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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면, 투쟁 시작이다."

 

한국노총과 이명박 당선인이 맺은 정책연대가 위태롭다. 이 당선인 쪽의 친기업 정책이 정책연대와 부딪치며 마찰을 빚고 있다.

 

한국노총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수위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책 중 노동정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또한 한국노총에서 "정책연대가 깨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이 당선인의 노총 방문 계획은 아직 없다. 

 

정책연대 협약 체결 한 달째, 정책연대에 대해 내부의 반발과 외부의 비난이 컸던 만큼 한국노총의 고민이 깊다.

 

한국노총 "우리 좀 만나달라"... 이 당선인 묵묵부답

 

정책연대의 흔들림이 감지된 건, 지난 2일 한국노총 시무식 때다. 이용득 위원장이 "정책연대가 잘 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이 한나라당 신년 인사회에서 "노총을 찾아가겠다"고 말한 지 하루 만이다.

 

그 뒤 7일 인수위와 한나라당의 연석회의에서도 "이 당선인이 노총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 나왔지만, 방문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6일 임태희 당선인 비서실장이 "민주노총 위원장과 같이 만나자"고 했지만, 이 위원장은 이를 거절했다.

 

이에 대해 이민우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서운하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비난에도 88만여 명의 조합원을 지닌 노총이 이 당선인을 지지했는데, 당선되면 당연히 와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우리가 지지하지 않은 DJ나 노무현 대통령도 노총을 방문했다"고 덧붙였다.

 

사실 정책연대가 위태로운 것은 이 당선인이 노총을 방문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것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다.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 당선인 쪽이 정책연대에 대한 의지를 전혀 보여주고 못하는 것에 대한 깊은 우려가 깔렸다.

 

지난달 27일 한국노총은 인수위에 참여하고 싶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지만, 회신은 없었다. 이어 31일 정책협의회를 구성하자는 공문을 보냈지만 역시 묵묵부답이었다. 이후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위한 정책들만 쏟아졌다.

 

최임식 정치기획단 국장은 "대선 후 이 당선인이 노동문제에 대한 깊은 인식을 보여주리라 기대했는데, 인수위에는 노동전문가가 없고 조직도에는 '노동'이라는 말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연대가 '삐끗'하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현장에서도 정책연대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당선인 쪽에서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투쟁으로 돌아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준영 한국노총 부천지부 의장은 "약속을 한쪽에서 파기하면,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공기업 민영화? 우린 바로 투쟁이다"

 

아직 정책연대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하긴 이르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고 우려를 감추지는 않는다.

 

심재정 한국노총 부천상담소장은 "아직 정책이 구체화되지 않아 평가는 이르다"면서도 "기업규제 완화 등에 포커스가 맞춰진 당선인의 정책을 확인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현재 정책연대에서 가장 파열음이 나는 부분은 공기업 민영화다. 최임식 국장은 민영화 계획을 두고 정책연대 성패의 시금석이라 평했다.

 

인수위는 지난 8일 기획예산처 업무보고 후 브리핑에서 "올해 상반기 중 공공기관 민영화 기본 계획을 확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몇몇 언론에서는 "한전·가스공사도 검토 대상"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정책연대를 전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이 당선인 쪽은 정책연대 당시 '전력산업 구조개편 및 민영화 중단' 요구에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공기업의 사회공공성 확보 등을 논의할 특별임시기구 설치' 요구에 이 당선인 쪽은 "사회공공성 확보 등을 위한 대책 마련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이후 이 당선인 쪽과 한국노총은 지난해 12월 10일 '정책요구 답변서에서 밝힌 공약을 반드시 이행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의 정책협약 협정서를 맺었다. 대선 때 노총은 이 당선인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공기업 민영화 계획에 대해 최 국장은 "엉터리 논리가 춤을 추고 있다"며 "이는 정책연대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노총 소속 공기업 노조의 불만은 더욱 크다. 이경호 한국전력노조 대외협력국장은 "인수위가 민영화 개혁론에 불을 지펴, 정책연대 했던 부분까지 뒤집는다면, 이것은 노동자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고봉환 토지공사 노조위원장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논의 없이 민영화가 이뤄지면 큰 저항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퇴양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현재 한국노총 집행부는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다. 노동계의 엄청난 비판에도 정책연대를 강행했다. 노총 내부에서도 많은 진통이 있었다. 이번 정책연대가 깨지면, 현장 노동자들의 집행부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진다.


박영삼 한국노총 대변인은 "정책연대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만 일단 믿고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9일 오후 한국노총은 두 차례에 걸친 인수위의 '무시'에도 인수위에 정책협약 이행 추진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공문을 보냈다.

 

공은 인수위로 넘어왔다. 인수위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딜레마에 빠진 건 인수위도 마찬가지. 정책연대를 파기한다면 "선거 때 표가 아쉬워 손을 벌리더니 당선되니 입장을 바꿨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그렇다고 친기업 정책을 바꿀 수도 없다.

 

한나라당은 현재 정책연대에 대해선 입을 닫고 있지만 한국노총 인사에 대한 전략공천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한국노총 현장 노동자를 비롯한 노동계가 정책연대를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


태그:#정책연대, #한국노총, #노동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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