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닭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가금(家禽)이다. 쫄깃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인 닭은 오랫동안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이 겨레의 영양실조를 막는데 기여해 왔다. 그중에서도 특히 씨암탉은 사위들의 영양실조까지 염두에 둔 이 땅 장모들의 넘치는 사위 사랑을 상징하는 아이콘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홰를 치면서 새벽을 깨우는 수탉은 우리에게 깜깜한 암흑을 물리치는 투사로 이미지가 각인돼 있다. 1970년대, 그 암울한 시대에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라는 말은 희망의 상징이기도 했다.
 
지난 토요일(2월2일), 계족산(鷄足山) 정상에서 뜻밖의 동물을 만났다. 아주 장대하게 생긴 수탉 한 마리였다. 계족산은 그리 높은 산이 아니다. 그러나 등산로가 상당히 가파른 편이라서 등산에 익숙한 사람들도 숨을 할딱이며 올라야 하는 산이다.
 
그런데 이 수탉은 대관절 어떻게 해서 이 산의 정상까지 올라온 것일까? 느닷없는 닭의 출현이 신기했던지 사람들이 다투어 모여들었다. 주인을 따라 올라온 애완견들까지도 덩달아 짖어댄다.
 
 
 
"참말로 여기까지 걸어 올라왔느냐?"는 등등 닭을 둘러싼 사람들이 닭 주인에게 질문 공세를 퍼붓는다. 닭 주인의 이야기에 따르면 닭의 이름은 '복돌이'라고 한다. 작년 5월, 시장에서 사온 병아리를 키운 것이라고 하는데 현재 몸무게가 5kg이나 나간다고 한다. 식욕이 아주 왕성해서 닭고기도 먹는다고. "산을 그냥 따라오느냐?"고 물었더니 "그건 아니"라고 대답한다. 복돌이를 앞장 세우고 오른다고 한다.
 
얼마 전, 모 방송국 프로에도 출연했다는데 방송을 보았던 사람들이 "이게 그 닭이냐?"라고 반색을 한다. 복돌이의 계족산 등정은 에베레스트를 맨 처음 등정했던 에드먼드 힐러리경에 비견할만한 대단한 일이다. 우리나라 2000여 년 닭 사육사(飼育史)에 한 획을 그는 일대 사건이다.  아무튼 복돌이의 초계적인(超鷄的)인 노력에 의해 계족산(鷄足山)은 비로소 그 이름에 값하는 산이 된 셈이다.

태그:#복돌이 , #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먼 곳을 지향하는 눈(眼)과 한사코 사물을 분석하려는 머리, 나는 이 2개의 바퀴를 타고 60년 넘게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나는 실용주의자들을 미워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은 게 내 미래의 꿈이기도 하다. 부패 직전의 모순덩어리 존재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