 

언론에 보도되자 "광주·전남 출신은 달랑 1명뿐"이라며 반발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지역의 균형 발전이라는 시대적 요구에도, 소외된 지방을 배려해야 한다는 취지에도 어긋나는 인사라는 겁니다. 심지어는 이 당선인에 몰표를 던져준 다른 지방과는 달리 '대세'를 무시한 죄(?)를 물어 행한 보복이라며 발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내각 구성에 있어서 대통령 당선인의 지역 안배를 위한 노력은 인정할 만합니다.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지명된 유인촌씨의 고향을 두고, 정작 본인은 서울이라는데도 '전북'이라고 발표하는 걸 보면 얼마나 고심이 큰가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동향 사람이라고 해서 애향심이 남다를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며, 어디까지나 개인적 경험과 성향에 따른 차이에 기인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며 애향심을 당연시여기는 탓에 '숫자 놀음'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반복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역 언론사들에 의해 확대재생산되는 모습입니다.

 

이 지역 출신이라는 '단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입니다. 그것도 저와 동향인 전남 순천 사람입니다. 현재까지는 그냥 국무위원으로 소개되어 있지만, 새 정부의 초대 통일부 장관으로 발탁될 인물이라는 점이 부각되어 있습니다.

 

언젠가 한 시사주간지에서 읽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는 "통일은 없다"며 분단 상황의 해소라는 당위성 자체를 무시하고, 두 차례의 정상회담마저 그 의미를 축소하고 왜곡하는, 저돌적인 남북 대결주의자라는 겁니다. 남북을 넘어 세계의 화해와 평화라는 역사적 사명과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위험한 발상입니다.

 

단 하나의 순천 출신 장관... 그는 남북 대결주의자

 

그런 그이지만, '달랑 1명'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내는 지방의 언론사에게는 광주·전남의 이해를 대변하고 소외된 지역의 발전을 이끌 인물로 보이는 모양입니다. 후보자가 지닌 가치관과 행적 등 그의 진면목을 검증하고 보여주려는 노력은 게을리 한 채 그저 동향 운운하며 '숫자 부족'만을 꼬집는 모습을 보노라면 언론사의 수준이 의심스럽습니다.

 

지방 언론사는 갓 출범하려는 내각의 '숫자 부족'만으로 새 정부를 향해 "광주·전남을 배려하지 않았다"고 꾸짖기 전에, 적어도 남 교수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6·15 선언'을 북한 정권의 전략에 놀아난 '대남공작문서'라며 조롱한 장본인이라는 점을 먼저 알려주었어야 합니다. 그것이 이 지방 사람들은 물론, 전 국민의 삶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곳도 아닌 광주·전남에서 이른바 햇볕정책을 완강하게 거부하는 인물의 내각 진입을 단지 동향 사람이라는 이유로 환영하는 엽기적인(?) 상황이 이 지방 언론사에 의해 조성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러고도 지역 사회의 공기(公器)로 자처할 수 있을런지요.

 

'동향'이라는 이유만으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후진적인 모습은 이제 끝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자는 "개천에서 용이 나와도 용은 절대로 개천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덧붙이는 글 | 제 홈페이지(http://by0211.x-y.net)에도 실었습니다.


태그:#남주홍, #지역 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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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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