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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보는 일몰.
▲ 소래산 정상 정상에서 보는 일몰.
ⓒ 이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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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의 소래산은 내가 좋아하는 산이다. 왜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딱히 '이것 때문이야'라고 선뜻 집어내지 못하지만 소래산은 어려서부터 어른이 된 지금까지 집 밖의 문을 열고 나서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산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이 있다. 늘 가까이 있는 산이어서 소래산의 소중함에 대해선 생각지도 않고 살아왔다. 하지만 지나온 일들을 생각하거나 지금의 나를 생각할 때 소래산은 은연중 마음의 다짐을 하는 언덕이기도 하였고 묵직하게 그 자리에서 버티고 서서 사람들에게 용기와 계획을 다짐하도록 무언의 계시를 주는 산인 동시에 시흥의 수문장이기도 하다.

문만 열면 묵묵히 버티고 선 소래산이 없다고 생각하면, 시흥의 세상은 너무 삭막하고 힘이 없어서 의지할 데가 없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일년 내내 소래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 소래산을 오르는 사람들 일년 내내 소래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 이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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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소래산을 오른다. 해가 갈수록 산을 찾는 사람들은 늘어난다. 예전엔 산을 오르려면 인적이 없어서 왠지 무서움 때문에 혼자서 산을 오르는 일은 엄두도 못내는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소래산을 찾는 사람들이  평일이나 휴일이나 종일 사람들의 기척이 끊기지 않는다. 이렇게 소래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나처럼 소래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산은 다 그렇겠지만 소래산도 계절이 바뀌는 대로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마음을 동요케한다. 특히 소래산은 산을 오르는 방향에 따라서 산의 느낌을 서로 다르게 느낄 수 있다.

소래산를 오르면 운동기구들이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다.
▲ 운동하는 사람들 소래산를 오르면 운동기구들이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다.
ⓒ 이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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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면 약수터 쪽으로 올라서 소래산 초입의 진달래 개나리를 만나면서 계곡을 내려오는 냇물에 손을 담그며 소래산에서 맞는 봄의 싱그러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산을 오르기에 편한 돌계단을 올라서 약수 한 모금을 마시고 나면 오장육보가 시원하게 산의 정기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겨울이 막 지나가고 해토되는 봄이 오면 나는 내가 가르치는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이 길을 따라 소래산을 오르기도 한다. 방안에 갇혔던 아이들이 냇물에 손을 담그다가 청솔모나 다람쥐를 발견하곤 호들갑 떨던 일도 잊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여름날 새벽에도  사람들은 안개를 뚫고 산을 오른다.
▲ 여름날 새벽 안개가 자욱하게 낀 여름날 새벽에도 사람들은 안개를 뚫고 산을 오른다.
ⓒ 이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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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에 부천 쪽에서 소래산을 향하여 소래산 능선을 따라 정상을 향해 오르다 보면 예전에 자주 만나던 야생화들이 즐비하게 널려서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해사한 웃음을 던져주어 풋풋한 풀내음에 그냥 산이 좋아지는 것이다.

구비구비 능선을 따라 정상을 오르고 나면 시원하게 사통팔달 펼쳐진 시흥시내를 내려다 보며 여름날의 더위도 다 잊고 산을 오른 만족감에 가슴이 후련해진다. 그리고 마무리로 내원사쪽 바위를 타고 내려오다 보면 아주 특별난 등산의 묘미를 느낄 수 있기도 하다.

가을이면 소래산은 어느 쪽으로 오르던지 가을의 풍성한 낙엽과 단풍을 흠씬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붉은색과 노란빛의 나뭇잎들이 산을 화려하게 수놓고 사람들은 그 아래서 인생무상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지는 낙엽을 밟으며 어떤 그리움들을 불러 일으키기도 할 것이다. 
가까운 산에서 눈을 만나는 일은 즐겁기만 하다.
▲ 눈 온날 가까운 산에서 눈을 만나는 일은 즐겁기만 하다.
ⓒ 이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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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어 눈이 내리면 소래산의 설경 또한 장관을 이루기도 한다. 나무가 휘어지도록 하얗게 눈을 이고 있는 설경은 멀리 있는 이름난 산이 아니라도 눈온날의 풍경을 충분히 느끼고도 남기에 눈이 오면 소래산을 오르기도 한다.

또한 이러한 추운 겨울엔 나만이 특별히 정해서 오르는 코스가 있는데 내원사 위쪽으로 바위를 타고 오르는 일이다.

