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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덕양 간 나들목 고가다리아래 신발 노점상
▲ 신발노점 여수-덕양 간 나들목 고가다리아래 신발 노점상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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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몰 때문에 장사가 안돼요. 나이든 사람들이나 찾을까, 노점에 새로운 고객 형성이 안돼요. 인터넷이나 홈쇼핑에서 다 구입해서 배달해 불고…."

여수-덕양 간 나들목 고가다리 아래서 신발 노점상을 하는 강아무개(50)씨. 그는 10년 전부터 전국을 돌아다니며 목 좋은 곳을 골라 길거리에서 신발을 판매한다. 그의 주 무대는 전라남도와 경상도 일부 지역이다. 전남 광양에 사는 그는 광주의 도매점에서 신발을 받아와 여수, 순천, 목포, 진주 등지에서 활동한다.

신발장사 이문 많이 남는다는 말, 이제는 먼 옛날이야기

사회 첫발을 내딛으면서 맺은 신발과의 인연이 그의 평생 업이 됐다. 부산의 신발공장에서 23년이나 근무했다. 도중에 인도네시아에도 2년을 다녀왔다. 이제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신발을 보고도 눈썰미로 신발의 재질이나 품질을 알아볼 정도다.

한때는 돈푼깨나 만졌던 신발장사. 하지만, 신발장사 이문이 많이 남는다는 이야기도 이제는 먼 옛날이야기가 됐다. 요즘은 하루 일당 벌기도 힘이 든다.

“뻔하잖아요. 가격 다 공개해놓고 파는데, 신발은 재고관리가 가장 힘들어요. 재고 때문에 자금 다 처박아버리고 문 닫아요. 비닐로 된 신발은 햇볕에 노출되면 금방 못쓰게 되부러요. 가죽은 그나마 좀 괜찮은데, 진열해 놓은 것은 팔아 묵을 수도 없어요.”

진열해 놓은 신발은 햇볕에 뒤틀리고 변색돼 소비자에게 팔 수가 없다. 이런 중고신발은 가끔씩 페인트 일하는 사람들이 와서 떨이로 헐값에 사간다. 신발에 페인트가 묻으면 못 쓰게 되니까 그들이 작업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싹쓸이해간다.

멀리 장사를 떠났다 폭설에 갇히거나 갑작스러운 소나기를 맞아 흠뻑 젖을 때가 가장 힘들다. 사실 손님들이 값을 깎아달라고 아우성치고 시비를 걸 때는 정말 난감하다고 한다. 손님으로 왔다가 시비 거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고. 그럴 때는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며 지은 죄도 없이 머리를 조아리고 사과를 한다.

“길에서 장사하면 되느냐? 세금내고 하느냐? 세금도 안 내면서 싸게 팔지 너무 비싸다!”

목 좋은 곳을 골라 길거리에서 신발을 판매한다.
▲ 진열된 신발 목 좋은 곳을 골라 길거리에서 신발을 판매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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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친구 따라 강남도 가던데... 한눈팔지 않고 오직 한길

남들은 친구 따라 강남도 가고, 누가 어떤 일이 좋다고 하면 솔깃하고 그러는데 그는 한눈팔지 않고 오직 한길만 달려왔다. 고교 졸업 후 지금껏 신발 관련 일만을 했다. 외국에도 다녀오고 제조부장까지 한 그에게 퇴직 후에도 간간이 신발 관련 업체에서 유혹의 손길도 있었지만 그는 고사했다.

“3~4년 전만 해도 노점이 괜찮았거든요. 그때는 아무리 장사가 안 돼도 하루 매출 30만원에 순수입이 10만원 벌이는 됐어요. 하지만 요즘은 매출 20만원 올리기가 힘들어요.”

아침 6시에 광양의 집에서 나와 땅거미가 내려앉을 때까지 장사를 하다 집에 들어간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기름 값이 가장 부담이다. 기름 값과 식대 제하고 나면 하루 5~6만원 벌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지금은 가급적이면 멀리 가지 않고 비교적 집과 가까운 곳에서 장사를 한다. 식사도 간단한 취사도구를 챙겨 다니면서 라면 등으로 끼니를 대충 때운다.

중년 남자손님이 찾아왔다. 흥정을 한다.

