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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을 비탄에 젖게 했던 충남 태안 원유 유출 사고. 하지만 이 사고와 연관된 해상크레인의 소유주 삼성중공업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지만, 이를 실천할 의지조차 없어 보입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삼성중공업에 기업의 책임을 촉구하는 각계각층의 릴레이 글을 싣습니다. [편집자말]
'삼성 원유유출사고'가 발생한 지도 이제 두 달째로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자원봉사자와 지역주민의 노력으로 물리적 사고수습은 어느 정도 이루어진 상태이다. 물론 재해의 여파는 앞으로 몇년 아니 몇십년이 더 지속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제 세인들의 관심은 사고를 낸 당사자, 특히 삼성중공업이 물어야 할 법적 책임 즉 보상금과 벌금의 규모에 쏠려 있다.

태안반도는 세계의 지형학자들도 찬사를 아끼지 않는 희귀한 지형전시장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지형 분포와 특색은 전 국민들에게 심미적 기능과 휴식처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제공해 왔다. 또한 태안반도는 다양한 어패류와 해조류들의 중요 서식처로, 서해안 연안생물의 산란처로서의 기능을 해오는 등 우리나라 수산자원의 보고라고도 할 수 있다.

'삼성 원유유출사고'는 해상국립공원 전체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국립공원내의 수만 명의 주민생계를 책임지던 어업과 관광업이 초토화되었으며, 백사장과 항포구들, 낚시 유어선업들, 휴양업 등의 몰락으로 관광태안의 명성에도 치명타를 입혔다. 하지만 '태안사고'의 피해당사자는 과연 해당지역의 주민들뿐일까? 왜 온 국민은 태안 사고를 이처럼 애태우며 바라보고 있을까?

여기에 대한 해답을 '엑손 발데즈(Exxon Valdez)' 원유유출사고로부터 구해보자. 이는 1989년 3월 24일 알래스카의 프린스윌리엄만에서 발생한 것으로 현존하는 최대의 해상 재난이다.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1월 31일 오전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앞에서 태안 기름유출 사고에 대해 '무한 책임' 질 것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1월 31일 오전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앞에서 태안 기름유출 사고에 대해 '무한 책임' 질 것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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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엑손 발데즈'를 거론하는 이유

그동안 '엑손사 원유유출사고' 처리과정에 대해서는 여러차례 언급된 바 있지만 '가해자 보상원칙'외에 정작 중요한 보상범위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바 없다.

결론적으로 엑손 발데즈 사고는 자연재화의 가치인식과 관련하여 역사의 한 획을 긋는 교훈을 남겼다. 바로 피해 보상과 관련한 보상의 범위에 관한 것이다.

사고초기 보상의 범위는 어업권 손실 및 관광기회 상실로 국한됐다.

알래스카 주지사는 보상의 범위를 획정하기 위해 경제학자들에게 연구용역을 의뢰하였다. 미국 국민이 상실한 정서적, 심미적 가치의 상실분을 피해보상 범위에 포함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경제학자들은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해당지역의 회복을 위한 국민의 지불의사를 조사했다.

이렇게 해서 도출된 피해액은 초기의 피해보상에 포함됐던 어업권 및 관광권의 상실가치 보다 훨씬 큰 규모인 28억불로 추정됐다. 알래스카 정부는 이 금액을 피해보상의 범위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1994년 앵커리지 법원은 엑손으로 하여금 피해보상금 2억 8700만 달러, 벌금 40억 달러를 지급하도록 판결하였다. 엑손은 사고 후 3년 동안 기름제거 작업에 20억 달러, 주민 이주와 손해배상 등에 10억 달러, 그리고 벌금으로 1억 5천 달러를 지불하였다. 개별소송을 통해 해결하도록 명시한 개인적 피해에 대한 보상은 이들 금액에는 빠져 있다.

피해범위와 관련 비시장재화 가치평가법(Contingent Valuation Method: CVM)은 순전히 비이용가치만 포함된 것이다. 갯벌 혹은 산 등과 같은 자연재화의 가치는 이용에 따른 효용과 이용하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효용으로 구분된다. 이용가치는 관광경험 또는 채취 등과 같이 직접적인 이용으로부터 얻는 만족감을 의미한다. 하지만 소비자는 자연재화를 직접 이용하지 않고도 만족을 구할 수 있는데 이를 '비이용 가치'라고 한다.

비이용가치는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소비자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존재가치를 말한다. 장래의 이용가능성을 전제로 현재의 환경적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일종의 프리미엄식의 지불용의를 가질 수 있는 선택가치, 그리고 자연자원을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지지하기 위해 지불용의가 있는 유산가치 등이 포함된다.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31일 낮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에서 태안기름유출사고에 대한 삼성의 무한책임을 주장하며, 고무보트를 이용해서 해상크레인 기습점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31일 낮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에서 태안기름유출사고에 대한 삼성의 무한책임을 주장하며, 고무보트를 이용해서 해상크레인 기습점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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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정서적 상실감'도 보상받을 수 있다

회사의 명운이 걸린 엑손사는 대규모 변호인단을 구성하여 이 계산법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가치논쟁'은 당시의 주된 화두였다. 사태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미국 정부는 '쟁점해결위원회'를 구성하여 저명한 경제학자들로 하여금 CVM에 의해 추산된 피해액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의뢰했다. 경제학자들은 수개월 후 CVM에 의해 계산된 피해액, 즉 미국 국민이 느끼는 가치의 상실분은 정당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 결과는 미국 대법원을 통해서도 인정됐다.

이 사건 이후 '비이용가치'는 자연재화의 가치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임이 광범위하게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이러한 비이용가치를 화폐단위로 평가할 수 있는 CVM이라는 기법은 이후 다양한 이론적 변혁을 거치며 적용범위를 확장시켜왔다.

자연재화에 대한 피해는 해당지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해당지역의 주민은 어업 또는 관광수입의 극감으로 인해 말할 수 없는 피해의 당사자이다. 하지만 태안반도의 수려함과 가치를 인식하고 있는 대다수의 국민들도 심미적, 정서적 가치라는 비이용가치의 상실감을 느낄 것이라는 점에서 역시 피해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것이 바로 '삼성 원유유출사고'를 바라보는 시각이며, 그토록 많은 자원봉사자가 복구대열에 참여한 이유다. 이는 온 국민이 관심을 갖고 '태안사고'를 애타게 바라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피해보상에 있어서도 이러한 비이용가치의 상실분이 고려되어야 마땅하다.

덧붙이는 글 | 이희찬 씨는 세종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입니다.



태그:#삼성원유유출, #태안, #삼성중공업, #엑손 발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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