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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방화 용의자 채모(69)씨의 범행 동기가 담긴 자필 편지가 공개됐다.

 

두 달 전(지난해 11~12월경)에 쓰인 이 편지에서 채씨는 "억울하다, 정부는 약자는 죽이고, 법 알고 권세있는 자는 국고를 낭비하고 죄는 조금"이라며 사회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편지는 조세록 서울 남대문경찰서 강력4팀장이 남대문서 대강당에서 12일 오후 2시 40분께 취재진에게 공개한 것이다.

 

또한 같은 자리에서 숭례문 방화 때 사용된 사다리·라이터·시너통 등 주요 증거물도 공개됐다. 이들 증거물들은 정밀 감정을 위해 곧 국과수로 보내질 예정이다.

 

"오죽하면 이런 짓을 하겠는가"라고 시작되는 채씨의 편지는 총 3장으로 이뤄졌고 맞춤법이 틀린 표현이 많이 발견됐다.

 

편지의 주 내용은 토지 보상금 문제에 대한 불만과 창경궁 방화사건 때 억울하게 방화범으로 몰렸다는 것으로, 특히 사법 체계에 큰 불만을 드러냈다.

 

토지 보상금 문제와 관련, 채씨는 "4억 시가로 행복하게 살고 있는 집과 대지가 1억도 못 되는 공탁을 걸고 강제 철거됐다"며 "합의부 판사는 일방적으로 회사 편만 들었다, 판사는 엎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땅에 옹벽을 쌓는 것에 대해 건축업자는 부실 공사라고 하는데, 시청은 정당하다고 하고 정부는 한 번도 확인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채씨는 또한 편지에서 지난 2006년 4월의 창경궁 방화범은 자신이 아니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철거를 당한 후 약 2개월 있다가 창경궁에 놀러 갔는데, 불난 곳 가까이 있다 하여 아무 증거도 없이 방화범으로 몰았다"고 전했다.

 

그는 "경찰은 혐의 없다고 하는데, 검사는 (방화범의) 뒷모습이 나와 같다고 하여 나를 방화범이라고 했다"며 "판사님도 과학수사를 해달라고 해도 해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변호사 말씀이 판사 앞에서 말할 적에는 아무 말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해서 가만히 서 있는 죄밖에 없다"고 했다.

 

또한 채씨는 "변호사 하는 말이 화재손실액 500만원을 공탁하면 찾을 수 있다고 했지만, 추가로 (추징금) 1300만원 내라 한다, 정부는 약자는 죽이고 법 알고 권세 있는 자는 국고를 낭비하고 죄는 조금"이라며 정부와 사회에 큰 불만을 보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나는 억울하다"며 "약한 몸에 무거운 죄가 양어깨를 누르고, 이혼까지 당했다"며 "자식들도 거짓 자백을 권유하고 아버지 잘못이다, 세상이 싫어진다고 했다, 자식이라도 죄인이 아니라고 믿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채씨에게 이르면 오늘 밤 구속영장이 청구될 예정이다.

 

다음은 편지 원문이다. 일부 맞춤법이 틀린 부분을 바로잡았다.

 

오죽하면 이런 짓을 하겠는가.

 

1. 나는 정부에 억울함을 수차례 진정하였으나 한 번도 들어주지 않았다.

 

2. 행복하게 살고 있는 집, 없어진 대지 4억 시가, 1억도 못 되는 공탁을 걸고 강제로 철거하였다.

 

3. 철거할 때 두 번이나 재판을 받았는데, 합의부 판사는 한 번도 합의를 붙인 적 없이 일방적으로 회사 편만 들었다. 판결하는 판사는 엎어져야 한다. 판결 하는 판사의 부모 형제라면 회사 편을 들지 않을 것이다.

 

4. 나머지 땅 1m 밖 5m 높이 옹벽에 중지 같은 철근 30~40㎝ 간격으로 일자로 넣어 옹벽을 쌓는데 건축업자는 부실 공사 설계하는 박사로 부실공사라 하는데, 시청은 정당하다(고 하고), 정부는 한 번도 확인 하지 않는다.

 

5. 철거당한 후 약 2개월 있다가 창경궁에 놀러 갔다 불난 (곳) 가까이 있다하여 아무 증거도 없는 데도 방화범으로 몰았다.

 

6. 경찰은 혐의 없다 하였는데, 검사는 (방화범의) 뒷모습이 나와 같아 방화범이다(고 했다.)  가스를 샀다면 그 양 가지고 나오지를 못할 것이다. 금액 지불하는 사진을 보여 달라하여도 보여 주지 않았다.

 

7. 판사님(에게) 과학수사를 하여 달라 하여도 해주지 않았다.

 

8. 변호사 하는 말이 법에서 방화범으로 몰면 하는 수 없으니 거짓 자백하고 나오는 것이 제일이다(고 했다.)

 

9. 변호사는 수차례 거짓 자백 건의하고 아들, 사위가 함께 와서 우리 소원이 한 번만 저의 말을 들어 변호사 시키는 대로 거짓 자백을 (하는 것이라며 이를) 건의하였다.

 

10. 변호사 하는 말이 판사 앞에서 말할 적에 아무 말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하여 가만이 서 있었다.

 

11. 변호사 말씀이 판사가 판결을 낭독할 때 가만히 있어라 하여 가만히 서 있는 죄밖에 없다.

 

12. 정부나 법에서는 옳은 말은 들어주지 아니하고 거짓말은 그렇게 잘 들어 주는지 조사도 해보지 아니하고 변호사 말은 100% (믿었다.)

 

13. 화재손실액 500만원(에 대해) 변호사 하는 말(이) 500(만)원 공탁하였다 찾을 수 있소. 잘하면 찾을 수 있다 하였는데 찾는 것은 고사하고 추가 1300만원 내라하니 정부는 약자는 죽이고 법 알고 권세 있는 자는 국고를 낭비하고 죄는 조금이다.

 

14. 나는 억울하다. 사회에서 약한 몸에 무거운 죄 양 어깨 누르고 처한테 이혼당한 나. 자식들도 거짓 자백을 권유하고도 아버지 잘못(이다,) 세상이 싫어진다(고 했다.) 자식이라도 죄인이 아니라고 믿어주었으면 좋겠다.


태그:#숭례문 화재, #숭례문 방화범, #숭례문, #자필 편지,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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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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