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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이 지금 '풍전등화' 상태다. 분당이니 공중분해니 하는 말들이 무성하더니 그 말이 드디어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 3일 밤 당 대회가 중도에 휴회되고 나서 불과 이틀 동안 벌어진 사태가 그것이다. 아직은 민주노동당에 미련을 품고 있는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이 사태에 어떻게든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는 긴박한 생각에 글을 쓴다. 

 

당을 허물어뜨리려는 지배계급의 총공격이 시작됐다

 

5일자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심상정 비대위 대표를 주축으로 한 당내 소수파인 평등파에 의해 제시된 혁신안의 골자는 '종북'(북한 노선 추종)주의 청산이었다. 이로써 민노당은 노선과 인적구성이 친북 세력에 의해 장악된 것임을 공공연히 인정한 셈이다... 자주파는 386 간첩단 '일심회 사건' 관련자의 제명을 반대했다... 평등파는 이제 '주사파(주체사상 추종파)' 일색의 진보좌파운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전환점에 서 있다. 진정한 의미의 진보정당을 만들 기회와 명분이 주어졌는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

 

같은 날짜 <조선일보>는 "민노당 '친북 더하자' 플래카드 걸고 총선 나오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친북 청산 혁신안을 부결시킨 당내 다수파인 '자주파'는 1980년대 주체사상을 떠받들던 NL(민족해방)파가 그 뿌리다. 김일성·김정일 사진을 모셔놓고 절하던 세력이다. 이들이 당을 장악해 왔으니 민노당을 보고 친북당, 종북당이라는 것이 정확한 지적인 셈이다. '친북'하면서도 '친북당'이란 이름 듣기 싫고, '종북'하면서도 '종북당'이 아니라고 우기는 민주노동당에게 국민이 이번 총선에서 어떤 심판을 내릴지 두고 볼 일이다."

 

이처럼 이들은 민주노동당을 둘로 쪼개서 하나는 '친북당'으로, 다른 하나는 '반 친북당'으로 규정하여 분열과 대립을 격화시키려 하고 있다. 그들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노리는지는 긴 말이 필요 없을 것이다.

 

진보언론도 진실을 교묘하게 은폐·왜곡하고 있다

 

한편 이른바 '진보' 언론이라고 하는 매체들은 무어라고 말하고 있는가? 그들은 과연 진실을 전하고, 대중을 올바로 계도하고 있는가? 그들의 눈에는 자주파와 평등파 밖에 다른 의견을 가진 조류'들'이나 당원대중'들'은 보이지 않는 듯하다.

 

<한겨레> 5일자 일면 기사를 보자.

 

"민주노동당이 지난 대선 참패 이후 당의 쇄신을 위해 꾸렸던 '심상정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4일 총사퇴를 선언했다. 당내 상황에 실망한 당원들의 탈당 흐름이 더해지면서 민주노동당의 분당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반면에, 자주파의 한 핵심인사는 '앞으로 천영세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임시지도부를 구성하고 4월 총선에 맞춰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릴 것'이라고 말해 자주파 주도의 당 재건을 추진할 뜻임을 밝혔다."

 

이렇게 언론들은 자주파와 평등파로 분류함으로써 이 두 거대 정파와는 다른 흐름들을 배제하고 있으며, 정파들 및 그 영향 하에 움직이는 당원들만 주목하고 그렇지 않은 대다수 '일반' 당원들의 생각과 움직임을 무시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진실을 은폐·왜곡하는 교묘한 방법이다. 결과적으로 당의 분열과 해체를 부추기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면 은폐·왜곡되지 않은 진실은 무엇인가?

 

우선 정치조류별 다양성의 문제를 보자. '민족' 자주파 안에도 개량파와 해방파가 있어서 각기 다르게 당대회에 임했다. 민족해방파는 애당초 심상정 비대위의 출범 자체에 반대했다. 그리고 이번 당대회에 상정한 비대위가 제출한 안건, 특히 종북주의 청산에 관한 의안에 강력하게 반대했다.

