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야구장 외경  목동야구장이 '유니콘스'의 서러움을 달래줄 수 있을까.

▲ 목동야구장 외경 목동야구장이 '유니콘스'의 서러움을 달래줄 수 있을까. ⓒ 정현준


천신만고 끝에 센테니얼 야구단(구 현대 유니콘스) 선수단이 제주도에서 전지훈련을 시작했다. 아직 팀명도 정해지지 않았고 유니폼도 없지만 선수단은 최선을 다해 훈련을 하고 시즌을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센테니얼 야구단은 앞으로 서울 목동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게 된다.

목동구장은 주로 리틀야구와 연예인야구 등 사회인야구가 열렸던 아마추어 중심의 야구장이었다. 앞으로 목동구장에서도 프로경기가 열리는 만큼 '프로급'에 맞는 시설로 보완돼야 할 것이다. 다행히 서울시가 2008 시즌 시작에 맞춰 구장 개·보수를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에 공사가 한창이기는 해도 앞으로 서울 서부권에서 프로야구가 열리게 된다는 설렘에 지난 15일 목동구장을 찾아 카메라에 담아 봤다.

센테니얼 구단이 홈구장으로 사용하게 될 목동구장은 1989년 10월에 준공됐다. 좌석수는 1만6165석이며, 최대 수용인원은 2만여명이다. 야구팬들은 물론 대다수 국민들은 목동야구장에 대해 낯설어할지 모른다.

외야에서 바라본 구장 야간경기가 아닌 이상 야수들은 햇빛을 바라보며 수비를 해야 한다.

▲ 외야에서 바라본 구장 야간경기가 아닌 이상 야수들은 햇빛을 바라보며 수비를 해야 한다. ⓒ 정현준



외야수들을 보호하게 될 외야 펜스 외야펜스에 약 12cm 두께로 두 겹의스티로폼이 설치됐다.

▲ 외야수들을 보호하게 될 외야 펜스 외야펜스에 약 12cm 두께로 두 겹의스티로폼이 설치됐다. ⓒ 정현준


그러나 구 삼미슈퍼스타즈 투수 감사용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의 촬영지였음을 알게 된다면 어슴푸레나마 기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삼미슈퍼스타즈의 홈구장은 인천 도원구장이었지만 구장 사정으로 '슈퍼스타 감사용'의 야구경기 장면은 목동구장에서 촬영됐다. 목동구장은 주로 초등학교 야구팀이나 연예인 야구팀의 경기가 열린다. 따라서 관중석이 텅 빈 경우가 대부분이다.

목동구장에는 외야석이 없다. 대신 3층 규모의 내야석이 촘촘하게 건설돼 있다. 야구라는 종목의 특성상 투수 교체 등 경기 흐름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 외야석보다는 내야석이 유리하기는 하다.

야구는 외야에서 즐기는 맛도 괜찮다. LG트윈스는 홈구장인 잠실구장에서 응원단장석을 외야에 배치시킨 일도 있다. 손에 땀을 쥐면서 선수들 표정 하나하나 관찰하는데 유리한 게 내야석이라면 외야석은 먹거리를 잔뜩 싸와 옆 사람과 신나게 떠들며 응원하기 좋은 공간이다. 그런 면에서 목동구장은 다소 아쉽다.

덕아웃 확장공사 목동구장도 잠실구장과 같이 덕아웃을 구장 안쪽 방향으로 늘려 확장된다.

▲ 덕아웃 확장공사 목동구장도 잠실구장과 같이 덕아웃을 구장 안쪽 방향으로 늘려 확장된다. ⓒ 정현준


목동구장 전경   시설은 노후하나 경기를 관전하기에는 더없이 좋다.

▲ 목동구장 전경 시설은 노후하나 경기를 관전하기에는 더없이 좋다. ⓒ 정현준



중앙 내야 관중석   절반 이상의 관중석이 지붕으로 덮여 따가운 햇빛을 피할 수 있다.

▲ 중앙 내야 관중석 절반 이상의 관중석이 지붕으로 덮여 따가운 햇빛을 피할 수 있다. ⓒ 정현준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 보면 목동구장은 경기 자체에 집중하기 더없이 좋은 환경이라 할 수 있다. 잠실구장이나 문학구장만은 못하지만 상당수 좌석이 지붕 아래에 배치돼 있어 햇빛을 피하기도 쉽다.

현재 목동구장은 잔디조성공사가 한창이다. 목동구장에 조성될 잔디는 알려진 대로 롱파일 잔디다. 이 잔디는 2006년 대전구장과 2007년 대구구장에 깔렸으며 올해 시즌이 시작되기 전 광주구장에도 조성된다. 8개구단 선수들은 이미 이 잔디에 적응이 돼 있어 목동구장에서 경기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목동구장의 덕아웃도 대폭 확대된다. 현재 반지하형 형태로 공사 중인 목동구장의 덕아웃은 과거보다 앞방향으로 전진 확대된다. 이는 지난해 잠실구장의 시공형태와 흡사하다. 비좁았던 덕아웃이 반지하형태로 넓어지면 그만큼 선수들의 안전과 편의가 극대화될 것이다.

