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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 비자금 관련 제보자가 언론을 통해 핵심단서들을 제공하면서, 삼성 비자금 사건에 대한 실체들이 속속 드러나는 등 특검수사가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KBS는 삼성의 비자금 관련 고가미술품 은닉, 삼성화재 비자금 조성 의혹 등 잇따른 삼성특검 관련 특종보도로 새로운 문제를 파헤쳤다.

 

또한 한겨레와 MBC는 삼성의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단독보도를 했고, 한겨레와 KBS는 삼성 측의 소환된 사람들이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문제를 지적했다.

 

이처럼 KBS와 MBC, 한겨레가 삼성 비자금 문제를 적극적으로 공론화하려는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비해 조·중·동은 적극적인 취재를 통한 발굴보도는커녕 타사에서 보도하여 밝혀진 내용조차 축소하거나 외면해 삼성을 감싸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SBS도 다른 방송사에 비해 소극적인 보도태도를 보여 문제가 있었다.

 

한겨레와 KBS의 돋보이는 삼성 특종보도

 

KBS는 삼성 에버랜드에 삼성가의 비밀 그림창고가 있다는 제보를 받아 20일 <특검 ‘미술품 창고’ 확인>(최서희 기자)을 특종으로 보도했다. 또 24일 <‘고객 돈으로 비자금’>(노윤정 기자)에서는 삼성의 한 금융계열사가 고객 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증언을 보도했고, 같은 날 <또다른 비밀금고>(황현택 기자)에서는 또 다른 비자금 비밀금고가 있다는 제보도 보도했다. 27일 <“비밀 창고 더 있다”>(최서희 기자)에서는 교통박물관에 비밀 그림창고가 더 있다는 제보를 단독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20일과 27일 2건의 그림창고 관련 보도는 <취재파일 4321>에서 심층 취재한 것으로 <뉴스 9>에서 이를 요약해 먼저 내보낸 것이다. 이처럼 KBS는 최근 불거진 여러 가지 삼성비자금 의혹을 가장 먼저 보도하고 있다.  

 

한겨레도 KBS와 함께 삼성가의 비밀 그림창고 보도를 내보냈다. 한겨레는 21일 1면 <“삼성 고가 미술품 에버랜드 창고 보관”>(노형석 기자)에서 “삼성가 쪽이 해외경매에서 비자금으로 사들였다고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행복한 눈물>(리히텐슈타인 작) 등의 고가 해외미술품들이 에버랜드 창고에 보관중이라는 증언이 나왔다”는 미술시장 관계자의 증언을 단독 보도했다.

 

24일에도 김용철 변호사가 주장한, 비자금으로 구입한 미술품 30점 중 일부가 확인됐다는 보도를 내보냈고, 같은 날 10면 <‘행복한 눈물’? 어디에 숨었나>(김남일 기자)에서는 에버랜드 창고에 있는 미술품의 보관상태가 어디든 옮겨질 수 있는 ‘비상대기’ 상태라는 단독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28일 KBS가 단독보도한 교통박물관의 미술품 창고에 대한 보도도 내보냈다. 

 

또 한겨레는 삼성의 증거인멸 의혹을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22일 1면과 5면에서는 삼성계열사가 특검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개인 자료를 모두 삭제하고 특검대비 교육을 실시한 내부자료를 전달했다며 삼성의 증거 인멸 의혹을 단독 고발했다.

 

28일에도 삼성화재의 압수수색 전에 삼성측이 이미 서류를 파기하고 황급히 비밀금고로 지목됐던 곳을 개조한 흔적을 보도했다. 29일에는 10면 <삼성화재 대대적 증거인멸 의혹>(고제규 기자)에서 “압수수색 전 폐기물 업체를 동원해 수천상자 분량의 문서를 무더기로 없애는 등 대대적인 증거인멸 작업을 벌였다”는 삼성화재 관계자의 제보를 전달하기도 했다.

 

MBC도 삼성특검 관련 사안들을 발 빠르게 전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22일 <“10년전 2만여점”>(전재호 기자)에서 삼성가는 90년대 중반부터 이미 2만점이 넘는 미술품을 소유하고 있었고, 에버랜드 미술품은 이건희 회장 부부와 삼성재단 소유의 미술품이 철저히 구분돼 관리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26일 <첫 긴급체포>(이용주 기자), <“증거 없애려 했다”>(강민구 기자)에서는 삼성화재 핵심 실무자가 긴급체포된 점과 압수수색 당시 드러난 증거 인멸 정황 등을 다른 언론사보다 빠르게 전했다. 

