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그린폭스는 겨울리그 10회 우승에 빛나는 여자 배구 최고의 명문팀이다.

 

그러나 이번 시즌 현대건설의 성적은 처참하기 그지 없다. 10전 전패로 아직 마수걸이 승리조차 따내지 못했고, 서른 번의 세트를 내주는 동안 단 7번의 세트를 따냈을 뿐이다.

 

불과 지난 시즌만 해도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해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명승부를 연출했던 강팀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현대건설은 지난 2005~2006 시즌에 GS칼텍스가 세웠던 여자부 최다 연패 기록(13연패)이 멀지 않았다.

 

정대영-이숙자 이적 후 몰락한 '명가'

 

 이번 시즌 현대건설은 한유미의 '원맨팀'이 됐다.

이번 시즌 현대건설은 한유미의 '원맨팀'이 됐다. ⓒ 한국배구연맹

현대건설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팀의 기둥이었던 두 선수를 잃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국내 최고의 센터 정대영과 노련한 세터 이숙자가 GS칼텍스로 이적한 것이다.

 

프로 원년 득점왕과 MVP를 동시에 석권했으며 지난 세 시즌 동안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했던 정대영의 이탈은 공격패턴의 단순화로 이어졌고, '연봉퀸' 한유미의 부담은 말할 수 없이 커졌다.

 

한유미는 이번 시즌 득점 4위(175점), 공격 성공률 5위(33.3%), 후위 공격 3위(59점)에 오르며 생애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팀 성적이 워낙 부진해 빛이 바래고 있다.

 

강혜미의 은퇴 후 현대건설의 공배급을 책임졌던 이숙자의 공백도 크다. 현대건설의 홍성진 감독은 세터 자리에 한수지, 박진왕, 김재영 등을 고루 기용하고 있지만, 세 선수 모두 경험이 턱없이 부족해 토스워크에 기복이 심하다.

 

기대를 모은 외국인 선수 티파니 도드(캐나다)도 '구세주'가 되지는 못했다. 티파니는 장신(191cm)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 넘치는 스파이크가 돋보이지만, 페르난다 베티 알비스(KT&G 아리엘즈)나 하께우 다 실바(GS칼텍스) 등 브라질 출신의 외국인 선수에 비해 '세기(細技)'가 떨어져 득점 부문 10위(115점)에 머물러 있다.

 

설상가상으로 디그(스파이크를 받아내는 수비) 부문 2위(세트당 5.87개)를 달리고 있던 리베로 문선영마저 시즌 중 돌연 은퇴를 선언하면서 현대건설은 '총체적 난국'에 빠지고 말았다.

 

주장 한유미의 눈물, 미래를 위한 밑거름 되길

 

 장신 센터 양효진은 장차 현대건설을 이끌어 갈 재목이다.

장신 센터 양효진은 장차 현대건설을 이끌어 갈 재목이다. ⓒ 현대건설 그린폭스

우승 후보에서 불과 1년만에 최약체로 추락했지만, 현대건설에게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대건설에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젊음'이라는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에는 센터 양효진과 라이트 백목화, 리베로 마세롬 등 무려 세 명의 신인 선수가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밖에 세터 한수지, 센터 김수지도 프로 경력이 3년 이하다.

 

특히 190cm의 신장을 자랑하는 양효진은 팀을 떠난 정대영의 뒤를 이을 수 있는 대형 센터 재목이다. 입단하자마자 전 경기에 출장해 어린 나이답지 않게 대담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벌써 106득점(전체 12위)을 올렸다.

 

다른 팀에서 뛰고 있는 '동기'들이 벤치에 앉아 선배들의 플레이에 박수를 치는 동안, 현대건설의 어린 선수들은 코트에서 소중한 경험을 쌓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훈련 같은 실전'인 셈이다.

 

현 시점에서 현대건설은 분명 여자부 5개 구단중 가장 전력이 약하다. 배구는 타 종목에 비해 이변이 적어 시즌 최다 연패 신기록(14연패)은 물론, 시즌 전패(28패)를 걱정해야 할 정도다.

 

팀의 주장이자 최고참 한유미는 10연패가 결정되던 지난 13일 한국도로공사전에서 경기 도중 눈물을 쏟았다. 평소 코트 위에서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던 한유미였기에 그가 흘린 눈물은 팬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그러나 지금 흘리는 땀과 눈물은 분명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열 번 연속으로 패했으면서도 경기에 지는 것이 분해 눈물을 흘리는 '아름다운 꼴찌' 현대건설의 투혼을 기대해 본다.

2008.01.14 14:33 ⓒ 2008 OhmyNews
V-리그 현대건설 그린폭스 한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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