불펜 설치를 위해 당겨진 외야펜스 불펜 설치를 위해 약 10미터 이상 외야펜스를 당겼다. 펜스 중앙(120미터)은 그대로 유지됐다.

▲ 불펜 설치를 위해 당겨진 외야펜스 불펜 설치를 위해 약 10미터 이상 외야펜스를 당겼다. 펜스 중앙(120미터)은 그대로 유지됐다. ⓒ 정현준



외야 그물망 외야 바로 옆 고속도로에 떨어질 홈런타구를 보호할 외야 그물망. 비거리가 150미터 이상 홈런타구가 아니면 모두 그물망에 빨려들 것이다.

▲ 외야 그물망 외야 바로 옆 고속도로에 떨어질 홈런타구를 보호할 외야 그물망. 비거리가 150미터 이상 홈런타구가 아니면 모두 그물망에 빨려들 것이다. ⓒ 정현준


특히 목동구장에 최초로 투수들이 몸을 풀 수 있는 '불펜'이 신설된다. 비좁은 파울존임을 감안해 내야에서 외야로 옮겨지는 불펜은 외야 끄트머리 양쪽에 마련된다. 이는 인천 문학구장과 같은 구조다. 따라서 투수들이 언제 파울볼이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몸을 풀어야 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이로 인해 외야펜스가 10미터 가량 줄어들기 때문에 타자들에게 유리해졌다.

목동야구장은 태생적으로 수비수들이 햇빛을 정면으로 대해야 한다. 해를 등지고 있어 관중들은 편하긴 해도 선수들과 심판들의 고충은 발생할 수 있다. 목동야구장에서 시즌을 치렀던 연예인야구대회의 경우 대다수 외야수들은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프로야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구장 특성을 감안해 저녁시간대에 경기를 편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말의 경우 낮시간을 피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여름의 해는 길다. 따라서 목동구장에서 경기를 치르는 8개 구단 선수들과 심판들은 선글라스를 필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루에 나간 주자들이 선글라스를 착용하면 재밌지 않을까.

서울시는 지난달 목동구장의 관중석을 보호하기 위한 그물망을 모두 교체했다. 내야 그물망은 잔디색깔에 맞췄기 때문에 경기를 관전하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강한 타구의 경우 구멍이 날 수도 있었던 외야의 노후 그물망도 깔끔한 그물로 교체됐다. 다만 높이가 짧지 않나 걱정이 든다. 외야 바깥에는 경인고속도로가 있다. 만일 홈런볼이 고속도로에 떨어진다면 대형 교통사고가 날 수도 있다.

구장 관계자는 이에 대해 비거리 150미터 이상의 대형 홈런이 아니면 이러한 사고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경기에서 150미터 이상의 홈런이 나올 가능성은 극히 낮다. 하지만 가능성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이다. 그물망을 좀 더 높이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새로 태어나는 목동야구장은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인조잔디이기는 하지만 최신식 잔디로 교체되고 덕아웃도 확대돼 선수들의 불편을 줄일 수 있다. 더불어 불펜과 그물망 교체는 프로경기가 열리는 구장으로서 좋은 '자격증'이 될 것이다.

다만 목동구장이 20년에 가깝게 방치돼 있었기 때문에 프로경기가 열리기 전 충분한 청소가 필요할 듯싶다. 야구장 건축물 내부에는 비둘기가 아예 둥지를 틀었다. 악취도 있다. 의자는 성인이 앉기에 너무나 비좁아 만원 관중이 될 경우 관중들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불펜쪽 내야석 등받이 의자는 아니지만 야구 관전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다. 벌써부터 함성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 불펜쪽 내야석 등받이 의자는 아니지만 야구 관전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다. 벌써부터 함성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 정현준


서울 서부권의 중심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목동야구장. 목동야구장을 찾을 때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에서 10∼15분 거리에 위치해 있고 시내버스도 많은 편이다. 만일 차를 갖고 온다면 일방통행뿐인 도로와 턱없이 부족한 주차장 때문에 애를 먹을 것이다. 야구장 옆 시영주차장은 늘 만원이다.

유니콘스 팬 상당수는 이번 현대사태와 관련해 "야구를 끊겠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최근 센테니얼 구단이 선수들을 어우르고 열심히 훈련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처럼 과거 팀의 팬일지라도 유니콘스 팬들을 가슴에 안을 수 있는 조치를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센테니얼 구단이 지향하는 '흑자구단'이 실현되려면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팬이다. 모기업의 재정난으로 어려운 상황에 빠진 구단임에도 열심히 응원해 온 유니콘스 팬들은 우리나라 최고의 야구팬이라 불러도 손색없다. 필자는 목동야구장을 둘러본 뒤 나오면서 야구장을 열심히 보수하고 있는 인부에게 부탁의 말을 전했다.

"선수들의 안전은 물론 실망감에 빠진 야구팬들이 즐겁게 환호할 수 있는 좋은 야구장으로 고쳐주십시오."

덧붙이는 글 사진을 자료로 활용하고자 하는 독자께서는 마음 놓고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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