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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표로 ‘전두환’을 만나다

 

중학생 시절, 잠시 우표수집에 열을 올렸던 적이 있다. 기념우표를 사기 위해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우체국 앞에 줄을 선 채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무엇 때문에 그랬는지는 기억이 까마득하다.

 

아마 유행처럼 또래 친구들을 따라했을 테고, 뭐라도 취미 하나쯤은 가져야겠다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었을 게다. 그 시절, 빛바랜 우표 책을 들춰보니 기념일과 대통령 취임식, 자연보호를 위한 동ㆍ식물 우표가 주류를 이룬다.

 

보다 보니 ‘아무리 모른다고 그렇게 몰랐을까?’ 싶은 우표가 떡 버티고 있다. 기가 차다. 다름 아닌 중3이었던 1981년 3월 3일 발행 우표다. 바로 대통령 취임 기념 ‘전두환’ 우표다.

이걸 구입하려 우체국 앞에서 문 열기를 고대했을 걸 생각하니 더욱 기가 막힌다.

 

한명규씨를 통해 새로운 ‘섬 문화’를 접하다

 

우표를 통해 과거로 거슬러간 계기는 지난 해 여름, 우연히 만난 한명규씨 덕분이다. 지금은 성사되었지만, 당시에는 2012여수세계박람회 유치되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한참 고민 중이었다. 그리고 ‘섬 문화 보전’을 떠올리게 됐다. 이렇게 ‘섬’에 푹 빠져 있을 때 그를 만난 것이다.

 

 

“박람회가 유치되면 섬과 섬을 잇는 연육ㆍ연도교가 12개나 놓일 텐데 이 과정에서 섬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문화들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미리 섬 사진도 찍고 문화조사도 할 겸 섬을 다니고 있다. 그러다 민간차원의 ‘섬 문화연구소’를 생각하게 됐다.”

 

호프집에서 인사차 건넨 말이 즉답으로, 자문이 되어 돌아왔다.

 

“저도 제주도가 고향인 섬놈입니다. 우표를 모으다 문득 섬을 주제로 수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후 섬의 탄생ㆍ생태계ㆍ어류ㆍ곤충ㆍ조류 등 섬 관련 우표와 사진 등을 모아봤습니다. 섬 문화를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는 우리나라는 섬을 주제로 한 우표가 거의 없어 세계 각국 섬 우표와 사진 등을 구입하느라 돈도 많이 썼단다. 78만원 받던 월급쟁이 시절, 한 장에 180만원하는 사진을 외국에서 3장이나 구입했더니 집에서 난리가 나기도 했단다. 정신없는 사람 취급당했단다. 누군들 안 그러겠는가?

 

 

‘우표’가 아닌 ‘섬 문화’를 받고 ‘탄생’을 준비하다

 

이렇게 서로 의기투합하게 되었다. 막연히 우표를 주워 모았던 나, 주제의식을 갖고 수집을 하던 그의 수준은 천양지차(天壤之差)였다. 그에게서 약간의 우표를 건네받았다. 그저 단순한 우표가 아니라 섬 문화를 고스란히 받은 것이다.

 

각설하고, 섬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여름철 피서지로의 섬, 물과 먹거리가 부족한 척박한 섬, 갯벌에서 조개잡던 놀이터의 섬, 아픔을 치유하는 휴식의 섬, 어부를 집어삼킨 바다 위의 섬, 고향 같은 그리운 돌담길의 섬, 육지로만 향하는 떠나는 섬 등등.

 

내 머릿속의 섬은 이런 것을 넘나든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편안하고 안락한 ‘섬’, 혼돈과 무질서가 없는 자유로운 ‘섬’, 거짓 없는 ‘섬’, 이어도와 유토피아의 ‘섬’이 자리하고 있다.

 

하여, ‘우표로 보는 섬 문화’를 기획하게 되었다. 그동안 쓴 130여 꼭지의 섬 기사가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허나 몇 꼭지나 쓸지 장담할 순 없다. 나의 빈약(貧弱)한 상상력과 인터넷에 떠도는 자연과학 등을 나름대로 접목시켜 볼까 한다. 그 첫 번째로 ‘탄생’을 준비한다.
 

덧붙이는 글 | 전문가들의 지도 및 섬과 관련한 우표 등을 소장하고 있는 수집가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섬, #문화, #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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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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