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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리본을 다는 어린이들의 고사리 손들
 노란리본을 다는 어린이들의 고사리 손들
ⓒ 안양YM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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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양에서 초등학생 이혜진(10) 양과 우예슬(8) 양이 실종된 지 오늘(17일)로서 24일째를 맞아 경찰의 수색과 수사가 계속되고 있지만 실종 이후 행적은 물론 생사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인 가운데 안양의 어린이들이 무사귀환을 비는 리본을 달기 시작했다.

안양YMCA는 지난 여름, 아프가니스탄 피랍자들의 무사귀환만을 바라며 우리 아이들의 가방에 노란리본을 달았더니 무사 귀환했다는 사연을 전하면서 "이번에는 혜진이와 예슬이의 무사귀환을 바라며 그때 간직했던 노란리본을 다시 꺼내 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안양Y는 지난 15일 안양YMCA 어린이 교육부 어린이들의 가정에 통신문을 보내 실종어린이들의 소식과 리본달기 캠페인의 뜻을 전했다. 이후 어린이들의 가방에 노란리본을 달기 시작한데 이어 16일에는 안양Y 놀이터에서 어린이들이 리본달기를 하며 두 아이의 무사귀환을 빌었다.

안양YMCA가 전해 온 편지 글은 다음과 같다

안양Y 인근 소공원 나무에 노란리본을 다는 어린이들
 안양Y 인근 소공원 나무에 노란리본을 다는 어린이들
ⓒ 안양YM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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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무고한 젊은이들이 낯선 아프가니스탄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을 때 그들의 부모 형제들이 타들어가는 가슴을 부여잡고 발을 구르고 있을 때 무사귀환만을 바라며 우리는 아이들의 가방에 노란리본을 달았습니다.

YMCA 아기스포츠단에 다니는 열매반 상연이네 집에서는 노란리본을 베란다에 내걸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아이들과 함께 노란리본을 단지 3주만에 정말 기적같이 피랍자들이 풀려났습니다. 풀려났다는 소식을 들은 날, 우리는 뛸듯이 기뻐했습니다.

단지 노란리본을 달았던 것 뿐인데 말입니다. 그리고 그때 약속하였습니다. 노란리본을 간직하고 있다가 주변에 안타까운 일이 생기면 다시 꺼내 달자고 말입니다. 그 때 달았던 노란리본을 다시 꺼내 달아야 할 안타까운 일이 안양에서 생겼습니다.

방송에서 들어서 아시겠지만 지난해 성탄절날 혜진이와 예슬이가 실종되어 지금까지 소식이 없습니다. 경찰은 사건 발생이후 대대적인 수색과 조난 가능성이 있는 인근 수리산 지역에 대해 샅샅이 수색했지만 단 한 건의 수사 단서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런 절망적인 소식 앞에서 다시 노란리본 달기를 제안합니다.

혜진이와 예슬이의 부모님 심정으로 노란리본을 만들어 아이들의 가방이나 가슴에 달아주십시오. 집 떠난 사람을 간절히 기다리고 사랑으로 맞이하려는 마음을 표시해주십시오. 그리고 주변 이웃들에게 노란리본을 같이 달자고 권유해 주십시오.

아시잖아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이 작은 실천이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는지를.
아이들의 가방이나 가슴에 노란리본을 만들어 달아주세요!
현관문앞에 노란리본을 만들어 달아주세요!
혜진이와 예슬이를 잊지마세요!


안양YMCA 어린이 가슴에 달린 노란리본
 안양YMCA 어린이 가슴에 달린 노란리본
ⓒ 안양YM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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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안전을 되돌아보는 계기 됐으면 한다"

노란 리본이나 손수건을 매다는 행동은 1900년대 초 미국의 한 여성이 남편을 기다리며 동네입구 떡갈나무에 노란 리본을 매달은 사연이 영화와 팝송(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을 통해 전 세계에 전해지며 기다림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졌다.

안양Y의 문홍빈 사무총장은 "어린이들의 리본달기는 혜진이와 예슬이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염원과 더불어 안전한 도시·마을을 만들어 달라는 뜻도 담겨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어린이 안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이들이 실종 소식이 알려진 이후 인근 놀이터와 골목길에서 노는 아이들을 찾아보기가 쉽지않다. 부모들이 동네놀이터나 학교운동장에서 자녀들이 노는 것을 말리기 때문이다. 더욱이 학원 다녀오는 아이들의 저녁무렵 귀가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이같은 걱정은 어린이들이 실종된 안양시 만안구뿐 아니라 학원가가 밀집된 평촌도 마찬가지로 지난 16일 범계역 인근 버스정류장에 부착된 전단지를 보던 30-40대 여성들은 "이 아이들 여태 못찾았다"고 말하면서 자녀들의 안전을 우려했다.

안양Y는 "혜진이와 예슬이의 무사귀환을 위해 어린이들이 실종된 안양8동 거리에 노란리본을 달자고 안양8동 주민자치위원회와 안양8동사무소 등에 제안하고 이를 협의한 결과 긍정적인 답을 들었다"고 밝히면서 어린이 안전에 관심 가져줄 것을 촉구했다.

실종된 혜진이와 예슬이가 놀던 놀이터가 텅 비어있다
 실종된 혜진이와 예슬이가 놀던 놀이터가 텅 비어있다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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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및 지역시민 연일 거리로 흔적없어 수사 난항

경찰은 오늘도 인근 야산과 주택가 수색을 계속하고 지역 시민들도 실종 어린이들의 인적사항이 담긴 전단지를 배포하면서 혜진이와 예슬이 찾기에 힘을 모으는 등 안양 전체가 아이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면서 사건전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안양경찰서 수사본부에 따르면 전의경 400여 명을 동원해 안양8동 신성고등학교 주변과 병목안 시민공원 일대 야산을 집중적으로 수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경찰은 조난이나 범죄피해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아이들이 실종된 동네에 저소득층이 밀집해 있고, 몸값을 요구하는 협박전화가 없는 점을 볼 때 유괴보다는 정신질환자나 성도착증 환자에 의한 범죄일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지난 15일 "이혜진, 우예슬 양이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 올수 있게 모두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촉구하고 인터넷에는 실종 어린이들을 찾자는 UCC동영상이 올려지고 있으나 제보 또한 뜸한 상황이다.

MBC 시사프로그램 <뉴스 후>는 오는 19일 '안양초등학생 실종사건'을 다룰 예정임을 예고했다.

이 어린이들을 찾습니다. 관심 가져주세요
 이 어린이들을 찾습니다. 관심 가져주세요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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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안양, #실종어린이, #노란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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