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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축하해, 네 기사보고 전화했어."

 

수화기 저쪽에서 들려오는 친구의 목소리가 또랑또랑하다. "무슨 기사를 보았는데?"라고 물었더니 9일 내가 올렸던 맏며느리들 이야기라고 했다. "응,그 기사를 본 소감은?"하고 되물었더니 "내용이 참 좋더라. 나도 맏며느리로서 공감하는 부분이 있고 모임의 취지가 좋아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읽어 보라고 했어"라고 한다.

 

그냥 내 사는 이야기를 한 것뿐인데 칭찬까지 들으니 우쭐해지는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오마이뉴스)에 네 기사 오른 것 축하할 일인데 한턱 내야 하는 것 아니니?"라고 친구가 부추긴다. "그래, 한 턱 뿐이겠어, 두 턱도 낼게"라고 했더니 친구가 깔깔깔 웃으며 그냥 우스갯소리 한 번 해본 거라고 한다.

 

"남아일언 중천금만 중요한 약속이겠니? 여자도 한번 한 이야기는 책임을 져야지" 하면서 우리집에서 맛있는 것 만들어 연락하면 오라고 했더니 알겠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청국장 띄우려고 콩 불려 놓은 게 있는데 콩을 이용해 맛있는 전을 부쳐서 친구를 초대해야 되겠다 싶어 부지런히 손길을 놀렸다.

청국장 띄우려고 12시간 정도 불려 놓았던 콩 3컵을 분쇄기에 갈아내는 일이 우선이다. 콩을 갈아서 비지로 빈대떡 형식의 전을 부쳐보려고 한다. 처음 의도했던 대로 청국장 띄우기 위해선 콩을 삶아야 하는데, 날씨가 추워서 불려 놓은 콩이 상하는 것도 아니니까 비지전부터 준비하려고 한다.
 
겨우내 우리집 식탁의 주인공 역할을 하는 김치찌개를 옆으로 살짝 밀쳐두고 그 자리를 대신할 청국장을 준비하다가 잠깐 옆길로 돌아 가려고 하는 내자신이 우습기만 하다.
 
청국장 못지않은 영양식을 만들어서 친구도 초대하고 식구들도 먹을 수 있으면 님도 보고 뽕도 따는 것 아니겠는가? 불린 콩 3컵을 분쇄하는 시간은 잠깐이면 된다. 분쇄기에서 콩이 갈려 나오는 모양은 방앗간의 가래떡 기계에서 가래떡이 빠져 나오는 것처럼 신기해서 "아하, 콩 가래떡이네"라고 혼잣말을 하며 콩을 갈아냈다.
 
불린콩 3컵에 당근 1/2개와 풋마늘 5뿌리를 채썰어 알콩달콩 콩이야기를 예쁘게 꾸미는 것이다. 주황색과 초록색의 조화라는 시각적인 즐거움에 야채의 부드러운 맛까지 곁들여 먹는 즐거움을 누리게 될 것이다.
 
다른 야채들을 활용해 만들어도 비지전은 콩의 고소한 맛과 어우러져 맛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집 냉장고 안에서 언제나 세상에 나가 맛있는 음식의 재료가 될 수 있을까. 엿보기 하는 당근과 풋마늘 잎을 꺼내 송송송 채썬다.
 
비지와 함께 반죽을 해놓으니 색깔의 조화로움만으로도 식욕을 불러 일으키며 친구 초대하는 음식으로 손색이 없을 듯 했다. 물은 한컵만 넣었다. 반죽이 질면 깨질 염려가 있어서 물은 적게 넣기로 했다.
 
이제는 전 부치는 실력을 발휘해 깨지지 않게 부쳐내는 일이 기다리고 있다. 비지로만 반죽을 하면 맛이 퍼석할 수 있어 찹쌀가루도 한 컵 넣어 같이 반죽을 한다. 가는소금을 한숟가락 넣어 간을 맞춘다
 
 
예정에 없던 콩 비지전이었지만 노릇하게 구워지는 시간에 청국장 콩도 삶아가면서 할 수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는 음식만들기가 된 셈이다. 단백질이 풍부한 식물성 식품중 왕중의 왕이라 할 콩음식은 언제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주로 콩식품의 단골메뉴는 두부이지만 가끔씩 수고스럽긴 해도 콩을 갈아 콩비지 찌개나 전을 부쳐먹으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어 식탁의 멋쟁이 메뉴로 올릴 수 있다.
 
비지전은 생콩을 갈아서 하는 것이라 부칠 때 자칫하면 눌어붙을 수 있어 은근한 불에서 천천히 구워야 노릇하게 된다. 콩의 입자가 씹히는 맛이 달착지근하고 고소하며 느끼하지 않아 간식으로도 부족함이 없는 영양만점의 요리라고 자부하고 싶다.
 
<오마이뉴스>에 기사 올린 게 화제가 되어 친구들의 격려를 받고 축하의 인사도 받으며 더불어 그 계기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친구들도 초대할 수 있으니 가슴 벅찰 뿐이다.
 
지천명이 되었지만 나이탓 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이웃을 향해 마음을 활짝 열어 놓으면 아마도 나는 맛있는 음식을 자주 만들어 친구들을 초대하게 될 것 같은 밝은 예감이 밀려온다.
 
"이제 네가 시민기자가 되었으니까 좋은 기사거리가 생기면 언제든 연락할게"라는 친구의 음성이 고소한 비지전 만큼 맛있게 귓가에서 맴돈다. 이제는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알콩달콩 맛있는 콩비지전 먹으러 오라고 해야겠다.

태그:#콩비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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