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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시기가 되어야 사는 물건들이 있다. 크리스마스에 구매하는 카드나 트리, 여름철에  파는 수영복 등이 대표적인 시즌 상품들이다. 다이어리도 연말연시에 주로 구매하는 물건 중 하나다. 사람들은 보통 이 시기에 그 해에 쓸 다이어리를 산다. 그래서 12월이 되면 대형서점이나 문구점에는 다이어리 코너가 신설되고  이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다양한 종류와 디자인의 다이어리
 다양한 종류와 디자인의 다이어리
ⓒ 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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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더 사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이쁜 다이어리들
 하나 더 사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이쁜 다이어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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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 가격부터 크기와 디자인도 각양각색

다이어리의 가격은 8만원을 넘는 가죽케이스의 고급다이어리부터 1000원이면 살 수 있는 작고 가벼운 다이어리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요즘은 다이어리에 가계부, 다이어트 일기, 스터디 플래너 같은 기능까지 더해져 단순한 일기장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디자인과 크기도 다양해져 다이어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의 눈길까지도 사로잡는다.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다이어리 속지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다이어리 속지
ⓒ 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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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디자인의 다이어리
 깔끔한 디자인의 다이어리
ⓒ 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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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렇게 수많은 디자인의 다이어리 중에 특히 새해에 처음 쓰는 다이어리는 특별한 효과를 가진다. 바로 사람들에게 주는 '아자아자 화이팅' 효과이다.

새 다이어리의 '아자아자 화이팅'효과

새 다이어리의 첫 페이지에는 그 해에 달성하고 싶은 목표나 소망을 적는다. 1년 열두달 각각의 페이지에는 기억해야 할 기념일이나 소중한 사람의 생일, 중요한 그 해의 행사도 기록한다.

'체중 5kg 감량, 여자친구 만들기, 컴퓨터 하루 2시간만 하기, 담배끊기. 술 줄이기. 학점 3.5 달성하기. 올해는 결혼하자, 동생과 싸우지 않기, 일주일에 3번 운동하기, 엄마 생신, 아버지 기일…. 우리 부부 결혼기념일ㅡ남친과 백일 되는날….'

사람들은 다이어리의 첫 페이지에 올해의 소망을 적으면서  '2008년 정말 열심히 살아야지. 잘 할 수 있을 거야. 아자아자'라고 스스로 다짐하고 용기를 낸다.

'이번 엄마 생신에는 무슨 선물을 드릴까.'
'작년 결혼 기념일은 최악이었는데, 이번엔 특별히 신경써야지.'

앞으로 다가올 기념일을 기록하면서는 그 때 하고 싶은 것과 그 날과 연관된 지난 일을 추억하기도 한다. 이처럼 새해에 마련한 다이어리 한 권은 기록의 기능을 넘어서 사람들에게 새해의 희망찬 기운을 불어 넣어준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새해의 분위기가 사라지면서 새 다이어리의 '화이팅 효과'도 점차 잊혀져간다.

다이어리 하나가 우리에게 '희망'을 주기도 한다.
 다이어리 하나가 우리에게 '희망'을 주기도 한다.
ⓒ 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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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차게 장만한 다이어리, 지금은 어디에

며칠 전 9살짜리 조카가 엎드려서 무엇인가 열심히 적고 있길래 물어보았다.

"뭘 그렇게 열심히 쓰니?"
"다이어리 쓰는 중이야."
"너도 다이어리 쓸 줄 아니?"
“응, 나 이만큼이나 썼어. 이모는 다이어리 안써?"

잠깐만 보자고 꼬드겨 겨우 구경한 9살 꼬마의 다이어리에는 정성스럽게 붙인 하트스티커와 함께 1월 6일이 '소한'이었다는 것까지 적혀 있었다. 삐뚤삐뚤한 글씨지만 반짝이 펜으로 이쁘게 꾸민 조카의 다이어리를 보니 잊고 있었던 내 다이어리가 생각났다.

처음 샀을 때는 새로 산 볼펜으로 이름도 적고, 스티커도 붙이면서 귀하게 대접받은 내 다이어리는 어느새  서랍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1월 18일부터 공란이었다.

‘1월 18일, 교통카드 만원 충전.’

2008년 1월 1일 깨알같은 글씨로 그날 하루가 어땠는지  가득 적혀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마지막 기록은 허무하게 끝나 있었다.

"절대 보지마. 내 사생활이야"
9살짜리의 이쁜이 다이어리
 "절대 보지마. 내 사생활이야" 9살짜리의 이쁜이 다이어리
ⓒ 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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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식 ㅋㅋ' 이란 말이 귀엽다.
 '개학식 ㅋㅋ' 이란 말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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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1월 1일, 다시 시작하는 '나의 다이어리'

얼마 전 달력을 보고 벌써 2008년의 1월이 지나갔다는 사실에 놀란 적이 있었다. 나의 텅 빈 다이어리를 보니 '1월 한 달 동안 무얼했나'라는 생각이 들어 우울해지기까지 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는데, 1월 한 달 동안 뭔가 이룬 것이 없다고 허탈함을 느낀다.

그러나 새해에 다짐했던 일들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너무 자책하거나 우울해 할 필요는 없다. 아쉬운 1월의 장을 뒤로 하고 다시 2월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다. 바로 2월 8일 설날, 음력 1월 1일이다.

설날 아침, 새로운 마음으로 묵혀 두고 있던 다이어리를 다시 적어본다면 다시 한 번 "아자아자 화이팅"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지금 가지고 있는 다이어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값싸면서도 마음에 쏙 드는 다이어리를  다시 사서 시작해 보는 것도 좋다. 작은 다이어리 한 권으로 느슨해진 마음을 새롭게 다잡을 수만 있다면 그 값어치는 충분하다.


태그:#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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