 

반면 민족개량파는 심상정 비대위가 만들어지는 데 앞장섰고, 심상정비대위를 끝까지 유지 시키고자 해 종북주의 청산에 관한 의안에 사실상 찬성했다. 그러나 당대회의 결과는 민족해방파가 승리하고 민족개량파가 패배했다. 민족자주파가 승리했다는 언론의 보도는 그래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러면 '계급' 평등파의 경우는 어떤가? 편의상 평등파로 분류할 수 있는 조류들(이들은 평등파로 불리기 싫어한다) 안에서도 급진적인 조류들은 이번 당대회에서 심상정 비대위를 지지하지 않았다. '전진' 그룹의 생각과 행태에 대해 거부감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에서는 대체로 심상정 비대위의 출범에는 찬성했으나 비대위가 내놓은 대선 평가와 제2창당 안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다. '해방연대'에서 내놓은 2월 2일자 성명(제목: 비대위 혁신안은 핵심을 완전히 비껴갔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트로츠키주의 분파인 '다함께'도 심상정 비대위의 출범에는 찬성했으나 종북주의 비판 논란을 강하게 역비판했고 이번 당대회에서 그 투쟁에 앞장섰다. 그러자  어느 언론에서는 이들을 민족자주파로 분류했다. 이것이 과연 진실보도인가?

 

진실에 더 가깝게 보도하려면 최소한 '자주파와 평등파로 나뉘어졌다'고 말하지 않고 '친 비대위파와 반 비대위파로 나누어졌다'고는 말해야 한다. 그리고 같은 분파, 같은 사람이라도 안건에 따라 친 비대위와 반 비대위로 입장이 바뀐다. 또 같은 안건 안에서도 축조심의 과정에서 세부 안건으로 들어가면서 찬반의 입장은 변한다. 이런 점들을 모두 묵살하고 '자주파'와 '평등파'로 구획하고 자주파는 반비대위 입장, 평등파는 친비대위 입장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민주노동당을 자주파, 평등파라는 두 정파만이 존재하면서 서로 권력 투쟁만 하는 정당, 정파에 줄 선 대의원만이 있는 정당으로 보이게끔 만든다.

 

그러나 진실은 많이 다르다. 두 정파만이 아니라 여러 소수파 정파들이 존재하고 있고, 큰 정파들의 경우 서로 생각이 다른 소분파로 날카롭게 나뉘어져 있으며, 더구나 특정 정파에 속해 있지 않은 많은 대의원들이 있다. 이들이 이번 당대회에서 의안들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의견과 태도를 취했다.

 

 

일심회 관련 안건의 압도적 부결은 자주파의 승리, 평등파의 패배가 아니라 진보변혁운동의 승리이고 굴종·투항세력의 패배이다

 

심상정 비대위는 이른바 '일심회' 문제를 사실상 '종북주의'의 대표적 사례로 제기했다. 당의 정보를 외부에 누출시킨 규율위반 문제로 제기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자주파로서는 이런 문제제기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뿐만 아니라 비대위는 일심회 문제의 해법으로 최기영, 이정훈 두 사람을 '정치적으로' 제명하자고 했다. 이는 자주파뿐만 아니라 여타의 대의원들로서도 동의하기 어려웠다. 사실관계가 분명하지도 않은데 정치적으로 필요하니까 징계위 심사도 거치기 전에 당대회에서 제명 결정을 해 달라는 것은 너무나 '폭력적'이었다.

 

이 지점을 두고 벌어진 논의과정에서 정종권 비대위 집행위원장은  여러 차례 "정치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누구에게선가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한다"는 표현도 나왔다. 비대위는 당이 종북, 친북집단이 아니라는 '이미지'를 만들어야 하고, 그를 위해 두 사람을 희생양으로 만들어야겠으니, 대의원들에게 '당신들이 손에 피를 묻히라'고 압박한 것이다.