“이거 얼마예요?”
“구두 한 켤레에 2만원, 싸게 팔아요.”
“싸게 팔면 적자겠네.”
“적자보고 누가 장사를 한다요? 자~ 신어 보세요. 회사에 따라 5mm 정도는 왔다 갔다 해요. 기장만 맞으면 돼요.”
“더 할인 안돼요?”
“….”
“가벼워서 좋구마!”

15년 전과 똑같은 신발 가격?

디자인이 심플하고 멋있다.
▲ 운동화 디자인이 심플하고 멋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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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신발의 품질이 좋아지고 너도나도 자가용을 타고 다녀 신발이 안 닳는다. 차에서 내리면 걷질 않고 곧바로 집으로 들어간다. 또한 신발 가격은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4년 전부터 중국산이 대량으로 밀려와 가격하락을 부추겼다.

“중국산이 본격 수입돼분께 신발값이 15년 전하고 똑같소. 그래서 신발 이문이 별로 없어요. 솔직히 말해 만 원짜리 하나 팔면 다 남아도 만원인데… 매출이 많이 올라야 돈을 벌지. 기름 값 2만원, 점심값 5천원… 하루 10만원어치 팔아봐야 기본 경비밖에 안돼요. 최하 30만원은 팔아야 먹고 살고 유지가 되지.”

그는 장사 중에 가장 힘든 장사가 아동복과 신발장사라고 말한다. 단적으로 중도 포기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단다.

“두 장사를 시작해서 도중에 때려치우는 사람이 가장 많아요. 사이즈 장사 아니요? 남자 것만 해도 9개 사이즈, 남녀 어린이 하다 보면 기본 제품 개수가 장난 아니에요.”

신발 한 켤레를 팔기 위해서 같은 신발을 규격별로 최소 10켤레의 구색을 갖춰야 한다. 초기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다. 사실 신발장사는 구색만 갖춰 놓으면 팔기는 쉽다. 하지만 계속 투자비용이 발생하고 신상품도 넣어야 하고, 안 팔리는 제품은 고스란히 재고로 떠안게 된다. 노점 신발장사는 무엇보다 재고관리가 중요하다. 재고는 반품이 안 된다.

하지만 내 맘대로 자유롭게 하는 장사라 속은 편하다고. 그래서 한번 장사에 빠져놓으면 계속 하게 되는 것 같다고 한다. 날씨가 안 좋은 날, 사적인 일 등을 제하면 한 달 평균 20일 장사를 한다. 3년 전부터 이 장사도 내리막길이다. 해가 가면 갈수록 안 된다.

신발 노점도 처음 시작하려면 자본금이 3~4000만 원이 소요된다. 차량구입비 1500만 원, 물품구입비 약 2000만 원, 진열대와 발전기, 파라솔 등의 구입비가 300만 원이다.

“물건 잘못 받으면 그대로 처박소잉! 싸다고 가져와서 안 팔리면 처박고, 밑도 끝도 없어요.”

손님이 흥정을 하자 신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강아무개씨
▲ 흥정 손님이 흥정을 하자 신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강아무개씨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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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앞으로 세대가 바뀌면 길거리 신발장사가 없어질 거라며 우려한다.
▲ 노점상 그는 앞으로 세대가 바뀌면 길거리 신발장사가 없어질 거라며 우려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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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을 제법 안다고 자신했던 그도 처음에는 돈을 많이도 까먹었다. 한두 해 장사하다 접으면 손해가 많다. 3년은 돼야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쌓인다. 1998년 장사 처음 시작할 때는 전국 일주를 일곱 번이나 했다. 부산에서 출발하여 강원도 태백, 수원, 목포… 20여일을 돌아서 부산에 다시 되돌아오곤 했다.

그렇게 전국을 돌고나서 정산을 해 보면 딱 본전. 길바닥에 뿌리고, 먹고 자는 데 쓰고 나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었다. 그렇게 떠돈 것이 3년, 그렇게 일을 배웠다.

“그 짓을 하고 돌아다녔어요. 한 3년여를…암것도 없어, 물건만 그대로 있더라고, 경험이 없이 돌아다니니까 그 모양이여.”

그때는 직장을 나온 지가 얼마 안 되어 벌어놓은 것으로 먹고 살았다. 요즘 장사는 먹고 살기가 힘들다. 젊은 사람들은 이 일 하기가 어렵다. 자식들 학비도 벌어야지, 기름값 비싸고 갈수록 소비자는 줄고, 그는 앞으로 세대가 바뀌면 길거리 신발장사가 없어질 거라며 우려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신발노점상, #전국일주, #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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