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대회 출발지점인 강화도 길상 공설운동장

마라톤 대회 출발지점인 강화도 길상 공설운동장 ⓒ 조경국


출발점에 섰습니다. 겨울이 지나고 새순들이 땅 위에서 꿈틀꿈틀할 무렵, 수많은 사람들 가슴이 요동치고 있을 바로 그 장소입니다. 강화도에 있는 길상 공설운동장 트랙, 4월 6일 열릴 오마이뉴스 마라톤대회 출발지점입니다.

벌써 여덟 번째를 맞습니다. 마라톤과 <오마이뉴스>가 만난 지 말입니다. 그동안 <오마이뉴스>는 '오마이뉴스다운 마라톤'을 고민해왔습니다. 2002년 열린 1회 대회 주제는 '세상을 바꿔나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2005년에는 '통일'을 내걸었지요. 분단 이후 처음으로 평양 시내를 '남과 북'이 함께 달리기도 했습니다.

이번 주제는 '바다 사랑'입니다. 태안 앞 바다 기름 유출 사고로, 그 어느 때보다도 바다의,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요즘인데요. 마라톤 코스 그림을 보니까, 마치 '바닷길'같았습니다. 강화 해안순환도로가 이번 대회 주무대니까요. 궁금한 것은 얼마나 바다를 가까이 두고 뛸 수 있을까. 20일, 강화도를 찾은 이유였습니다.

 마라톤대회 코스 용당돈대 앞 바다

마라톤대회 코스 용당돈대 앞 바다 ⓒ 조경국


결론부터 먼저 말씀드리면, 거친 숨결에 실릴 바다 내음이 아주 진할 것 같습니다. 거의 전 구간에서 바다를 보면서 뛸 수 있겠더군요. 또 자전거 도로가 잘 갖춰져 있다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고 싶네요. 아름다운 풍경이었습니다. 다만 을씨년스러운 날씨가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지요.

항쟁의 역사 속으로 시간을 거슬러 달려보자

길상 공설운동장을 출발한 일행은 우선 덕진진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도로 양편으로 이 쪽에도, 저 쪽에도 밭들이 겨울을 틈타 쉬고 있습니다.

그냥 놀고 있지 않은 밭은 썰매장으로 '성업' 중입니다. 꼭 '무슨무슨' 눈썰매장이 '맛'은 아니겠지요. 아이들, 어른들의 표정이 마냥 즐겁습니다. 그들 중에는 도로변에서 '속노랑고구마'나 만원에 60∼70개 하는 곶감을 사 먹을 사람들도 있겠지요.

덕진진에 가까이 갈수록 눈에 들어오는 바다 또한 커집니다. 마라톤 대회 5㎞ 건강달리기 반환 예정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혹시 '쉬엄쉬엄' 돌아갈 분도 있을 것 같아, 덕진진 내 남장포대도 올라가 봤습니다. 강화해협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대포들과 바다도 의외로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사람 체취가 스며있는 풍경, 그 속에 역사는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더구나 여기는 항쟁 역사가 곳곳에 서린 강화도. 덕진진 안내도 옆 사진 중에 "신미양요 당시 덕진진을 점령하고 성조기를 게양하고 있는 미국 군인들" 그림이 눈에 띕니다.

 덕진진 남장포대

덕진진 남장포대 ⓒ 조경국


덕진진 다음 코스인 광성보(10㎞ 단축코스 반환점) 역시 "미국 아세아 함대와 맹렬한 포격전을 전개하던" 곳입니다. "미국 군대와 48시간에 걸쳐 사투를 벌인 격전 현장"에 대해 강준만 교수는 '한국 근대사 산책'에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광성보는 함락되었고 미국의 성조기가 내걸렸다. 성조기를 게양한 미국 병사는 이것은 미국이 남북 전쟁 이래 처음으로 벌인 치열한 전투 끝에 점령한 아시아의 보루에서 미국 국기를 최초로 게양한 의미 있는 전투였다고 회고했다."

문득 마라톤 유래가 떠오릅니다. 그리스를 '노리던' 페르시아 군함 600척이 마라톤 들판 앞 바다에 있었다고 하죠. 그리스 군은 수적 열세를 극복하면서 승리했고, 승전보를 아테네에 전하다 숨을 거둔 전령이 달려온 거리가 40여㎞였다는 이야기. 지금 보이는 저 앞 바다, 강화해협에도 한반도를 노리던 군함들이 떠 있었겠지요.

 2008 오마이뉴스 강화 바다사랑 마라톤대회 풀코스. 화살표가 반환점

2008 오마이뉴스 강화 바다사랑 마라톤대회 풀코스. 화살표가 반환점 ⓒ marathon.ohmynews.com


이번 마라톤 코스에 '돈대'란 지명이 유독 많은 이유기도 합니다. 오두돈대, 화도돈대, 하프코스 반환점인 용당돈대, 갑곳돈대, 월곶돈대 그리고 민통선 부근 휴암돈대까지. "경사면을 절토(切土)하거나 성토(盛土)해 얻어진 계단 모양의 평탄지를 옹벽으로 받친 방위시설"이란 것이 돈대에 대한 원론적 설명입니다. 하지만 커피를 파는 아주머니의 "돈대? 옛날 초소"라는 짤막한 설명이 훨씬 귀에 잘 꽂힙니다.