 

이러한 부당한 정치공학에 대해 비대위가 대표하는 사회개량파('전진' 그룹), 비대위를 지지한 민족개량파('전국연합' 그룹)를 뺀 대다수 대의원들이 반대한 것이다. 민족해방파는 물론이고 트로츠키주의파(다함께) 대의원들, 그밖에 특정 정파에 속하지 않은 사회주의 성향의 대의원들, 진보적 민족주의 또는 진보적 민주주의 성향의 대의원들이 모두 반대해서 압도적 표차로 부결된 것이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원안을 폐기하자는 수정동의안이 압도적 표차로 통과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두 개의 수정동의안은 압도적 표차로 부결되었다는 점이다. 일심회 문제를 종북주의의 대표 사례로 명시하자는 '전진'파의 수정동의안은 겨우 150여표 밖에 얻지 못하고 부결됐다. 절차와 형식을 우회하여 두 사람을 제명하자는 민족개량파의 수정동의안 역시 2백여표 밖에 얻지 못해 압도적 표차로 부결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대다수 대의원들이 "당 대회가 종북 행위자 두 명을 제명함으로써 당이 그 동안 종북주의를 실행한 집단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이후에도 그와 비슷한 종북행위를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자율 규제(!)를 선언하자"는 비대위의 요구를 단호하게 거부한 것이다. 만약 그 결의안이 통과됐다면 그 날짜로 진보·변혁운동 하는 정당으로서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생명은 순식간에 끝났을 것이다. 그 결의안이 부결됨으로써 당은 가까스로 진보·변혁 운동체로서의 생명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니 일심회 관련 안건 원안의 압도적 부결이 자주파의 승리, 평등파의 패배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진보변혁운동의 승리, 굴종·투항세력의 패배이다.

 

사회개량파와 민족개량파의 야합이 파탄나다

 

'제명 반대'에서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사회개량파('전진' 등)과 민족개량파('전국연합'의 주류), 두 패권 세력의 제휴가 파탄났다는 사실이다.

 

심상정 비대위가 '제2의 창당'이라며 '푸른 진보'를 표방하는 한편, '민주노총당' '운동권 정당' '친북당' 운운하며 대중을 선동하는 표현들을 마구 남발했던 까닭이 무엇일지, 우리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미 제국주의, 자본과 강경하게 맞서는 길이 힘든 길이기 때문에 편안한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은 '개량주의'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이른바 '87체제'가 막을 내리고 어떤 길로든 길찾기를 해야 할 지금 사회민주주의의 길, 그것도 우파 사회민주주의의 길로 '전진'하자는 메시지가 '제2의 창당' 안에 내포돼 있었다.

 

이것을 실현하려면 사실 민주노동당 밖에 나가서 신당을 창당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그것이 힘드는 것 같으니 민노당의 당권을 장악하고 민족개량파와 야합하여 그것을 관철 시켜보고자 했다. 이를 위해서 한편으로는 민족해방파를 압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민족개량파와 손잡아야 했다. 민족해방파와 여타의 변혁적 세력들을 제압하기 위하여!

 

이런 이유로 심상정 비대위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무리수를 두었다. 한편으로 보수언론을 향해 '종북주의 청산 캠페인'을 지속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정보를 누출한 규율문제로 '일심회' 관련자들을 제명해야 한다고 했다. 때문에 민족해방파는 물론이고 겉 다르고 속 다른 심상정 비대위 대표의 이중 플레이에 의구심을 가진 다수의 민족개량파 대의원들이 (아무리 '당이 깨지면 어려워진다'는 높은 명분을 동반했다 해도) 정파 상부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

 

