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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체신청 동서울물류센터에서 우체국에 접수된 소포우편물을 배송하기 위해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서울체신청 동서울물류센터에서 우체국에 접수된 소포우편물을 배송하기 위해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 서울체신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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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이 2012년까지 민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5일 정통부(우정사업본부)가 인수위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를 우정청으로 개편한 후 2012년까지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우체국의 민영화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흘러 온 이야기이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의 민영화 추진은 이명박 정부의 정부조직개편에 따라 부처의 기능별 통폐합이 언론과 국민의 주된 관심사가 되면서 자칫 우체국의 민영화는 기삿거리도 안되어 묻혀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체국 민영화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제대로 한번 따져 볼 기회마저 없이 추진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느끼며 이에 따른 문제점과 올바른 대안은 무엇인지 국민의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

우체국이 민영화 대상인가?

일반적으로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이유는 민간에 비해 낮은 경영효율성으로 만성적 적자를 면치못해 정부재정이 악화되고 결국 국민에게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체국의 경우를 보면 직원들의 뼈를 깎는 노력으로 경영효율성면이나 경영수지면에서 여타 공기업과는 비교할 수 없는 성과를 이루어 내고 있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주관의 ‘2007년도 한국의 경영대상’에서 '고객만족경영부문'과 '경영품질부문'에서 종합대상을 수상했으며, 공공행정서비스부문에서는 9년 연속 1위를 달성하기도 하였다.

경영수지면에서도 9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면서 매년 1천억이상 일반회계로 돌려주어 정부재정에도 기여하는 등 경영효율성과 경영수지면에서 국가기관의 모범적 모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체국 민영화는 실패한 나라의 자구지책일 뿐

현재 OECD 회원국의 우체국 경영체계를 보면 대부분의 나라가 공기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 정부기관(2국) : 한국, 미국

● 공기업(26국) : 일본, 프랑스, 영국, 호주, 뉴질랜드, 덴마크,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스위스, 헝가리, 아일랜드, 포르투갈, 체코, 오스트리아, 벨기에, 폴란드, 스페인, 그리스, 슬로바키아, 노르웨이, 스웨덴,캐나다,터키,핀란드,멕시코,아이슬란드

● 민영화(2국) : 독일, 네덜란드 (자료 출처: 정통부 인수위 보고자료)

일본을 포함 세계 주요 국가들의 방향이 민영화로 이행되고 있다고 하나 이는 만성적인 적자 누적이나 대국민 서비스 만족도 하락에 따른 경영위기로부터의 탈출을 전제로 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맞지 않는 것이다.

선진국이 한다기에 우리도 거름지고 장에 가는 꼴이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좋은 사례가 국제 표준이 되어 세계화를 선도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일본의 우정개혁을 우리에게 적용하는 것은 무리

인수위는 정부조직개편을 이야기하면서 일본 우정개혁의 사례를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연스레 우리나라 우체국의 민영화가 마치 개혁인것 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하지만 일본의 우정개혁은 우리와 매우 다른 정치적,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본 정부 개혁 프로그램의 핵심적 이슈였다는 점이다.

일본 우정 민영화의 본질적 문제를 살펴보면,

먼저 경제적 측면에서

▲ 우체국 금융은 일본 최대의 금융자산(303조엔, 일본금융 시장의 1/3)을 보유함으로써 금융시장이 왜곡되는 것을 정상화 시키기 위함

▲ 우체국 민영화를 통해 민간 금융시장의 활력을 도모, 경제활성화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함

▲ 우편사업의 경우 1990년대 말부터 적자로 전락, 호전될 가능성이 별로 없어 경영체제 개편이 대두됨

정치적 측면에서

▲ 일본 우정공사의 자금은 특수법인(공기업)에 투자되지만 이들 특수법인의 방만한 경영으로 장기채무가 236조엔에 달함(2001년)

▲ 일본 의원들은 특수법인을 통해 자신의 이익유도 정치를 실현해옴에 따라 정부의 우정 민영화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함

▲ 당시 고이즈미 총리는 우정개혁을 모든 개혁의 집대성으로 판단, 정치적 사활을 걸고 추진함

▲ 2005년 8월 고이즈미 총리 중의원 해산은 자민당 내부의 파벌세력 척결이라는 정치적 개혁의 의미가 있음

(자료 출처: <정세와 정책> 2005.6 '일본 우정 민영화 문제의 이해'-김기섭 강원대 정외과 교수)

