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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소라면 원죽마을에 사는 김수엽할머니
▲ 할머니 여수 소라면 원죽마을에 사는 김수엽할머니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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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람이 드세게 몰아친다. 할머니가 길거리에서 마늘을 까고 있다. 할머니네가 물건이 다양하고 제일 많다고 하자 ‘하하~’ 웃으시는 분은 여수 소라면 원죽마을에 사는 김수엽(70) 할머니다.

“아이고 농사짓다가 장사 나온 지 한 사흘 됐어. 대목 볼라고….”

"대목이 얼마 안 남았는데도 장사가 별로 안 돼"

할머니는 대목(설)이 얼마 안 남았는데도 장사가 별로 안 된다고 한다. 아쉬운 표정을 못내 감추지 못하면서도 ‘안 팔리면 뒀다 팔면 되지’하며 느긋하다. 

“아들딸들은 싹 서울서 살고 촌에서 영감 할멈 둘이 산디, 얘들한테 용돈 받아봐야 농사 밑천에 다 들어가 불고 없어. 요런 거라도 내다 팔아야지.”

 "이게 젤로 만난 건디...“
▲ 아주까리 나물 "이게 젤로 만난 건디...“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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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서부시장(도깨비시장)의 노점
▲ 도깨비시장의 노점 여수 서부시장(도깨비시장)의 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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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나물, 아주까리 나물, 토란나물, 호박나물, 알토란, 고사리
▲ 나물 취나물, 아주까리 나물, 토란나물, 호박나물, 알토란, 고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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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 토란나물, 취나물, 호박나물, 고구마, 대파 등을 손수 농사지어서 챙겨왔다. 귀한 아주까리나물과 알토란도 있다. 할머니는 아주까리 나물을 가리키며 "이게 젤로 만난 건디…“라며 옛날에는 전라도 지방에서 피마자라 불리는 아주까리 나물을 제일 많이 사갔다고 한다.

“다 직접 해갖고 온 거요. 농사지으면서 고사리도 끊고 이런 나물들은 심어갖고 말려서 가져 온 거예요. 농사 지어놓고 이렇게 한가할 때는 팔러 나와요. 천원어치도 주고, 2천원어치도 주고 달라는 대로 줘요."

나물과 고구마는 한 바구니에 3천원, 깐 마늘은 한 봉지에 2천원이다. 마늘을 들어보니 제법 묵직하다. 팥과 녹두는 한 되에 6천원에 판다.

-가격이 싸네요.
“근께 말이요. 돈 돼도 안 해요.”
-그럼, 어떡해요.
“쪼깐씩 용돈이나 쓰고 그라제. 아침 10시에 나왔는 디 폴도 못했어."
-설이 가까워 오는데 많이 안 사가요?
“사람이 와야 팔제. 여기 앉어 갖고 보씨요. 어쩌다가 한 명씩 와. 노느니 염불한다고 한 푼이라도 벌어갖고 설에 손주들 오면 용돈 줘야 될 거 아니요.”
-몇 시에 들어가나요?
“오후 6시까지 있을 꺼여. 폴고 남은 것은 다시 갖고 가. 버스 타고 댕기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여.”

일명 도깨비시장이라 불리는 전남 여수 서부시장 앞의 30일 한낮 풍경이다. 도로변의 노점상들은 대다수가 직접 농사를 지어서 팔러 나온 할머니들이다.

-대파 얼마에요?
“대파 한 단에 5천원이요. 담아줘?"

아주머니가 대파를 사간다. 할머니는 감기에 걸려 약 먹고 나왔다고 한다. 기자는 한 시간 반 남짓 할머니 노점에 함께 있었다. 바람이 불어 날씨가 어찌나 추운지 눈물 콧물이 찔끔거린다. 파는 농산물의 종류가 다양해서 잘 팔릴 줄 알았는데 여간 쉽지가 않다.

고구마와 팥, 녹두
▲ 고구마 고구마와 팥, 녹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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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가 토란 나물을 사러 왔다. 할머니는 반가움에 더 주마며 덤을 자꾸 얹어 준다.
▲ 덤 아주머니가 토란 나물을 사러 왔다. 할머니는 반가움에 더 주마며 덤을 자꾸 얹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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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토불이, 우리 몸엔 우리 것이 좋아

한산한 재래시장, 그나마 이곳 재래시장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장 안으로 들어가서 물건을 구입한다. 할머니 노점상들은 단골이 없어서 더 힘들다고 한다.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나요?
“포장마차에서 오뎅 사먹을 때도 있고, 식당에서 밥을 사먹어. 시장 안에 가면 2천 원짜리 밥을 판디 대접에다 많이 담아줘, 둘이 갈라먹어.”
-어제는 얼마치 팔았어요?
“2만5천원어치 팔았어.”

한참 만에 아주머니가 토란 나물을 사러 왔다. 할머니는 반가움에 더 주마며 덤을 자꾸 얹어 준다. 그리하면 손해가 나지 않느냐고 물으니 "아이고~ 내 집에서 해갖고 온 건디"라며 넉넉하게 봉지에 담아준다.

아주머니가 생선을 말리고 있다.
▲ 서대 아주머니가 생선을 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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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 할머니는 길가에서 굴을 까고 있다.
▲ 알굴 굴 할머니는 길가에서 굴을 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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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을 파는 할머니가 종이상자 안에 웅크린 채 찬바람을 피하고 있다.
▲ 바람막이 굴을 파는 할머니가 종이상자 안에 웅크린 채 찬바람을 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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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곁에는 굴을 파는 할머니가 종이상자 안에 웅크린 채 찬바람을 피하고 있다. 굴 할머니는 길가에서 굴을 까고 있다. 여수 경도 앞바다의 갯가에서 직접 굴을 따왔다고 한다. 이렇게 깐 알굴은 한 대접에 3천원에 판매한다. 아침 10시에 나와 낮 12시께가 다 되었는데도 아직 개시도 못했다며 안타까워한다.

도깨비시장(여수 서부시장) 할머니들은 신토불이 우리 농산물만을 판다. 우리 몸엔 우리 것이 좋다고 한다. 음력 정월 초하루 설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설날 차례음식에 사용할 나물과 제수용품은 재래시장에서 우리 농산물을 구입해 보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도깨비시장, #설,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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