또 애시당초 어느 한두 사람을 정치적 속죄양으로 만들어내겠다는 발상 자체가 반 인도주의적 발상이 아니었나. 그러니 심상정 비대위의 파탄은 종파와 패권 다툼의 폐해가 당의 위기 국면에서 고스란히 들통난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 만하다. 근래 몇 년 '운동 위기론'을 토론하는 자리에서 '정파간 권력 경쟁의 폐해'가 수없이 거론됐고, 비대위는 그 혁신안의 하나로 수상쩍은 '정파 등록제'까지 거론했건만 정작 심상정 비대위 자신이 정파적(종파적) 실천으로 일관함으로써 몰락을 자초했으니 그들의 과오를 엄중하게 따져 물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종파적 모습이 들통난 것은 심상정 비대위만이 아니다. 당내 소수파인 심상정 비대위가 이 길을 관철하려면 당연히 민족개량파의 일부와 제휴해야 했다. 민족개량파들은 서슬퍼런 '종북 비방 캠페인'은 못마땅했겠지만 민족문제를 둘러싼 노선 차이 빼고는 '푸른 진보'를 마다할 까닭이 없었다.

 

비대위는 당대회를 앞두고 제2창당을 위한 평가·혁신안 가운데 과격한(?) 표현을 다소 줄이고 두 사람의 징계를 '당 규율 위반'의 문제로 축소하는 등의 입장 변화를 꾀함으로써 민족개량파와 타협의 여지를 넓히려고 했다. 민족개량파도 타협 가능성을 만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그 타협 안에는 의안 내용의 수정도 들어있지만 비례대표 후보자 명부에 관한 것도 들어 있었을 것이다. 심상정 대표는 전략공천이라는 이름 아래 비례대표 후보자 임명의 전권을 쥐고 있었으니 타 정파의 사람 몇몇을 비례대표로 인선하는 흥정(?)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 않았을까. 당 대회에서는 민족개량파 대의원들 중에 절충과 타협을 호소하는 발언들이 적지않이 나왔던 것이 과연 우연이었을까?

 

 

권영길 의원은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정계를 은퇴하라... 민족자주파, 특히 민족개량파는 패권주의 행태를 공개 사과하라

 

최기영, 이정훈 두 사람을 정치적으로 제명하자는 심상정 비대위의 의안은 부결됐다. 이로써 심상정 비대위는 패배하고 사실상 와해됐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무조건 환영하고 누구처럼 만세를 부르지 못한다. 이 의결로 운동체로서의 당의 정체성이 증발되는 최악의 사태만을 막았을 뿐, 원인이 된 문제는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회되고만 대회장을 떠나는 대다수 대의원들도 마음이 착잡했다. 그렇다고 대회를 유회시킨 '전진'파를 무작정 비난하기도 갑갑했다. 왜냐하면 사태가 이 지경이 되기까지 당권을 가진 '자주파'(여기에는 민족해방파와 민족개량파가 모두 포함된다)에게 중요한 일단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대선 참패 이후, 두 달이 다 되어가고 모처럼 당 대회를 열었는데도 당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위기는 지속되고 있다.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탈당자의 숫자가 적다고 자위하지 않아야 한다. 탈당자가 많다고 부추기는 자들이나 그 숫자가 적다고 깎아내리는 자들이나 침묵하고 있는 다수의 당원대중과 지지자 대중의 마음을 더 중시해야 한다. 안타깝고 고통스럽고 고민스러운 마음을, 그러니 '민노당, 무엇이 근본적 문제냐'는 질문을 다시 떠올려 보자.

 

종북이든 연북(聯北)이든 민족문제에 대한 노선 차이는 새삼스런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 옳지 못한 친북 '행태'의 문제는 당헌 당규를 들이대어 따로 살피더라도, 노선의 문제는 구동존이하면서 시일을 두고 건강한 토론을 통해 변화를 꾀할 일이었다. 민주노동당은 정치적 동의(同意)의 수준이 아주 높은 '혁명적 전위 정당이 아니라 여러 다양한 정치적 견해가 공존하는 일종의 '정파 연합당'이기 때문이다.

