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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지만 제주에는 생명의 기운이 넘친다. 돌담 쳐진 밭에는 유채가 푸름을 뽐낸다. 곧 있으면 노란 옷으로 갈아입고 봄바람에 춤도 출 것이다. 눈으로 보는 제주도는 유채꽃이 만개할 때이겠지만 맛객 입장에선 지금이 더 좋다. 유채나물이 제철이고 또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맘때 제주도에 가면 유채나물을 반찬으로 내놓는 식당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당연하다. 값싼 식재료이면서 제주를 대표하는 작물이니 말이다. 유채나물의 주 양념은 된장이다. 하지만 과하게 들어가지 않아 유채의 푸르름을 그대로 살려낸다. 최소한의 양념, 이게 나물의 맛과 향을 살리는 포인트이자 비법이다.

 

이틀 전 마트에 장보러 갔다가 유채나물이 눈에 띄기에 얼른 집어들었다. 제주도 오름에 올라 보았던 푸른 유채밭이 다시금 머릿속에 떠오른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나물부터 무쳤다. 북폴리오에서 발간한 <한국의 나물>에 유채나물 조리법이 있어 참고로 했다.

 

<유채나물 만드는 법>

1. 유채나물은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데친다.
2. 찬물에 얼른 헹구어 물기를 꼭 짠다.
3. 된장, 다진마늘, 들기름, 참기름, 생강즙, 볶은들깨가루를 넣고 무친다.

 

유채나물은 산나물처럼 향기롭진 않지만 산뜻하고 싱그럽다. 봄에서 느껴지는 풋풋함. 제주 바람을 씹는 자연미랄까. 그런 게 있다. 때문에 유채나물을 먹는다는 건 제주의 정취를 맛보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밥과 함께 먹는 게 당연하지만 오늘은 주안상을 차렸다. 마침 일전에 홍어집 사장님이 손수 챙겨주신 막걸리가 냉장고에 있기도 했던 터.

 

이 세상 모든 술에는 걸 맞는 안주가 있기 마련이다. 소주와 매콤한 음식. 맥주와 초밥. 나물과 막걸리는 맛객이 선호하고 즐기는 방식이다. 슴슴하게 무친 나물에 탁주 한 잔 곁들이면 그렇게 궁합이 잘 맞을 수가 없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계절에 먹는다면 두말할 나위 없고.

 

성산읍으로 가는 길목에 때아닌 유채꽃이 만개했다. 겨울이 실종된 것일까? 알고 보니 상술에 의한 결과다. 돈을 벌기 위해 일부러 일찍 파종을 해서 꽃을 피운 것이다. 유채꽃밭에 들어가 사진을 찍으려면 2천원을 내야 한다. 아이디어가 좋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때 이르게 피어난 유채꽃이 불쌍하다고 해야 할지. 유채꽃 향기는 봄에 풍기는 것과 같기만 한데….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유채나물,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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