사람들은 그리 높지 않은 산이라고 하지만 내원사 위쪽으로 오르는 코스는 바위를 타고 올라야 해서 어느 높은 산을 오르듯이 등에 땀이 흠씬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등산의 묘미를 느끼기에 바위를 딛고 밧줄에 의지하며 산을 오른다.

내원사 쪽에서 줄을 타고 바위를 오르면 땀으로 등이 흠뻑 젖는다.
▲ 바위를 타며 내원사 쪽에서 줄을 타고 바위를 오르면 땀으로 등이 흠뻑 젖는다.
ⓒ 이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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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소래산 오르는 일을 등한시했는데 요즘 소래산을 관통하는 터널을 내고 다시 길을 낸다는 소문을 듣고 이럴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며 산을 올랐다.

일요일도 아닌데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른다. 살기가 답답한 세상에 이렇게 가까운 산에라도 오르지 않으면 답답해서 살 수가 없는 것이다. 바위를 딛고 돌을 딛고 나무들과 대화하며 산을 오르노라면 소래산은 이미 시흥사람들의 숨통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장군바위 쪽에서 내려다 본 시흥
▲ 시흥을 내려다 보며 장군바위 쪽에서 내려다 본 시흥
ⓒ 이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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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되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소래산을 오른다. 한주일 동안 부지런히 일을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가족들과 혹은 친구들과 산악회원들과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들과 산을 오르면서 함께 산기운을 받으며 내 근처에 이런 산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뿌듯하고 행복한지 모르겠다. 산을 오르는 모든 사람들도 다 그런 마음일 것이다.

그런데 소래산을 관통하여 고속도로를 낸다는 신문기사를 보며 어이가 없고 가슴 속에 분노가 이는 것을 느꼈다.

언젠가 외곽순환도로가 이 산을 통과할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아파하고 그래서는 안된다고 밤잠을 안자고 반대를 하고 호소를 했었던가. 그런데 이제 와서 똑같은 일을 반복해야한다니 일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묵묵히 제자리 지키고 있는 산을 그리 만만히 봐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 인간이 이러한 자연이 없다면 이 복잡한 세상을 어디에 의지하고 살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한다. 주위에 자그마한 산이나 들이라도 이젠 자꾸 훼손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조금 더 빠르게 가자고, 조금 더 편하게 살자고, 세기를 지켜온 지역의 산을 무자비하게 후벼판다는 것은 안 될 일이다.

산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모르지만 산에는 기운이 있고 산에는 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일제시대에 일본놈들은 우리나라 명산마다 맥을 끊는 일을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의 적도 아닌 사람들이 지역의 명산인 소래산을 뚫고 길을 내서 산의 맥은 커녕 산의 가슴을 후비고 뭉개 버린다고 하니... 만일에 그리 된다면 우리들은 가슴이 텅빈 소래산을 어찌 올라서 어찌 기운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정상에 오른 사람들
▲ 소래산 정상 정상에 오른 사람들
ⓒ 이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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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쌀쌀하지만 소래산을 오르니 등에 땀이 흐른다. 헬기장이나 장군바위나 정상에서 가만히 심호흡을 해본다.

소래산 아래를 내려보았다. 수많은 집들과 아파트들이 산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 되었있다. 산을 의지해서 자리 잡고 생활의 터전을 삼고 큰 도시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도시가 끝난 곳엔 우리들의 마음의 고향같은 농촌이 소래산을 향하여 들판이 펼쳐져 있고 조가비같은 집들이 소래산을 기대거나 소래산을 향하여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이것은 모든 사람들의 생활이 소래산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예전의 선인들은 소래산을 명산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시흥의 사람들은 소래산의 정기를 받아서 시흥이 아주 크게 번창한 지역이 될 것이라고 예언 하였다.

소래산 정기를 받사서 휘날리는 태극기
▲ 소래산 태국기 소래산 정기를 받사서 휘날리는 태극기
ⓒ 이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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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내가 다니던 소래초등학교 교가가 생각이 난다. 어렴풋이 생각나는 교가 중에 ‘장엄한 소래산 정기 받은 우리학교~  ~' 그렇다. 우린 소래산의 정기를 이어받아 자라는 시흥인이다. 절대로 더 이상 소래산을 상해게 해서는 안된다고. 소래산을 내려오며 다짐을 해본다.


태그:#소래산을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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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민뉴스에 기사를 20 건 올리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오마이 뉴스에도 올리고 싶습니다. 그동안 올렸던 기사는 사진과 함께 했던 아이들의 체험학습이야기와 사는 이야기. 문학란에 올리는 시 등입니다. 이런 것 외에도 올해는 농촌의 사계절 변화하는 이야기를 사진을 통해서 써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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