 

정작 치열한 쇄신의 노력을 보였어야 하는 문제는 정파들의 '패권' 문제다. 실제로 함께 머리를 맞대고 살아가는 당원들 사이에 감정의 골을 깊게 파는 문제가 이것 아닌가. 잘못된 행태와 패악질을 바로잡은 다음에야 당 혁신방안들에 대한 토론이 가능하고, '비전 찾기'에 나설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그런데 정파 패권대립의 문제는 결국 '권력'의 문제다. 무슨 일이건 제 명예와 자리 챙기기에 도움 되는 일에만 나서는 태도는 '소유하라!'는 드높은 명제에 따라 움직이는 자본의 논리와 별로 다르지 않다. 자기 패거리의 권력과 명예를 전체 운동에 복무하는 것보다 우선하는 부르주아 사상과 기풍이 결국 지금의 사태를 초래하지 않았는가.

 

그러므로 지금 민주노동당이 고민해야 할 화두는 '총선을 어찌 맞느냐' 여부가 아니다. 말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당을 쇄신하느냐, 아니냐 여부다. 사회 변혁의 첫 발걸음을 떼었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느냐 여부다. 첫 일은 기성 정파들의 권력소유 욕망과 이를 위한 패권적 행태를 바로잡는 일이다. 그 길만이 당에 실망하여 떠나가는 당원들의 발길을 돌려세우는 길이 아닌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현재의 사태는 민주노동당이 투표에서 어느 정도 지지를 받아서 국회의원에 다수를 당선시킬 수 있게 됨으로써 그 자리를 놓고 벌어진 것이 아닌가? 그 싸움이 아주 패권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야합도 하고 분당도 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므로 쇄신의 첫 단추는 국가권력이든 당권력이든 '권력 문제'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첫째로,  먼저 대통령 후보 권영길 의원에게 바란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정계를 은퇴하기 바란다. 훌륭한 지도자는 물러날 때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 권영길 의원은 대선 참패의 정치적 도의적 책임도 져야 하지만, 다수파 정파가 조직적으로 지원한 덕분에 후보가 됐으며 이로 인해 당이 지금 분열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는 사실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이 후자의 사실이 전자의 결과를 초래한 면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선 직후 권의원이 용단을 내렸더라면 당이 자기 혁신의 길로 가기가 훨씬 수월했겠지만 지금도 늦지는 않았다.

 

두 번째로, 자주파 특히 민족개량파 동지들에게 바란다. 자주파와 민족개량파가 당의 다수파로 패권을 휘두른 탓에 당의 단결을 해친 면이 적지 않다. 아니 매우 크다. 그러므로 자주파는 '범NL의 논의체'를 운영해 왔음을 인정하고 과도한 권력 추구 행태를 사과하며 이를 완전하게 해체할 것을 공약해야 한다. 어떤 사상과 정견을 추구하는 것이야 정당의 존재 이유이지만, 권력 추구에는 금도(襟度)가 있어야 한다. 정파가 해체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그 권력추구의 폐해가 막심한 저간의 사정으로 볼 때 정파 활동의 금도를 넘는 권력 추구 행위를 단호히 금하지 않고서 당의 혁신과 발전은 전혀 불가능하다.

 

세 번째로 자주파든 평등파든 아니면 여타의 소수파 정파든 기성 정파들의 패권적 행태를 소상하게 조사해서 당의 기풍을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테면 주소지를 옮겨다니며 지구당을 장악한 경우, 단지 반성하는 데 그쳐서는 아니되고 반드시 원상 회복 조치를 내려야 한다.

 

당의 분열과 노동자 정치운동의 무력화를 획책하는 지배세력의 총공세 앞에서 당은 지금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 사심 없이 나서서 당을 구할 믿음직한 사람들이 눈에 선뜻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럴 때 우리 일반 당원 한 사람 한 사람 자신부터 진정성을 담은 마음으로 난국을 헤쳐낼 길을 찾아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은 총선 대책 운운할 때가 아니다. 당원 대중 , 배타적 지지단체 대중 앞에도 얼굴을 들 수 없는데 무슨 낯으로 국민 대중 앞에 나서려 하는가?

덧붙이는 글 | 정은교 기자는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민노당 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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