 

이외에도 한겨레와 KBS는 삼성 측 소환자들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꾸준히 지적했다. 한겨레는 25일, 26일에 걸쳐 제 발로 제시간에 나오는 소환자가 없다는 특검 측 입장을 전하고, 국세청과 금감원의 삼성 수사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를 꼬집었다.

 

조·중·동 축소보도로 ‘삼성 감싸려는 의도’

 

반면, 조·중·동은 최근 주요하게 제기된 삼성비자금 관련 의혹들에 대해서 이를 축소하거나 외면하는 보도태도를 보였다.

 

조·중·동 모두 삼성 측의 증거인멸 의혹 관련 보도를 한 건도 내보내지 않았다. 또한 삼성 측 소환자들의 비협조적인 태도나 교통박물관의 미술품 창고와 관련된 지적을 하는 보도 역시 하지 않았다. 다만 조선일보가 에버랜드 압수수색 관련 보도를 내보내며 기사 말미에 민변과 참여연대가 삼성의 증거인멸 시도를 고발했다고 전한 것이 전부였다. (<표 1> 참고)

 

삼성화재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서도 조·중·동은 각 1건의 보도를 내보내는 데 그쳤다. 내용도 형식적인 단순전달 수준이다. 게다가 조선일보는 10면에서 <삼성화재 본사 압수수색 ‘비자금 창고’는 발견 못해>라는 제목으로 ‘비자금 창고가 없었다’는 점을 부각해 보도를 내보냈고, 압수수색의 이유나 제보내용, 경과 등은 한 단락으로 전하는 데 그쳤다.

삼성의 고가미술품 은닉과 관련해서는 조선일보가 5건, 중앙과 동아일보가 4건을 보도한 정도였다. 대부분의 보도가 압수수색 경과나 특검 측 입장, 삼성 측의 반박을 단순 전달한 스트레이트 보도였고, 조선일보만이 단지 1건의 분석 기사를 내보냈는데 이 보도는 수사내용과 비자금의 연관성에 주목한 것이 아니라 ‘미술품 조사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상세히 다룬 곁가지 내용이었다. 국민들이 삼성 특검에서 원하는 정보가 고작 미술품 조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지와 관련된 단순정보성 흥미위주 보도라고 여긴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삼성특검이 지금 사회적으로 핵심 이슈임에도 조·중·동은 최근 불거진 의혹들을 1면에 배치해 다룬 경우가 전혀 없다. 동아일보는 최근 삼성관련 의혹에 대한 보도를 12면과 13면에 모두 배치했고, 중앙일보는 2면에 1건의 보도를 내보내고 나머지 보도는 모두 10면과 11면에 배치했다. 조선일보도 1건의 보도를 3면에 배치하고 나머지 보도를 모두 10면에 배치했다. 삼성에 불리한 보도들을 되도록 눈에 띄지 않는 지면에 배치하며 삼성을 배려한 것이다. 

 

조·중·동의 이런 보도태도는 한겨레가 20건의 보도를 내보내며 1, 2, 5면 등의 주요 지면과 사설 등을 할애해 심층적인 보도 태도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SBS 시사프로그램, 삼성관련 아이템 한 건도 다루지 않아

 

SBS의 보도태도도 아쉬움이 있다. 방송 3사의 최근 삼성 비자금 관련 의혹에 대한 보도 건수를 살펴본 결과, SBS가 가장 적은 보도를 내보낸 것으로 나타났다.(<표 2> 참고)

 

 

내용면에서도 다른 방송사에 비해 관련 내용을 새롭게 추적하거나 심층 취재하는 보도태도를 보이지 않았고, 수사경과나 상황을 정리해 내보내는 수준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보도가 많았다. 문제있는 보도들도 있었다. 21일 에버랜드 창고에 고가미술품이 은닉되어있다는 제보로 검찰이 압수수색을 한 것과 관련해 KBS와 MBC가 메인보도로 내보내며 관련 내용을 비중있게 전한 것과 달리 SBS는 11번째 꼭지로 관련 사안을 1건 다루는 데 그쳤다.

