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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지원을 해주던 민주노동당이 분당 위기라…. 당 상황을 조합원들이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몰점 앞은 소란스러웠다. 이랜드 일반노조원들이 명절 분위기를 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날 설 집중투쟁의 마지막 날 행사로 '설맞이 척사대회'를 개최했다. 비록 떡국 대신 사발면으로 설 음식을 대신했지만, 명절의 따스함은 그대로 느껴졌다.

 

행사장에선 왠지 모를 허전함이 느껴졌다. 이랜드 투쟁 때마다 휘날리던 민주노동당 깃발은 보이지 않았고, 항상 뒷받침해주던 당원들도 없었다. 조합원 50여 명만이 참석한 조촐한 집회였다. 홈에버 앞쪽에 많이 배치된 전경 차량들과 대비되는 소규모 인원이었다.

 

 

가장 많이 도왔던 평등파 탈당에 걱정

 

조합원들 속에서 이랜드 일반노조 김경욱 위원장을 만날 수 있었다. 김 위원장은 긴 투쟁에도 불구, 시종일관 밝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랜드 투쟁의 든든한 지원자였던 민주노동당 얘기가 나오자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생계 대책이 가장 큰 어려움이죠. 설 판매 사업으로 20만원씩 지급하긴 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액수예요. 장기간의 투쟁으로 피로도 쌓여 있고. 이러한 상황에서 당의 지원마저 줄어든다면…."

 

이어 "그동안 당 차원에서 많은 도움과 지원이 있었는데 당의 상황이 혼란스러워서 이랜드 투쟁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또한 평등파, 신당파 당원들의 집단 탈당 움직임도 매우 우려했다. 김 위원장은 "가장 많이 도와줬던 동지들이 심상정, 노회찬 의원을 비롯해서 지금 탈당하고 계시는 평등파, 신당파 분들"이라며 "당을 나감과 동시에 우리 곁에서도 멀어질 것 같아서 심히 우려된다"고 밝혀 탈당 당원들의 이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분열 모습이 이랜드 노조 내부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랜드 노조에는 나뉘는 경향이 없다"며 "당원도 많지 않고, 정파 선택을 노조에서 개입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덧붙여 "우려스러운 것은 같이 투쟁했던 당원들이 떠나는 상황"이라며 당을 떠나더라도 이랜드 투쟁에는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당의 곪은 상처 치유하는 과정... 그와 관계없이 이랜드 투쟁은 계속돼야"

 

옆에서 조합원들과 명절 분위기를 즐기고 있던 이경옥 이랜드 일반노조 부위원장도 당 상황을 걱정했다.

 

이 부위원장은 "민주노동당 내분으로 오늘 집회에 당원들이 보이지 않아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아쉬운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하지만 내분과 상관없이 이 투쟁은 계속되어야 한다"며 투쟁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 부위원장은 당내 분열 상황에 대해 "필연적인 진통이고, 언젠가는 겪어야 할 문제"였다며 "곪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므로 거부할 수만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이랜드 투쟁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매몰되지 말고 다 같이 힘을 모을 것을 당부했다.

 

 

오후 4시경부터 시작한 이날 행사는 시종일관 흥겨운 분위기였다.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된 윳놀이, 제기차기, 줄넘기 등 설맞이 행사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후 진행된 문화 공연에서도 촛불을 든 조합원들과 여러 공연자들이 신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부위원장은 "오늘은 즐겁게 투쟁하는 날"이라며 "그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설을 앞두고 조금 풀어보자는 의미로 진행되는 행사"라고 밝혔다.

 

행사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팀에 작은 설 상품이 주어졌다. 지난 4일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한 심상정 의원이 보낸 쌀도 준비되어 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기자의 머릿속엔 행사 1등 선물로 쌀을 받아 기뻐하는 조합원의 표정과 '혁신안 부결'이라는 최악의 설 선물을 받은 심 의원의 모습이 동시에 떠올랐다.

 

 

덧붙이는 글 | 송주민 기자는 <오마이뉴스> 7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이랜드, #홈에버, #민주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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