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모두가 설레는 무자년 설날이 돌아온다. 설은 새해의 첫 시작으로 묵은해를 정리하여 보내고, 새로운 계획과 다짐을 하며 출발하는 첫날이다. 설은 선조 때 학자 이수광의 '여지승람(輿地勝覽)'에 설날이 '달도일(怛忉日)'로 쓰인 것처럼 한 해가 지남으로써 점차 늙어 가는 처지를 서글퍼하는 날로 생각하는 어르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각종 세시기(歲時記)들이 설을 신일(愼日) 곧 '삼가고 조심하는 날'로 표현하는 것처럼 몸과 마음을 바짝 죄어 조심하고 가다듬어 새해를 시작하는 날이기도 하며, 설은 새해라는 정신ㆍ문화적 낯섦이 시작되는 날일 수도 있다.

 

이 설을 맞아 우리는 민족 대이동을 시작한다. 대다수 한국인은 부모, 자식, 친지를 찾아 길 중간에서 만나 반만 회포를 푸는 반보기가 아닌 온보기를 하러 떠나 고속도로에서 열 몇 시간씩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고생쯤이야 찾아갈 곳이 없는 불행에 비할까?

 

 

창경궁에서 부모님께 세배하기

 

이 설날 문화재청과 서울시는 여러 고궁과 공원 따위에서 다양한 민속놀이 행사를 펼친다. 먼저 문화재청(청장 유홍준)은 설 연휴기간인 2월 6일부터 2월 8일까지 사흘 동안 고궁과 능·원 등 21개 유적관리기관에서 마련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간다. 설맞이 행사를 벌이는 곳은 경복궁, 창경궁을 비롯한 서울 5개 궁과 정릉 및 선릉을 비롯한 13개 왕릉, 그리고 현충사 등 3개 유적관리기관이다.

 

이번 행사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창경궁 통명전에서 부모님 등 같이 간 어르신께 세배를 올리는 관람객에 기념품을 주는 행사이다. 통명전은 보물 제818호로 창경궁 안에 있는 왕의 생활공간이며, 연회 장소로도 사용했던 곳이다. 부모님을 통명전에 모시고 세배를 올리면 부모님을 잠시나마 임금으로 모시는 일이 될 일이다.

 

또 덕수궁 안에서는 평소에 흔히 볼 수 없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5호 북청사자놀음, 제49호 송파산대놀이, 제34호 강령탈춤 따위의 중요무형문화재 공연을 즐길 수 있으며, 모든 궁에서는 제기차기, 투호놀이, 널뛰기, 윷놀이, 팽이치기 따위의 다양한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다.

 

이 기간에 한복을 입은 관람자는 무료 입장을 할 수 있으며 만 6세 이하 어린이는 전 기관을, 그리고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은 창덕궁의 특별관람지역을 제외한 전 기관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통놀이 한마당행사에서는 널뛰기와 제기차기, 팽이치기, 윷놀이, 투호 등 우리의 기억에서 멀어져가는 세시풍속을 온 식구와 함께 즐기며 사랑을 확인하는 따뜻한 설 분위기를 북돋울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입춘대길' 써보기

 

그뿐만 아니라 붓글씨를 배워보고 직접 써볼 기회도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홍남)은 2008년 설날을 맞이하여 한국 전통문화를 친근하게 접할 기회를 주고자 설맞이 붓글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난 1월 5~6일, 방문객 423명과 함께한 “2008년 시작은 내 붓놀림으로!” 행사가 인기를 끌었는데 이번 설을 맞아 2일부터 10일까지(2월 4일 휴관) 11:00~12:00, 13:30~14:30에 하루 두 번 진행된다.

 

상설전시실 입구 1, 2층 계단 사이 현장에 오면 바로 참여할 수 있으며, 모든 서예도구는 박물관 측에서 준다. 특히 2월 2~3일 행사는 원광대 서예학과 선주선 교수의 강의와 지도로 진행되며, 입춘(2. 4)과 설연휴 주간(2. 6.~10)을 맞이하여 새해소망 외에도 춘첩 곧 ‘입춘대길(立春大吉)’을 써보는 기회가 마련된다.

 

여기에 서울시청 아래의 서울역사박물관, 운현궁, 남산골한옥마을, 서울대공원 동물원광장, 송파구 서울놀이마당, 강동구 암사동 선사주거지와 각 공원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있게 된다.

 

 

특히 운현궁에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세배법과 예절배우기, 한복입고 사진찍기, 신년운세보기, 관람객들을 위한 만들기 체험, 전통놀이 한마당 따위의 체험행사를 즐길 수 있고, 연휴 기간에 차례상 차림 전시와 이에 대해 전문가 설명을 곁들여 유익한 공부도 할 수 있다.

 

우리의 세시풍속과 민속놀이에는 따뜻한 ‘더불어 살기’가 들어 있다. 남을 짓밟고 나만 성공하는 그런 놀이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웃고 사랑을 나누며 하나 되는 그런 놀이다. 이번 설 명절엔 이런 재미있고도 따뜻한 민속놀이와 함께 보내보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설날, #민속놀이, #궁궐, #공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