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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마이스쿨에서 진행된 ‘제22기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 현장 취재 시간이었다. 학생 기자 5명과 함께 강화군 불은면에 위치한 ‘초지 얼음썰매장’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학생들은 소박하게나마 현재로 옛 것을 재생시킨 강화도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런 썰매를 탄 적이 거의 없는데 생각보다 재밌네요"

오후 3시쯤 썰매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3명의 가족 일행이 한가로이 썰매를 즐기고 있었다. 썰매를 타는 세 사람의 정겨운 웃음소리가 3천 평의 빙판을 지나 반대편까지 들려왔다. 검은 강아지 한 마리가 썰매를 이리 저리 따라다니며 짖는 소리도 들려왔다. 그들의 모습은 어느 겨울날의 고요한 시골 정경을 담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그 중 한 여학생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용인에서 온 정서윤(21)씨는 자신을 소개하면서, 가족과 함께 할아버지 댁에 가다가 잠깐 썰매장에 들렀다고 했다. 정씨는 “이런 썰매를 탄 적이 거의 없는데, 생각보다 썰매가 잘 나가서 재미있다”며 활짝 웃었다. 얼음썰매가 익숙하지 않은 정 양에게 가족과의 즐거운 추억이 하나 더 생긴 셈이었다.

즐겁게 얼음썰매를 타던 정서윤 양의 가족
 즐겁게 얼음썰매를 타던 정서윤 양의 가족
ⓒ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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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이보단 애들 추억 만들어주는 게 더 중요하죠"

썰매장 옆의 비닐하우스에서 한창 썰매를 수리하고 있던 오정태(43)씨를 만났다. 오씨는 다른 두 사람과 함께 썰매장을 운영하고 있단다.

어린 시절, 얼음썰매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오씨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얼음썰매장 운영을 시작했다. “요즘 애들은 겨울에 썰매 타기보다는 컴퓨터하기를 좋아하잖아요. 돈 벌이 보다는 애들 추억 만들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오씨에게 썰매장은 그의 옛 추억을 살리고 아이들에게 이를 전해주는 일석이조의 사업인 것이다.

그런 탓에 그는 아이들의 안전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안전한 썰매, 좋은 썰매를 만들기 위해 그는 직접 만든 썰매 20~30개를 일일이 직접 타 보았다. 오씨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개발해 낸 그만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바로 썰매 날의 각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 “앞날과 뒷날의 간격차를 정확하게 조절해야만 한다”는 그는 썰매를 관리할 때마다 자로 앞 뒷날을 재는 일을 잊지 않는다.

신기해하는 기자에게 오씨는 “썰매도 과학”이라고 말했다. “썰매 앞 뒷날 차이가 어떠냐에 따라, 썰매 차이도 엄청나요. 그래서 이곳 썰매는 다른 데보다 더 잘 나가죠.” 앞 뒷날 간격 차를 잴 때 1mm까지 꼼꼼하게 확인하는 오씨의 모습에서, 얼음썰매에 대한 그의 당당한 자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얼음썰매 앞뒷날 차이를 꼼꼼하게 재는 오정태 씨
 얼음썰매 앞뒷날 차이를 꼼꼼하게 재는 오정태 씨
ⓒ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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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회관의 짚풀공예 "지붕도 잇고, 짚신도 만들고..."

오씨는 마을 운영 사업인 짚풀 공예 이야기도 했다. 강화군 불은면 신현리 마을 회관의 노인들이 짚신, 가마니, 멍석 등을 만들고, 이를 젊은이들에게도 전수한다는 것이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마을 회관 짚풀공예의 총무를 맡고 있는 김태형(62)씨와 인터뷰를 했다. 김씨는 그간 마을회관에서 이루어진 짚풀공예에 대해 친절하고도 자세하게 알려 주었다. 

김씨는 “11월~12월에는 짚풀공예를 했지만 지금은 잠시 쉬는 중”이라며, “2월~3월에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주로 마을회관에 모이는 노인 10명 정도가 짚으로 짚신, 가마니, 멍석 등을 만든다. 그래서 이를 팔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하기도 하고, 젊은 사람들에게 짚풀공예를 전수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간 있었던, 강화도 주민들의 활약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었다. 얼마 전에는 5명의 주민들이 강원도 정선 대승사에 가서 3일 동안 짚으로 된 지붕을 이었다. 예전에는 강화 길산면 복지과에 짚풀공예로 번 돈 50만원을 불우이웃돕기에 지원하기도 했다. 그리고 요즘에는 생태문화체험학교인 ‘초록마당’에서 아이들이 짚풀공예를 배우는 것을 돕기도 한단다. 

노인들로 이뤄진 모임임에도 그들의 활동은 실로 젊은이들 못지 않았다. 하지만 기자는 껄껄 웃으면서 이어지는 62세 김씨의 다음 말에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거기서 내가 제일 젊어.”

마을 공예품 전시장에 진열되어있는 짚풀공예품들
 마을 공예품 전시장에 진열되어있는 짚풀공예품들
ⓒ 전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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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썰매장과 짚풀공예, 계속 이어지면 좋으련만...

그러나 썰매장을 운영하는 오씨와 짚풀공예를 하는 김씨 모두 사업에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씨는 2월 초만 되어도 얼음이 녹아버려서 썰매장을 문 닫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전날에도 물을 뿌리고 얼음 표면을 트렉터로 갈아내는 얼음 관리를 하다가 얼음이 녹아 있어서 그만 두었다.

게다가 문을 닫기 전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면 좋겠지만, 오씨의 썰매장은 근방 썰매장 보다 인기가 많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사람 없이 한적할 때도 많다. 기자들이 방문했을 때에도 썰매장에 놀러온 사람은 4인 가족이 전부였다.

이런 상황에서 썰매장은 자녀의 대학교 등록금과 FTA 문제에 직면한 오씨를 크게 위로해주지 못한다. “농한기인 겨울에는 주민들 대부분이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는데, 놀기 싫어서 하는 거예요.” 오씨는 쓴웃음을 지었다.

김씨도 짚풀공예 모임이 겪고 있는 재정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작년에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복지근로회에서 5개월 동안 그들 각각에게 월 20만원씩 지원해 주었다. 하지만 노인들이 하는 일이다 보니 물건을 꾸준히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러자 정부에서는 지원 대상자 수를 줄였고, 결국 몇 달 후에는 지원금이 끊기게 되었다.

짚풀공예는 노인들이 돈을 받기 위해 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노인들은 지원금이 그들에게 큰 격려가 되어주었기에 이 사실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김씨는 짚풀공예를 젊은이들에게 전수하는 일도 쉽지 않다고 했다. 김씨는 “농촌에 젊은 사람들이 많지도 않고, 배우려고도 하지 않아서 (전수가) 잘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명절용’이 되어버린, 잊혀져가는 우리 문화
    
얼음썰매와 짚풀공예, 이것들은 기자를 포함한 지금의 젊은이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것들이다. 한국에 사는 이들이 우리 문화를 접하기에 앞서 외국어, 외국 문화를 배우기에 바쁜 것이 요즘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금 TV에서는 설 연휴를 맞이하여 어린이들이 한복을 입고 널뛰기하는 모습, 떡을 찧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설이 지나고 나면 이런 것들은 다음 명절이 올 때까지 또 다시 잊혀질 것이다. 온 가족과 함께 TV를 보며, 우리의 옛 문화가 단순히 '명절용‘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마음 속으로 가만히 빌어본다. 


태그:#얼음썰매, #짚풀공예, #강화도, #오마이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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