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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역에서 우산 빌려주는 줄 나만 몰랐네요.
▲ 비가 온다고 걱정했는데요. 지하철 역에서 우산 빌려주는 줄 나만 몰랐네요.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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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 좋으면 모든 일이 즐겁다. - '영국속담'

어제부터 내린 비…, 겨울 바람이 더욱 차고 싸늘하다. 그러나 바람이 불고 춥다고 외출할 일을 미룰 수는 없다. 오늘 일은 오늘 안에 봐야 하고, 내일 걱정은 내일에게 맡겨야 한다.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보니 빗줄기가 가늘어서 우산을 두고 나온다. 걷다 보니 가는 비에 옷깃이 젖고, 우산을 그냥 두고 나온게 후회되는데, 핸드백을 더듬으니 아니 핸드폰까지 두고 나왔다.

어머, 어머..정말 신기해. 호호호
▲ 아들이 공중전화기의 '문자 메세지' 가르쳐 주었어... 어머, 어머..정말 신기해. 호호호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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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도 우산 걱정이 없는 우리 동네, 시가 있는 장산 지하철 역
▲ 문자메세지를 공중전화기에서 날리고, 비가 와도 우산 걱정이 없는 우리 동네, 시가 있는 장산 지하철 역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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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가 제법 지긋하신 한 아주머니, 연신 미소를 띄며, 차례를 기다리는 공중전화기 앞에 한참 서 계신다.

가만히 뒤에서 보니, 문자 메시지를 하고 계신다. 아니 언제 지하철역(부산 장산역)에 문자 메시지 보낼 수 있는 공중전화가 나왔을까?

한 박자가 늦은 내 생활 정보에 갑자기 나는 원시인이 된 기분.

세련된 옷차림의 아주머니는 시간이 걸리는 게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계속 '우리 아들이 대한민국 일등이야. 정말 우리 아들이 최고란 말이야…' 중얼거리시며, 1분쯤 시간을 들여 정성껏 만든 문자를 날리시고 나서 어깨를 약간 들어올리며 말씀하신다.

"호호호, 우리 일등 아들이 내게 '문자메시지'를 가르켜 주었어. 정말 진짜 재미 있네."

우리 동네 지하철 '장산역'
▲ 물레방아가 있는 만남의 장소 우리 동네 지하철 '장산역'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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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는 문자메시지를 공중전화기로 이용한 것이 기분이 좋으신지 계속 웃음이다.

"오늘은 진짜 기분이 좋은 날이야. 이렇게 우산도 지하철 역에서 빌렸다오. 우리 아들은 정말 모르는 게 없단 말이야. 우리 아들은 진짜 일등 아들이란 말이야… 호호호."
"아주머니, 정말 부럽네요. 그런데 지하철 역에서 우산을 정말 빌려주나요?"

"그래, 안내봉사실에 가면, 입맛 대로 우산을 빌려주는데…. 아직 그것도 몰랐어? 호호호."

지하철 고객 안내실 생겨 너무 편리하네요.
▲ 무인 매표소로 바뀐 대신 지하철 고객 안내실 생겨 너무 편리하네요.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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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지하철 문화공간
▲ 시가 있는 지하철 행복한 지하철 문화공간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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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만나는 바로 옆집의 이웃처럼, 친밀하게 꽃보다 아름답게 웃으시는, 초로의 한 아주머니. 어디 사시냐고 여쭈니, 또 싱긋 웃으시며 장산역 근방에 사신다는, 동네 아주머니의 미소가 너무 아름다워 슬며시 감사한 마음까지 든다.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 내일의 약속.
▲ 빌려온 지하철 우산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 내일의 약속.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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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가 얼굴에 떠나지 않는, 아주머니의 '일등 아드님' 덕분에, 나도 우산 하나를 빌려 시내 볼일을 잘 보고 돌아왔다.

오후 내내 아주머니의 맑은 미소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삶을 정말 사랑하는 모습은 저런 모습이 아닐까. 나도 우산 하나 빌린 게, 무슨 횡재를 한 기분처럼 실실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미소는 미소를 전염시키나 보다.

기분이 좋으니 어제까지 눈에 보이지 않았던 '물레방아'도 보이고, 지하도 벽에 부착된 '시'도 읽었다. 정말 아주머니 말처럼 진짜 오늘은 '기분이 좋은 날'이다.

그러고보니 아주머니의 핸드폰번호라도 물어올 걸 그랬다. 문자메시지를 좋아하시던데, 대신 마음의 메시지를 보내야겠다.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일등 아드님 덕분에 비 맞지 않았어요."


태그:#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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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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