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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낟가리에 불 질러 놓고 손발 쬐일 놈’이란 속담이 있다. 남이 큰 손해를 보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의 작은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을 두고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생활 속에서 나온 것이 속담이라면 생활 속에서 비슷한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자기의 작은 이익만을 추구한 나머지 많은 이들이 손해를 보는 곳, 그 중 하나가 공공도서관 열람실이다.

학생인 기자는 공부를 하기 위해 공공도서관을 자주 찾는다. 이용객들로 빽빽이 찬 열람실은 열기가 가득하다. 난방기가 이유일수도 있겠지만 남녀노소 가릴 거 없는 배움에 대한 열정 때문이기도 할 터다.

 공공도서관 열람실에서 공부하는 이용객들
 공공도서관 열람실에서 공부하는 이용객들
ⓒ 류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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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좋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도 있다. 그중의 하나가 책상의 낙서다. 그야말로 ‘옥에 티’다.

 공공도서관 열람실의 책상 낙서
 공공도서관 열람실의 책상 낙서
ⓒ 류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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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민기

도대체 누가, 왜 낙서를 하는 것일까? 쾌적하게 사용하기 위한 해결책은 없는 걸까?

 - 도서관 열람실 낙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책보다가 관심을 가지게 된다.” 김희영(19ㆍ울산 울주군 언양읍)
“정신이 산만해진다. 짜증이 날 때도 있다.” 허민우(18ㆍ울산 남구 신정동)
“음란성 말 같은 창피한 말도 있는 거 같다.” 이재원(17ㆍ울산 남구 신정동)
“지워야 할 거 같다. 실제 지우기도 했지만 음란 낙서는 초등학생 같은 어린애들이 보면 안 된다.” 심상임(25ㆍ울산 남구 선암동)
“더럽다. 외국인한테 보기 안 좋으니깐 하지 말아야 한다.” 배준호(13ㆍ울산 남구 신정동)
“책상 낙서도 일상화되다 보니까 무덤덤해졌다.” 김현동(25ㆍ울산 중구 다운동)

기자가 사는 울산에는 4곳의 공공도서관이 있다. 지역적 위치, 주위 학교 시설 등의 밀집에 따라 그 크기는 다르다. 그러나 공통점이 있다. 모두가 이용하는 자유열람실 책상이 더럽다는 거다. 깨끗한 곳을 찾고 그 이유를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얼마 전까지 더러웠는데 새로이 칠을 하거나 교체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 낙서를 하는 주 계층은?
“낙서하는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어린 거 같다. 초ㆍ중ㆍ고 학생들이 하는 거 같다.” 박현오(30ㆍ울산 울주군 언양읍)
“중ㆍ고 학생들이 많은 거 같다.” 김희영(19ㆍ울산 울주군 언양읍)
“초ㆍ중 학생.” 이재원(17ㆍ울산 남구 신정동)
“청소년층.” 박종수(28ㆍ울산 동구 서부동)
“고등학생.” 배준호(13ㆍ울산 남구 신정동)

 A공공도서관 성인열람실
 A공공도서관 성인열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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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공공도서관 자유열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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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서를 하는 이유는?
“공공도서관이다 보니 발생할 수밖에 없다. 내 것이 아니니깐 말이다.” 김현동(25ㆍ울산 중구 다운동)
“재미삼아 하는 거 같다. 나도 해봤다. 책상에 낙서가 있고 하니깐 해봤다.” 김희영(19ㆍ울산 울주군 언양읍)
“장난으로 하는 거 같다.” 허민우(18ㆍ울산 남구 신정동)
“심심하니까 하는 거 같다.” 배준호(13ㆍ울산 남구 신정동)
“나도 해봤다. 그냥 나도 모르게.” 최윤희(19ㆍ울산 중구 남외동)
“(야한 낙서의 경우) 낙서를 한 것을 다른 사람이 보므로 쾌감을 얻는 거 같다.” 심상임(25ㆍ울산 남구 선암동)
“공공시설에 대한 주인 정신이 부족해선 거 같다.” 박현오(30ㆍ울산 울주군 언양읍)

 - (초ㆍ중ㆍ고 학생의 경우) 학교에서 공공시설물 이용에 관한 교육 등을 받았는지?
“선생님께서 윤리 수업 중 공공시설에 관한 내용이 나올 때 언급하셨다. 따로 하신적은 없다.” 허민우(18ㆍ울산 남구 신정동)
“초등학교 1ㆍ2학년 때 배웠다. 중ㆍ고등학교 때는 교육이 없었다.” 이재원(17ㆍ울산 남구 신정동)
“초등학교 이후 공공시설물에 관한 교육을 받은 적은 없다.” 최윤희(19ㆍ울산 중구 남외동)
“공중전화, 공공시설 등에 대해 수업 중에 교육받았다.” 배준호(13ㆍ울산 남구 신정동)

 - 해결책은?
“도서관 낙서 있을 수 있다. 대신에 청소년실과 일반인실을 나눌 필요가 있다.” 박종수(28ㆍ울산 동구 서부동)
“실명제 도입.” 최윤희(19ㆍ울산 중구 남외동)
“벌금부여, 추방시키기 등의 방안이 있는 거 같다. 이러한 방안은 또 다른 문제가 있는 거 같다. 어쨌든 해결책은 초ㆍ중ㆍ고 학생들 관리에 있는 거 같다.” 김현동(25ㆍ울산 중구 다운동)
“도서관 직원이 관리하기. 벌금이나 퇴출 등은 도움이 안 될 거 같다.” 허민우(18ㆍ울산 남구 신정동)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관리 감독이 있으면 좋겠다.” 박현오(30ㆍ울산 울주군 언양읍)
“포스터 활용하기.” 배준호(13ㆍ울산 남구 신정동)

 - 관리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직원들이 신경을 많이 쓴다. 그렇지만 효과적인 방안이 없다. 색출하기 위해 열람실내 직원을 두는 것도 소용없다. 직원이 있을 때 낙서를 하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벌금을 물릴 권한도 없다. 낙서를 하는 이용객을 붙잡으면 경각심을 일깨워 줘야 한다. 학교와 집에 알려줘야 한다.” (도서관 경비)
“해결책이 없는 거 같다. 학생들을 일일이 관리하기가 힘들다. 양심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 별도인력을 투입하기 전까지 관리하기가 힘들다. 투입하더라도 이용자들은 이용자들대로 불편할 것이다. 도서관 측도 비용을 많이 소요해야 한다.” (도서관 총무과장)

취재를 하면서 기자의 머리를 스친 물음이 있다. “내 책상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물음에 대한 대답은 한결 같았다.

“내 책상이라면 공공도서관의 책상과는 상황이 달랐을 것이다. 더러운 책상과 깨끗한 책상이 있다. 어디서 공부하고 싶겠는가? 깨끗한 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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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도서관 열람실은 우리의 공간이다. 그리고 모두의 공간이다. 당신은 어떤 환경에서 공부하고 싶은가? 우리 모두가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이 주기적으로 책상에 페인트칠을 하거나 교체하는 수밖에 없다면 우리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공공도서관 열람실에 대한 모독은 아닐까?   

 당신이 이용하는 공공도서관 열람실은 어떤가
 당신이 이용하는 공공도서관 열람실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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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시민기자로서 첫 기사다. 내 글이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그래서 그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내게 있어서 좋은 날개가 될 것이다. 더욱 자신있게 겸손해질 수 있을 거다.



태그:#공공도서관, #열람실 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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