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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 밸런타인 데이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설마 밸런타인 데이가 무슨 날인지 모르시는 분은 없겠죠? '여성이 좋아하는 남성에게 초콜릿을 전해주는 날'이라는 사실쯤은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받을 초콜릿에 대한 기대 덕분에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는 남성분들도 은근히 참 많을 것 같습니다. 사실 밸런타인 데이가 무조건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항간에는 초콜릿 업체의 상술이다, 뭐다해서 말이 많지요. 
 
하지만 그렇게 뾰투퉁하게 생각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날이 일년에 단 한 번뿐인 공개적으로 마음을 고백하는 날이라는 사실일테니까요. 잘 생각을 해보세요. 작은 정성 하나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기쁘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어요.
 
값비싼 초콜릿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
 
 
그래서인지, 밸런타인 데이를 앞두고 '사랑을 꿈꾸는 이'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네요. 전국의 번화가는 초콜릿을 구매하려는 여성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고 하네요. 겨울한파가 갑작스레 불어닥쳤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초콜릿을 사기 위해 시내로 몰려든다고 합니다.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사랑의 힘은.
 
저는 12일 밤, 여차저차한 이유로 잠시 대전의 시내인 은행동에 들렀어요. 물론 이맘때 남자 혼자 시내를 나가면 따가운 '눈총'을 받기 십상이지만 사야할 것이 있었기에 시내에 나가게 되었죠. 그래서 밸런타인 데이를 앞둔 현장을 직접 눈으로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대전 시내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어요. 각양각색의 초콜릿, 1000원의 값싼 초콜릿부터 몇 만원에 육박하는 고급 초콜릿까지 화려하게 진열되어 있는 시내의 모습, 그 곳에서는 많은 여성들이 주의깊게 초콜릿을 고르고 있었어요.
 
그런 광경에는 문득 호기심이 드네요. 과연 이번에는 어떤 초콜릿들이 남성의 마음을 녹일까요? 어떤 초콜릿이 아름다운 사랑고백을 이어줄까요? 초콜릿을 고르고 총총걸음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괜한 설렘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저 역시 그 따뜻한 분위기에 설레고 있습니다.
 
하지만 잊지 않으셨겠죠? 값비싼 초콜릿보다 마음을 전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사람들이 감동받는 것은 그 초콜릿이 '얼마짜리냐?'는 것보다 '얼마나 정성이 들어갔냐' 하는 것이거든요.
 
마음과 마음을 잇는 그 용기가 아름답다
 
 
문득 저의 기억을 더듬어 봐도 그렇습니다. 태생이(?) 별로 잘나지 않아서 값비싼 초콜릿을 받아본 적은 많이 없지만 그래도 가끔 몇 번 말도 안 되는 일이 밸런타인 데이때 벌어지곤 했어요. 거의 기적적으로, 꽤 값나가는 초콜릿 선물이 들어왔을 때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왜일까요?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도 시원찮을 판에,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정말 왜였을까요? 그 이유는 초콜릿의 가격으로 '자신의 마음'을 담아낸 아쉬움 때문이겠지요. 이렇게 말하면 어떤 이들은 너무 비판적으로 본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제겐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게 해준 일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제게 최고의 밸런타인 데이 선물로 기억되는 일이지요요. 이야기를 꺼내자면, 그 당시 전 남녀공학인 고등학교에 다녔었는데 당시 말 그대로 친구였던 여자애 한 명이 있었지요. 꽤 친했기에 자주 만나고, 또 당시로서는 유행이던 인터넷 메일도 서로 틈틈이 보낸던 친구였지요.
 
하지만 한 번은 그 친구와 엄청 싸운 적이 있었습니다. 사소한 시작이지만 서로 말에 상처를 주어 아물지 않은 마음의 상처가 계속 커져가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친구였지만, 당시엔 웬수라는 말이 맞을 정도였습니다.
 
두번 다시 그 친구랑 화해하지 못할 줄 알았습니다. 친구도 자존심이 엄청 셌고, 저 역시 만만치 않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런 날이 하루 이틀, 그리고 밸런타인 데이가 다가왔습니다. 친구랑 싸워도 마음도 좋지 않고, 또 원래 밸런타인 데이 같은 것은 기대 안 하고 살은 저였기에 그냥 하루가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밸런타인 데이, 책상에는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편지와 조그만 초콜릿이 놓여져있었습니다. 뭔일인가 싶어 봤더니 그 친구가 보낸 것이었습니다. 길게 쓴 편지의 핵심은 '미안하다'는 용기있는 말들이었지요. 그때 친구에게 어찌나 미안하던지, 정말 눈물이 다 날 뻔했습니다.
 
'나라면 먼저 미안하다고 할 용기는, 절대 못냈을텐데….'
 
그때 저는 꽤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절대 돌이킬 수 없던 상태인 것 같아도 먼저 사과를 한다면, 먼저 작은 용기를 낸다면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는 교훈이지요. 그것은 인생을 살면서 저의 지침이 된 아름다운 밸런타인 데이의 추억입니다. 저는 그때 배웠습니다. 마음을 감동시키는 것은,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잇는 것은 단지 초콜릿 같은 형식이 아니라 작은 정성이라는 것을요.
 
시간이 지나 2008년입니다. 그리고 밸런타인 데이는 이제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불편한 관계는 반복이 되는가 봅니다. 제 학교 후배는 어릴 적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아빠랑 싸웠는데, 사과할 용기가 안나요!"라고 한숨을 쉽니다. 
 
또 아는 친구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고백할 용기가 안난다고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뭐가, 걱정이야? 밸런타인 데이잖아. 일년 중 흔하지 않은 자신의 마음을 맘껏 고백하는 날이라고. 그래서 친구와 후배에게 말합니다.
 
"용기를 내서 자신의 마음을 전해! 분명 많은 것이 달라질 거야."
 
내일은 밸런타인 데이입니다. 이 말이 여러분에게도 작은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태그:#발렌타인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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