 

또 에버랜드 창고에 있던 비자금으로 구입한 그림을 확인하고 있던 시기인 23일에도 SBS는 <‘문제의 그림’ 없었다>(김수형 기자)에서 “김용철 변호사가 주장한 30여점은 단 한점도 찾지 못했다”는 단정적인 멘트를 내보냈다가, 다음날인 24일에는 “비자금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 고가의 그림들을 찾아내고 비자금과의 연결고리를 찾고 있다”고 반대의 내용을 전하기도 했다.

 

또 25일에는 삼성화재 압수수색 관련 보도인 <전격 압수수색>(이승재 기자)을 16번째 순서에 배치해 큰 비중을 두지 않는가 하면 “비밀 금고는 없었고 최근 공사한 흔적도 찾지 못했다”고 오보를 내기도 했다.

 

좋은 보도도 있었다. 28일 일부 그림의 경우 삼성과 연관이 있다는 단서를 특검이 포착했다는 보도와 29일 삼성이 현재 도피중인 삼성증권 박모 전 과장을 도운 정황이 드러났다는 단독보도는 노력이 엿보인다.

 

SBS의 더욱 심각한 문제는 10월 말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비자금을 폭로한 이후 지금까지 석달 정도의 기간 동안 시사프로그램에서 삼성비자금 관련 아이템을 한 건도 다루지 않은 것이다. MBC <PD수첩>, <뉴스 후>, KBS <취재파일 4321>, <추적 60분>, <미디어포커스>, <생방송 시사투나잇> 등 다양한 시사프로그램에서 삼성 비자금 사건이 심층적으로 다뤄진 것과 비교하면 너무나 대조적이다. SBS의 대표적인 시사프로그램 <뉴스추적>, <그것이 알고 싶다>, <SBS 스페셜>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고가미술품 은닉이나 삼성화재 비자금 조성 등 의혹이 제대로 밝혀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중한 보도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MBC도 오보를 낸 경우가 있었고, KBS도 단독보도를 한 후 MBC보다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전체 보도를 살펴보면 다른 방송사의 보도가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SBS의 보도태도는 ‘신중’을 넘어서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더욱 적극적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발로 뛰는 보도 태도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제보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으로 SBS의 소극적인 보도태도가 용인될 수는 없다.

 

그동안 SBS가 적극적으로 삼성 문제를 파헤쳐왔다면 제보자들이 SBS 이외의 다른 언론사에게만 갈 이유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SBS는 이제부터라도 꼭 특종이 아닌 기존에 밝혀진 사안이라도 타사와 다르게 좀 더 밀도 있게 추적·구성하고 비중 있게 배치하는 등의 차별화된 보도를 할 필요가 있다. 28일, 29일 보여줬던 SBS의 적극적인 보도태도를 지속적으로 보여줄 것을 바란다.

 

특히 우리 단체는 SBS 시사프로그램이 너무 적은데다가, 그나마 있는 프로그램들이 삼성관련 사안을 전혀 다루지 않은 것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본다. 시사교양국의 쇄신을 촉구한다.

 

삼성 특검 관련 사안은 언론이 축소한다고 축소되는 사안이 아니다

 

삼성 특검은 삼성비자금 조성과 사용내역 등을 낱낱이 파헤침으로써 ‘정-경-검-언 유착’이라는 우리 사회의 일부 부적절한 부패 고리를 밝히려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삼성 특검은 우리사회를 투명하게 만드는 데 크게 일조할 수 있는 주요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특히 언론은 이 사안을 축소·왜곡해서는 안 되며, 축소한다고 축소되는 사안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겨레와 KBS, MBC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도 삼성비자금 사건과 관련한 성역없는 보도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이런 상황이 공공적인 언론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주요한 증거라고 본다. 자본이나 정치권력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공영방송과 독립 언론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것이다.

 

반면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비자금을 폭로하던 당시부터 소극적인 보도태도와 공방 중심의 보도태도로 ‘삼성 감싸기’를 해왔던 보수신문은 여러 의혹이나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삼성과 관련한 보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보수신문이 삼성의 광고를 통한 언론 통제에 좌지우지 되고 있는 것인지, 자발적으로 자본의 대변자로 나선 것인지는 스스로가 대답할 일이다.

 

그러나 그 어떤 이유에서든지 보수신문은 더 이상 삼성이라는 거대 자본과 유착해 우리 사회를 거꾸로 돌리는 데 앞장서지 말아야 할 것이다. 


태그:#삼성, #비자금, #신문,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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