이제 '요즘 초소'들을 만날 차례입니다. 마라톤 풀코스 반환점이 민통선 부근에 있기 때문입니다. 3m 높이의 이중 철조망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오가는 차량들도 확연하게 줄어들었습니다. 네비게이션에서도 '길'이 사라졌습니다. 그럴수록 아까부터 자꾸 눈에 밟히던 자전거 도로만 선명해집니다. 자전거로 달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빨리 쉽게만 달리면 무슨 재미가 있나

잠깐 차에서 내렸습니다. 정말 조용합니다. 이 때 정적을 깨는 "훠어이" 소리. 동행한 이정희 기자의 외침에 "떨어진 벼이삭을 주워먹던 새들"이 일제히 날아 오릅니다. 용정리를 지나 우리도 자동차를 '날개' 삼아 고개를 오르기 시작합니다. 한 고개를 넘자 두 번째 고개가 버티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마라톤 대회에서 최대 난코스가 될 것 같습니다.

 마라톤 코스인 강화 해안순환도로에는 자전거 도로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마라톤 코스인 강화 해안순환도로에는 자전거 도로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 조경국


두 번째 고개도 넘었습니다. 민간인 통행이 비교적 자유로운 7km 정도의 이중 철조망 도로도 이제 막바지입니다. 바다 건너편 산 중턱에 써있는 '최강 해병대'란 글씨가 눈을 파고듭니다. 철조망 안에서 바다를 보며 '함정 경계 근무'중인 보초 모형물 '등짝'도 굳건합니다. 이제 진짜 초병의 말을 '신호'삼아, 풀코스 반환점 앞에서 돌아설 차례입니다.

"사전 절차를 밟지 않은 차량은 통행할 수 없다"고 합니다. 헌데 아쉬움이 생각보다 덜합니다. 아주 당연하게 돌아섰습니다. 너무 편하게, 너무 빨리, 여기까지 왔기 때문인가요. 모든 가치의 척도인 양, '실용'이란 말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달려왔기 때문인가 봅니다.

이래서는 통일과 가까워질 수 없다는 생각이 고개를 쳐듭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가짜 실용'으로는 말입니다. 마라톤 또한 그렇습니다. '모로' 가지 않습니다. 너무 빨라서도 안됩니다. 그래서는 결승점, 길상 공설운동장까지 달려갈 수 없을 겁니다. 이제부터 다시 한 걸음입니다.

 "훠어이" 외침에 일제히 날아오르는 새들

"훠어이" 외침에 일제히 날아오르는 새들 ⓒ 조경국


날이 풀리면, 자전거를 타고 다시 와야겠습니다. 그 때는 봄기운이 완연하겠지요. 그 때는 더욱 아름다울 풍광에 거칠어지는 숨결 또한 즐겁게 내뱉을 수 있겠지요. 그리고 '옛날 초소'와 '요즘 초소'를 관통하는 역사를, 통일을 가슴에 담고 싶습니다.

2008 오마이뉴스 바다사랑 강화 마라톤대회 개최

2008 오마이뉴스 바다사랑 강화 마라톤대회가 4월 6일 강화도에서 열린다.

강화해협을 타고 흐르는 강화 해안순환도로를 주무대로 펼쳐지게 될 이번 마라톤대회는 길상 공설운동장을 출발하여 민통선 부근 반환지점을 돌아오는 풀코스(42.195km)는 물론, 하프코스(21km)와 10km 단축마라톤, 5km 건강달리기 등 4개 종목을 실시한다.

현재 대회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받고 있으며, 원활한 운영을 위해 선착순 5천명으로 하고 있다. 대회 당일 현장 접수는 없다. 참가비는 5km 건강달리기는 2만원, 나머지 코스는 3만원으로 단체 참가도 접수받고 있다. 단체 참가자에게는 30인 이상일 경우에 단체텐트가 제공된다.

정확한 기록측정을 위하여 전자칩을 이용한 자동계측이 실시돼나, 5km 건강달리기는 건타임 방식의 수동 측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코스는 42.195km의 경우, 길상운동장-덕진진(5Km 반환점)-광성오리(10km 반환점)-오두돈대-화도돈대-용당돈대(하프 반환점)-더리미 장어마을-갑곳돈대-인삼센터-용정리-연미정-월곶돈대-휴암돈대 앞 마을(반환점)이다.

기타 자세한 내용은 대회 홈페이지(Marathon.ohmynews.com) 또는 오마이뉴스 마라톤 사무국 (02-733-5505)에 문의하면 된다.

마라톤 강화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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