이렇듯 일본 우정개혁의 문제는 전반적인 경제구조개혁, 재정적자 및 정부역할 축소, 금융산업의 위기와 개혁, 관료사회개혁, 산업구조조정 나아가서 정치개혁 문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개혁의 이슈들이 중첩된 핵심 이슈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일본의 우정개혁과 우리 사정이 천양지차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우체국 민영화를 일본에 빗대어 추진하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체국 민영화에 따른 피해는 서민들 몫

우체국 민영화는 수익 창출을 위한 우편요금 인상과 읍면단위 우체국 폐국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사진은 우체국 집배원(자료사진)
 우체국 민영화는 수익 창출을 위한 우편요금 인상과 읍면단위 우체국 폐국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사진은 우체국 집배원(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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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된 기업의 제일 가치는 수익창출이다. 수익이 없는 곳에 투자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우체국 역시 민영화되면 수익 창출을 위해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

당장 국가기관으로써 국민을 위한 저렴한 보편적 서비스 제공이 가능했던 장치들이 없어지면서 각종 요금 인상이 따를 것이다. 공공요금의 인상으로 인해 물가에 영향을 주어 신 정부의 7% 경제성장률 달성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우체국 폐국에 따른 소외지역 주민들이 우체국 이용이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 3600여개 우체국 중 읍·면 단위에 설치된 것이 55%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 우체국의 상당수가 경영수지 적자에 처해 있어 자칫 폐국으로 이어져 그 지역 주민들이 우체국을 이용하려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현재 추진되는 정부조직개편을 보면 가뜩이나 한미FTA로 인해 생존의 위기마저 느끼고 있는 농어촌 지역의 서민들에 대한 배려와 애정은 보이지 않아 ‘국민을 잘 섬기는 정부’가 되겠다는 이명박 당선인의 말과는 달리 이들은 점점 더 소외받고 있는 듯 하다.

국민적 토론을 통한 정책 수립 자체가 원천봉쇄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을 보면 정부의 효율성과 실용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하나 각계 각층의 충분한 논의와 국민의 공감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언론은 각 부처 존폐 여부가 마치 그들의 생존게임인양 연일 ‘살렸다’ ‘죽였다’를 반복하고 있는 듯 하다.

개편에 대한 이의제기, 특히 해당 부처 공무원의 다른 의견은 새 대통령에 대한 항명처럼 보도되거나 부처이기주의로 매도되는 등 다양한 의견을 국민적 토론을 통해 정책을 수립하는 것 자체가 원천봉쇄되어 있다.         

이명박 정부의 정부조직개편이 작은 정부구현이라는 자기 군살을 빼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정부조직은 국가 미래를 위한 발전전략임과 동시에 국민생활과 직결되어 있으므로 아무리 작은 부분이라도 국민적 동의하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우체국 민영화가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인가?

정부는 국민생활 안정을 위해 필수적으로 유지, 보호해야 하는 산업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전기, 가스, 물, 철도 등 시장논리로 접근할 경우 서민들의 삶이 더욱 힘들어 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추진 이유를 보면, 공기업의  낮은 경영효율성 → 경영수지 악화 → 만성 적자로 인한 정부재정 부담 → 국민 세금으로 전가됨에 따라 이를 민영화함으로써 악순환구조를 끊겠다는 것인데, 이는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국민들은 더 비싼 대가를 치르고 이용해야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체국은 정부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효율성 면이나, 경영수지 면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어 그 결과 국민에게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한미FTA 체결로 인해 우편과 금융시장에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으며, 우체국은 커다란 위기를 맞게될 것이다.

한미FTA 체제하에 국가기관으로써 우체국이 복잡하고 골치아프게 운영하기보다는 차라리 민영화하는 것이 손 쉬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에 대한 책임이 있다. 우체국 민영화의 주된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는 없으나 국가기관인 지금의 우체국이 국민들에게 보탬이 되면 되었지 어떠한 부담을 주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정부 정책이 국민을 위해서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정부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체국이 민영화되는 2012년은 그리 멀지 않은 시간이다. 어떤 것이 옳은가에 대해 각계 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과 동시에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해당 공무원과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이명박 정부의 '옥에 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서영중 기자는 정보통신부공무원노동조합 조직국장입니다.



태그:#우체국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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