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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된 숭례문에는 취재진의 열띤 취재열기와 함께 밤새 언론을 통해 전소 소식을 전해들은 수많은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전소된 숭례문에는 취재진의 열띤 취재열기와 함께 밤새 언론을 통해 전소 소식을 전해들은 수많은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 박신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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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호 숭례문 화재는 문화재청의 수장 유홍준 청장의 안일한 화재방재 인식에 기인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명사가 된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2004년 취임 후 첫 국정감사에서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며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위원들과 화기애애한 상황을 연출했다.

그러나 매년 진행되는 국정감사 때마다 국가지정문화재 내 화재 위험에 대한 지적에 시달려야했다. '세계검사대회 만찬(경복궁,2004)', '세계신문협회 만찬(창경궁,2005)', ‘세계철강협회 만찬(창경궁,2005)’, ‘세종대왕 탄신 610주년 숭모제(효종대왕릉, 2007) 등에서 화재 위험에 노출되어 목조문화재 소실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2004년 9월 6일 국제검사대회(IAP)에 참가한 세계 71개국 500여명의 검사들이 경복궁 경회루 앞 잔디밭에서 개막식을 개최했다. 목조건축물인 경회루는 국보 제224로 근정전과 함께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을 대표하는 건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멋을 자랑하는 크고 웅장한 누각이다. 

당시 '사단법인 한국의 재발견'은 "행사진행자가 규정된 장소 이외, 전기 스파크 등으로 화재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각종 전기 장비 앞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워 무는 등의 금지행위를 했다"고 고발했다.

2005년 6월1일 저녁 7시 30분경 창경궁 명정전에서는 세계 각국 언론인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세계신문협회(WAN) 총회 만찬이 열렸다. 명정전은 사적 123호 창경궁 정전으로 궁궐건물 중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꼽힌다. 85년 국보 제226호로 지정됐다. 당시 목조건축물이 산재한 궁궐에 반입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대량의 술이 반입되고 금지된 흡연도 이루어졌다. 음식을 데우기 위한 전기시설도 동원되었다.

규정상 궁궐에서는 도시락 등 식음료를 반입할 수 없으며, 궁궐에서는 지정된 장소를 벗어나 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세계신문협회의 만찬 논란 후 4개월 뒤인 2005년 10월 4일 창덕궁 명정전에서 열린 세계철강협회 총회를 앞두고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우려의 눈길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1200여명이 명정전 앞에서 야간에 저녁식사를 한다면 화기사용과 조명, 음식물, 음주행위 등 걱정스러운 장면이 많을 것 같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유홍준 청장의 안일한 화재예방 인식은 세종탄신 숭모제전에서 최고조에 이른다.

2007년 5월15일 세종대왕 탄신 610돌 기념 숭모제 직후 경기도 여주군 효종대왕릉을 방문한 유홍준 청장, 이규택 국회의원, 이기수 여주군수, 등 30여명은 취사와 음식물 반입이 금지되어 있는 사적지 효종대왕릉 제실 앞마당에서 한 시간에 걸쳐 점심식사를 했다.

당시 사적 경내 반입이 금지된 화기류인 LP가스통, 숯불, 전자레인지 등으로 재실에서 오찬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재실에서 불과 1~2m 떨어진 곳에는 아예 LP가스통을 갖다 놓고 버너를 연결해 음식을 만들었고 식탁 위에는 숯불까지 놓여 있었다. 유 청장은 조리장소 바로 옆을 지나가면서도 불을 피우는 행위를 막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보호법은 유적 500m 이내에서는 일체의 취사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당시 문화연대는 "유홍준 청장의 사퇴운동을 본격화하겠다"고 강도 높게 비난하기도 했다.

그런데 유 청장은 "제례를 지낸 뒤 이에 참여한 사람들이 함께 음식을 먹는 것은 몇백년 된 관행이다. 음식을 재실에서 해먹지 어디서 먹겠느냐. 이를 문제 삼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효종대왕릉 재실은 천연기념물 459호 회양목 등으로 잘 알려져 있고 보존이 잘 돼 있어 보물 지정을 기다리고 있는 곳이다. 세종대왕과 소헌왕후의 합장릉인 영릉(英陵)과 효종대왕과 인선왕후의 영릉(寧陵)을 모신 여주 세종대왕릉은 사적 제195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으며 세종대왕 탄신일을 기념해 매년 5월 15일 이 곳에서 숭모제를 열고 있다.

2005년 11월 11일 문화재청 확인감사에서도 유 청장은 국가지정문화재 내에서 행해진 각종 행사에서 목조건축물이 화재 위험에 노출되었다는 지적에 대해  "(허가를) 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선별해 하는 것이다. 잘못하지 않았다"며 "칭찬을 받아도 여러 번 칭찬 받아야할 사안을, 너무도 억울해서 그렇다"고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문화유산연대 강찬석 대표는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국가지정문화재 내에서의 화재 위험성이 있을 때마다 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해왔는데 유홍준 청장은 진지하게 귀 기울이지 않았다"며 "이번 숭례문 전소는 문화유산의 화재 위험에 대한 유 청장의 안일한 인식이 누적되어 발생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질타했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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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블로그 '생명은 힘이 세다(http://blog.naver.com/storyrange)'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태그:#숭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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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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